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공격한 러 미사일, 드론에서 발사가능한 혁신제품]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를 공포에 떨게한 러시아의 신형 미사일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일본 등에서 우회 수입한 부품들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여러 가지 미사일 부품들을 우회 수입하여 살상무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심층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한 신형 미사일에 한국·미국·일본 등 서방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지난 2월부터 오데사, 미콜라이우 등 남부 전선에서 큰 피해를 준 러시아의 신형 미사일을 식별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작은 꾸러미’라는 뜻의 'S8000 반데롤'이라고 명명된 이 비행체는 115㎏의 고폭 탄두를 탑재하고 시속 400마일(약 643㎞)의 속도로 약 482㎞ 넘게 날아가는 경량 공대지 순항 미사일”로써 “대형 드론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전술 항공기를 위험에 노출하지 않은 채 깊숙이 공격할 수 있고, 비용이 적게 들어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기존의 러시아 미사일보다 급격한 선회 비행이 가능하며 추적 회피 기능과 상대 전파방해 방지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면서 “다른 특징은 국제 제재를 회피하여 여러 나라의 부품이 조합된 '프랑켄슈타인 미사일'이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텔레그래프는 “실제로 이 프랑켄슈타인 미사일은 115kg의 고폭탄두를 장착한 정밀 유도 무기로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치명적인 공격에 사용되었으며, 비공식 보고에 따르면 2월부터 오데사와 미콜라이우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미사일은 러시아의 대형 오리온 드론에서 발사되므로 러시아는 전술 항공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사거리가 길어 적진 깊숙이 위치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데, 향후 Mi-28 공격 헬리콥터에서도 발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사 분석가이자 전직 인도 전투기 조종사인 비자인더 K 타쿠르는 “러시아가 전장에서 군대에 상당한 이점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러시아에 있어서도 중요한 이정표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저가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 반데롤이 러시아에서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2월 이미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당국은 지난 2월, “새로운 무인 항공기가 첫 번째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었다. 당시 우크라이나 국방당국은 그것이 반데롤이라고 의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데롤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현실화됐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S8000은 오리온 무인 항공기 생산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방위 기업인 크론슈타트 그룹에서 개발했다”면서 “이는 미국의 장거리 타격 능력의 초석인 합동 공대지 미사일과 매우 유사해 보이며, 적대적인 영공에서 발사하지 않고도 중무장한 목표물을 공격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짚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눈여겨볼 것은 이 러시아의 새로운 미사일이 기존 미사일보다 더 좁은 각도에서 회전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HUR에 따르면 레이더 회피 기술과 방해 전파 방지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실제로 반데롤이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대로 작동할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정밀 유도 저비용 무기의 신세대가 등장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방위재단의 러시아 프로그램 부국장이자 무기 전문가인 존 하디는 “반데롤 미사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라면서 “여기서 핵심은 러시아의 타격 심도와 더 많은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미사일 격추에 꽤 성공적이지만, 러시아가 더 많이 발사할수록 러시아가 공격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우크라이나는 제한된 요격 미사일을 더 많이 소모해야 한다”고 짚었다.
[러시아 미사일의 핵심부품은 대부분 서방제품]
그런데 진짜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러한 미사일을 만드는 데 있어 핵심 부품들이 모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의 제재에 동참해 온 서방 기업 30곳의 제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HUR은 땅으로 추락한 반데롤을 분해하여 미국, 스위스, 일본, 호주, 한국 등 30개 회사에서 나온 20개 이상의 핵심 구성 요소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제트엔진은 중국 기업 스위윈(Swiwin)이 제작했다. SW800Pro 엔진은 알리익스프레스와 알리바바 등 온라인에서 1만2천 파운드(약 2천2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또한 미국산 동작 추적 장비, 스위스산 마이크로컨트롤러, 호주산 정보교환 모델, 일본산 배터리팩 등도 있고, 한국에서 만들어진 서보드라이브(자동제어장치를 위한 전력 증폭기)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큰 구멍이 나 있음을 보여주며 러시아는 이를 이용해 중국, 튀르키예, UAE, 옛 소비에트연방 국가 등 제3국 우회로를 거쳐 부품을 제공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HUR은 러시아의 최대 전자부품 유통업체 중 하나인 '칩 앤드 딥'을 이 미사일의 주요 부품 공급처로 지목했는데, 이 회사는 미국과 우크라이나로부터는 제재를 받았으나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호주 등의 제재 대상은 아니다.
