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해체·인질 석방' 최후통첩성 지상작전 돌입]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해체를 위한 공격에서 하마스 가자지구의 수장 신와르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해체하고 생존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대규모 지상작전을 개시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작전이 미국의 뜻과는 배치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공격이 앞으로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휴전협상을 재개했으면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작전 확대를 발표했다”면서 “이는 하마스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강화된 작전의 일환으로 해당 지역으로 더욱 깊숙이 진격하고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항전 중인 하마스에 납치한 인질을 석방하는 휴전 협상에 동의하거나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확대에 맞서 싸우라는 최후통첩 성격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지난 하루 동안 현역과 예비군을 포함한 남부사령부 예하 병력이 '기드온의 전차 작전'의 일환으로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 전역에서 광범위한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면서 “수십 명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테러 기반 시설을 해체했으며 현재 주요 위치에 배치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 북부의 베이트 라히아와 자발리아 난민 캠프와 남부 도시 칸 유니스 등을 전방위적으로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최후의 경고'라고 언급한 대피명령에서 “로켓 발사에 사용되는 모든 지역에 강력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작전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정책의 갑작스러운 전환은 하마스를 격파하기 위한 군사 작전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작전상의 필요성”이라 설명하면서 “군부가 이러한 조치를 권고했다”고 성명을 통해 주장했다.
이에 대해 NYT는 “이 성명은 하마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재개가 언제 시작될지, 어떻게 또는 어디에 배분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면서 “하마스를 우회하는 미국이 지원하는 새로운 지원 시스템 구축 계획도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NYT는 이어 “재개된 공세에 대한 세부 사항도 부족했고, 이 시점에서 이스라엘군이 얼마나 멀리까지 진격할지, 가자지구의 어느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지는 즉시 알 수 없었다”면서 “현재 파악한 바로는 지난 18일 당시 5개 사단이 공세에 참여하고 있으며, 병력 수는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NYT는 또한 “이스라엘 정부와 군 관계자들은 하마스가 여전히 붙잡고 있는 인질들을 석방하거나 하마스가 파괴되거나 항복을 강요받을 때까지 19개월 간의 전쟁을 새로운 단계로 강행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이스라엘 군 당국은 최근 며칠 동안 지상 작전 확대를 위한 준비를 위해 가자지구를 공습했으며, 공습으로 670곳 이상의 "하마스 테러 목표물"이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NYT는 “이스라엘군은 지금까지 하마스 요원 수십 명을 사살하고 하마스가 사용하는 지상 및 지하 군사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팔레스타인 관리들과 가자지구 주민들에 따르면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민간인도 사망했다”고 짚었다.
NYT는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간접적인 휴전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군사 작전이 확대되었다”고 전제한 후, “군은 며칠째 더 광범위한 침공 위협을 제기해 왔지만, 현장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데, 이에 대해 이스라엘 관리들은 새로운 작전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하마스와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 에피 데프린 준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가자지구를 여러 지역으로 분리하는 것이 계획”이라면서 “군이 작전 중인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릴 것이며, 군은 병력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작전 계획을 모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전과 관련해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전투원과 민간인을 포함해 지금까지 5만 3천 명이 넘는 가자 주민들이 전쟁으로 사망했으며, 18일 새벽부터 19일 현재까지 사망자 수가 9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습으로 북부에서 그나마 부분적으로 운영됐던 인도네시아 병원도 폐쇄됐다. 이에 따라 현재 북부에서 정상 운영되는 공립병원은 한 곳도 없는 상태다.
[하마스와 전쟁을 종식할 의향 있다는 네타냐후 총리]
한편, 대규모 지상작전이 발표되기 몇시간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 전쟁을 종식할 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성명에서 “총리의 지시에 따라 도하 협상팀은 위트코프 계획(미국 중동특사의 일부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한 일시 휴전안)이든, 전쟁 종식의 틀 안에서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이에 호응하듯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재개된 협상의 타결을 위해 작전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은 군 장병 대상 연설에서 “군은 인질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이스라엘 정치 지도자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은 그러면서도 종전의 조건으로 ▲ 인질 전원 석방 ▲ 하마스에 대한 추방 ▲ 가자지구의 비무장화 등 수용 가능성이 희박한 것들을 내세웠다. 이는 이스라엘이 겉으로만 개방적 태도를 연출했을 뿐, 실제로는 종전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당연히 종전휴전 협상에서도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하마스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들은 전쟁을 끝내겠다는 약속 없이 포로(인질)를 석방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고, 이스라엘의 한 고위 당국자도 “회담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하마스가 합의된 수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완전 철수, 인도적 물자 유입을 조건으로 모든 인질의 석방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3월 초부터 가자 내 구호물자 반입을 전면 차단해왔던 이스라엘은 이날 봉쇄를 완화하고 식량 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실은 “군의 권고와 하마스 격퇴를 위한 격렬한 전투를 확대해야 한다는 작전상 필요에 따라, 가자에서 기아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양의 식량'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가자에서 기근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잇단 경고 속에서도 이스라엘의 조치가 형식에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인도적 지원 재개는) 즉각적이고 대규모로, 방해받지 않고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인도주의적 재앙이 종식되고 기근도 확실히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피로감, 트럼프의 이스라엘 정책 변화 주목]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5일간 여정에서 전통적으로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통적 우방인 이스라엘을 ‘패싱’한 것은 트럼프 정부의 중동 정책 대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NYT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면서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왕궁에서 시리아의 아흐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과 만나 제재 해제를 약속한 것은 중동 외교에서 이스라엘을 제쳐두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알샤라는 한때 알카에다와 연루됐던 인물이지만 트럼프는 이전 정부 당시 부과됐던 제재를 해제하면서 “그들에게 위대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태도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알샤라를 지하디스트라고 부르며 그가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한 후에도 수백 차례 시리아를 폭격한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는 그동안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네타냐후는 20년 동안 집권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던 것과는 180도 변화된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이 역사적 관계를 포기하거나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중단할 징후는 전혀 없다. 하지만 이번 순방에서 이스라엘, 특히 네타냐후가 미국 외교 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네타냐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채찍질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이타마르 라비노비치는 “이번 순방은 관심과 인식을 주로 돈이 있는 걸프 지역으로 돌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지구 전쟁 해결을 위해 네타냐후 총리와 협력하는데 대한 관심을 크게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네타냐후와 하마스가 입장을 고수해 절망적인 교착 상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와 네타냐후간의 이상 징후는 여러군데서 표출됐다. 트럼프가 7일 예멘 후티 반군과 돌연 휴전을 선언한 것도 이스라엘을 놀라게 했으며, 더욱이 이스라엘을 통하지 않고 하마스와 단독으로 접촉해 가자지구에 있는 생존한 마지막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트럼프가 중동 순방 기간 내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피할 수 있는 합의를 원한다는 의사를 거듭 천명한 것도 네타냐후의 생각과는 정반대다. 그는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원하거나 심지어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행동은 지난 1기때 보여주었던 네타냐후와의 연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네타냐후도 당황할만 하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언론은 “백악관이 네타냐후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중동 순방 기간 네타냐후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또한 트럼프가 더 이상 이스라엘을 중동의 필수불가결한 국가나 독재 정권의 바다 속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로 대하지 않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눈여겨볼 점은 트럼프가 이스라엘 주변 중동 국가들을 순방하는 동안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초점이 다른 만큼 양국의 외교 정책은 거리가 생기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문제점들이 미국의 중동정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