[정부 차원 전후 재건 핵심 동력으로 육성 성과내]
러시아의 침공으로 3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와중에도 군수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면서 유럽사회를 놀라게 하고 있다. 사실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변변한 무기조차 없어 서구의 무기에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이제는 최전선에서 사용하는 무기의 40% 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을 정도이며, 우크라이나 정부에서도 방위산업을 전후 경제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후일이 특히 기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자(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러시아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는 국내에서 생산한 보흐다나 차륜형 곡사포 시제품을 단 한 대만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약 20기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전체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면서 “우크라이나의 국내 무기 생산 규모가 2022년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 수준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장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도 3년 만에 350억달러(약 48조7천억원)까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연방의 방위산업에서 영향을 받긴 했지만, 독립과 동시에 무기 제조 역량이 빠르게 쇠퇴했는데, 실제로 2016년 한 민간 방산 기업이 차륜형 자주곡사포 '보흐다나'를 개발했지만, 러시아 침공 이전까지는 주문량이 전혀 없을 정도로 방위산업은 형편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우크라이나의 방위산업은 러시아와의 전쟁 지속의 경우나 평화협정 체결시 주권 보장 역할을 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정도가 되었다”고 밝혔다.
WSJ은 “사실 우크라이나가 자체 무기를 더 많이 생산할수록 국제 정치의 변덕이나 국경 간 공급망의 불안정성에 덜 취약해질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는 또한 방위 산업을 전후 경제의 주요 수입원으로 보고 있으며, 서방의 공급업체가 되어 서방 세계에 더욱 통합될 수 있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국가를 갖기 위해 항상 강력한 무기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최전선에서 사용되는 무기의 40% 이상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이와 관련해 “실제로 드론, 무인 지상 시스템, 전자전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이 수치가 거의 100%에 달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제조업체들도 포병 시스템, 장갑차, 지뢰, 모든 구경의 탄약 등 전통적인 무기를 점점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생산량 더 늘릴 수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생산못해 안타까움]
우크라이나의 무기 생산과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문이자 전 전략산업부 장관인 올렉산드르 카미신은 “올해 정부가 구매할 수 있는 양은 군수업체 생산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면서 “생산은 할 수 있는데 조달 자금을 마련할 수 없을 때는 정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유럽의 정부들은 소위 덴마크 모델에 따라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기는 하다. 이 모델은 키이우 정부에 서방의 무기를 지원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방산업체가 무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우크라이나는 방위 산업 육성이 전후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무기 공급을 통해 서방과 결속도 다질 수 있고,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롭 리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 연구원은 “서방에서는 IT 인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최고의 인재들은 대부분 국방 분야로 진출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에 있어서 방위산업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이 무기 지원을 줄이면서 우크라이나는 자체 무기 생산을 늘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단기간에 방위산업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소련연방 시절, 우크라이나가 방위산업의 주요 생산기지였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엄청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소련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방위산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급속하게 쇠퇴해 버렸다. 그럼에도 기본 능력은 남아 있었기에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급성장 할 수 있었다.
실제로 크라마토르스크 중장비 공작기계 제작 공장의 사장인 비탈리 자구다이예프는 “2016년에 민간 기업이 보흐다나(Bohdana) 차륜형 곡사포를 개발했지만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까지는 주문을 받지 못했다”면서 “실제 사용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독립기념일 때 퍼레이드용으로만 사용되어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의 방위산업이 무기력해졌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전쟁중에는 방위산업 공장들은 러시아의 표적이 되어 파괴되기도 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분산시켰으며, 24시간 가동하면서 보흐다나 곡사포 등을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더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전쟁 중에 국가의 생존을 위해 생산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가격도 서방제품에 비해 싸고 또한 생산 기간도 아주 짧다는 것이다.