이에 대해 HUR은 “러시아 무기는 외국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외국 부품 없이는 싸울 수도, 점령할 수도, 살상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에서 제재를 연구하는 마리아 샤기나는“ 기술의 이동은 금융 거래보다 더 추적하기가 어렵다”며 “러시아의 모든 조달 네트워크와 우회로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런던에 있는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2022년 보고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러시아 무기에는 450개 이상의 외국산 부품이 들어 있었으며, 그 중 318개가 미국에서 제조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 제재 회피 통로, 알리가 대표적]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지난해 5월 7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이른바 ‘이중용도 물품’의 러시아 반입은 서방의 제재를 비웃듯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핵심 공급지는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이중용도 물품이란 반도체나 볼베어링처럼 민간용으로 개발·제조됐어도 군사용으로 활용될 우려가 큰 상품을 말한다.
닛케이는 이어 “중국인 이커머스 업자들은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OZON에 판매자로 등록한 후, 러시아가 원하는 제품들을 중국의 이커머스를 통해 무한정 사들여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판매한 제품중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텔·AMD의 반도체가 있었는데, 이들 반도체는 서방이 러시아로의 수출을 통제하는 대표적 제품”이라고 짚었다.
닛케이는 “중국 이커머스 업자로부터 러시아가 공급받은 민간 전자부품이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향하고 있다”며 “알리익스프레스 러시아(알리 러시아)나 OZON 등 러시아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플랫폼에선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모형 항공기 부품 등 드론과 미사일에 쓰일 수 있는 제품도 거래되고 있다.
닛케이는 “러시아 이커머스 플랫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제재가 심화하자 중국 시장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면서 “OZON은 2022년 11월 광둥성 선전에 사무실을 열고 물류 시스템을 확충해왔으며, 지난 2023년 3분기부터 중국 이커머스 업체 징둥닷컴의 자회사 JD로지스틱스와 배송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그 대표적인 이커머스는 알리로 ‘알리 러시아’의 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하고, 월간 사용자만 3500만 명이 넘는다” 면서 이들은 “국제사회 제재 규정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OZON은 닛케이아시아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 통제 대상인 컴퓨터 반도체 및 기타 품목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플랫폼 내 판매 제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닛케이의 설명이다. 닛케이는 “실제로 알리 러시아와 OZON 등에서 ‘인텔 CPU’ 등을 검색하면 관련 제품들이 지금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면서 “서방이 감시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를 가진 페이퍼컴퍼니를 중국 밖에 설립하는 걸 이용하기 때문에 인텔과 AMD의 반도체를 (러시아) 시장에 파는 건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른 나라에서 4~5회가량 사고파는 이른바 ‘세탁’ 과정을 거쳐 러시아로 제품이 들어온다. 사실상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산 이중용도 제품은 러시아군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CNN은 “러시아의 초소형 전자제품 수입 비중의 90%는 중국”이라면서 “이들은 러시아가 미사일과 탱크, 항공기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필수 물품”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이어 ”러시아는 탄약 및 포탄 생산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데, 여기에 쓰이는 핵심 재료인 니트로셀룰로즈도 대부분 중국산“이라고 짚었다.
이렇게 중국이 적극적으로 러시아로 향하는 이중용도 제품들을 통제하지 않는한 서방진영의 대 러시아 제재는 허울뿐인 제재가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산 제품이 어떻게 러시아로 흘러 들어갔는지도 우리 관세청이 분명히 파악해 봐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