WSJ은 “실제로 스웨덴제 아처(Archer)나 독일제 판처 200(Panzer 200) 곡사포는 더욱 정교한 전자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생산 기간이 더 길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면서 “자주포인 보흐다나는 대당 280만 유로(약 44억원)인 반면, 아처(Archer)는 876만 유로(약 138억원), 시저(Caesar)는 약 400만 유로(약 63억원)나 된다”고 짚었다.
WSJ은 이어 “보흐다나는 수리와 유지보수도 20시간 안에 다 될 정도로 빠르다”면서 “아예 각 기동여단에는 유지보수팀이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그러면서 “보흐다나는 포신부터 주요 부품들이 모두 우크라이나 내에서 자체 생산되고 있다”면서 “이젠 운반용 차대까지 직접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보흐다나의 사례는 우크라이나의 방위산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면서도 “그럼에도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나토기준의 155mm탄약 생산은 이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WSJ은 “민간 기업인 우크라이나 장갑차는 체코슬로바키아 그룹에서 이전받은 라이선스와 도면을 이용해 155mm 탄약을 생산하는 시설을 세웠으며, 체코슬로바키아 그룹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할 수 없는 추진체, 신관, 뇌관도 공급하고 있다”면서 “장갑차량도 만드는 이 회사는 올해 155mm 탄약 10만 발, 내년에는 30만 발을 생산할 계획이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1년에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300만~400만 발에 비하면 극히 적은 양”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역시 자금이다. 전쟁을 수행중인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에서는 전쟁 수행 비용 자체가 과다하다보니 반드시 필요한 포탄 제조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WSJ은 “우크라이나가 아직 자력으로 러시아군과 온전히 맞서기는 역부족”이라면서 “무기 생산량을 아무리 늘렸다고 해도 러시아에 맞서는 데 충분한 수준은 아니며 미사일을 막는 데 필요한 방공 요격기 생산 능력도 아직은 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무기의 시험장이 된 우크라, 오히려 도움받는 나토]
눈여겨볼 점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전에는 사용된 적이 없었던 다양한 무기들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히 나토 국가들은 이러한 테스트를 통해 신무기 개발이나 무기 생산 기술의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전쟁이 시작된 지난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는 서방세계가 새로 개발한 최첨단 미래 신무기의 테스트 현장이 되면서 미래 전쟁의 모습을 예시하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22년 11월 15일, “재래식 무기를 앞세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 속에서도 첨단 기술을 사용한 무기들의 성능이 면밀하게 관찰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성능이 확인된 첨단 군사 장비의 예로 '델타'로 알려진 소프트웨어를 꼽았다.
그러니까 지난 2022년 8월경부터 남부지역에서 러시아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우크라이나군에게 아주 신박한 무기가 지원됐다. 군사위성과 드론, 첩보 등 각종 정보 자원을 취합해 지도 위에 적군의 위치뿐 아니라 병력과 장비까지 실시간으로 나타내는 델타(Delta)라는 정보지원 체계였다. 델타는 이러한 정보체계를 모두 결합해 어느 곳을 공격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한다.
또 지난 2022년 여름부터 우크라이나군과 동맹국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해상 드론(무인 보트)도 주목 대상이다. 바로 이 해상 드론이 2022년 10월 흑해 세바스토폴항의 러시아 함대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리투아니아가 개발해 지난 2020년 출시한 대(對) 드론 교란 장치 '스카이와이퍼스'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용하면서 테스트를 했다. 러시아가 드론을 대거 사용해 공격함에 따라 등장한 이 장비는 드론의 통신 신호를 차단해 방향을 돌리게 하거나 추락시키는 장치다.
아직 독일군에도 배치되지 않은 최신 대공무기인 방공시스템 IRIS-T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격 투입돼 테스트를 해 봤다.
미래형 무기는 아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본격 활용되면서 전쟁의 판도를 바꾼 무기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대(對)전차 무기의 '끝판왕' 재블린(Javelin)이다.
이런 식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의 첨단무기들의 테스트배드가 되었다. 이런 차원에서 서방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전쟁 덕을 톡톡히 봤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끝까지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상 아니겠는가?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