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중국 주식 투자에 소극적]
중국 경제가 악화일로에 빠져들면서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마저 더 이상 중국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디로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의 관세전쟁은 중국 경제를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한대로 빨리 이를 해결해야 함에도 중국 정부가 오히려 버티기로 나서고 있어 과연 그 결론이 어떻게 날지도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 관세에 대한 입장을 완화하는 조짐이 있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아시아 국가의 주식을 매수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인 글로벌 펀드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 자체를 매우 꺼려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중국 시장의 위험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실제로 프랭클린 템플턴,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주피터 애셋 매니지먼트의 자산운용사와 전략가들은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 투자에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설사 미중간에 일시적인 데탕트가 벌어진다고 해도 그러한 시도만으로 중국으로의 대규모 글로벌 자금 유도는 쉽지 않을 것이며, 현재 상황에서는 어떠한 시도도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블룸버그는 “미중간 관세 문제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전망 때문에 지난주 홍콩 상장 중국 주요 증시를 추종하는 지수가 2% 이상 상승했지만, 그럼에도 지난 4월 2일 미국의 관세 공세 이후 아시아 증시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독립적인 연구기관으로 월스트리트의 세계적 자산운용그룹 중 하나인 샌포드 C 번스타인(Sanford C. Bernstein & Co.,)은 “미국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일본과 유럽 등 다른 시장이 수혜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는 자금 유입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도쿄해상자산운용 인터내셔널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히로노리 아키자와는 “중국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 조짐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면서 “무역 협상 타결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매수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면서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줄다리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규모 관세 부과는 사실상 유지 힘들 것”]
이러한 흐름과 관련해 블룸버그는 “중국과 미국의 보복 관세 전쟁으로 100%가 넘는 관세가 부과된 가운데, 양측 모두 이러한 관세 부과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일부 미국 수입품에 대한 125%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중국 당국은 이러한 조치가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진전이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며 그 의미를 과소평가했다”고 짚었다.
미중 양국의 상호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베이징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협상 과정에서의 우여곡절이 경제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치국은 지난 25일, “증가하는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계획을 완전히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이어 “새로운 통화 정책 수단과 정책 자금 조달 수단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정치국이 이렇게 서둘러 관세전쟁 여파에 대해 충격을 흡수하려는 조치를 취하려는 이유는 한마디로 이 문제가 중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2분기에 전분기 대비 연율 환산 0.8%로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올해 1분기 4.9%에 비해 감소한 수치”라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는 또한 이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의 중국 지수 목표치를 두 차례나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중국 경제 전반의 지표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뉴욕 UBS 글로벌 웰스의 신흥시장 전략가 싱첸 유는 블룸버그에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적어도 미중 갈등의 핵심은 무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력한 정책 지원이 관세 역풍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中시장 낙관론이 비관론으로, 美 관세폭탄 여파 오래갈 듯]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이러한 신중한 태도는 올해 중국 주식을 강세장으로 이끌었던 낙관론과는 현저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은 재정 및 통화 부양책 여력을 갖춘 중국이 이러한 폭풍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관세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상쇄하기에는 너무 클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러한 믿음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신흥시장 주식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랴오 이핑도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동안 미중 무역 합의를 마무리하는 데 18개월이 걸렸다”면서 “중국이 미국과 포괄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중국 주식 시장 전반에 대해 신중하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최근의 저조한 실적을 매수 기회로 보고 있기는 하다. 실제로 인베스코 자산운용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데이비드 차오는 올해 초 “중국 증시 급등기를 놓친 투자자들에게 지금도 늦지 않은 기회일 수도 있다”면서 “1월 말 시작된 딥시크(DeepSeek)로 인한 급등이 그 예”라고 말했다.
또한 아문디(Amundi)의 아시아 수석 투자 전략가 에이단 야오는 “유럽 고객들이 다시 중국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회의론자들에게 중국의 문제는 관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지정학적 긴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미국과의 지속적인 경제적 분리는 산업 공급망을 교란시킬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애플은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쥬피터 아시안 인컴전략의 공동 매니저인 샘 콘라드는 “관세 문제만이 아니라, 투자자와 중국 경제에 위험을 초래하는 두 경제권 간의 실질적인 분리를 더 중요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美재무 “저가상품 공급 중단되면 中경제 멈춰…中도 협상할 것”]
이런 상황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한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발표 후 일부 완화 및 유예를 되풀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해 “이는 게임 이론에서 전략적 불확실성이며, 협상 상대방에게 최종 목표를 밝히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협상 지렛대를 창출하는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뛰어나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높은 관세율이라는 '채찍'을 보여준 뒤 대미(對美) 관세나 비관세 무역 장벽, 통화 조작 등을 중단해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하는 것이 '트럼프의 전략'”이라고 소개하면서 “아시아의 몇몇 국가들이 (미국에) 와서 '이것, 이것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한 미국이 부과한 145%의 중국에 대한 관세에 대해 “중국은 이 높은 관세 수준이 그들의 기업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라며 “중국과 협상의 첫 번째 원칙으로 관세 전쟁에서 확전을 피하는 일”이라고 했다.
베선트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에 저가의 보조금 지원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이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 중국 경제도 갑자기 멈출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협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은 더불어 개별 국가들과의 새로운 무역 협정과 관련, “그다음에는 우리가 협상 중인 17∼18개 국가와의 중요한 무역 협정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무역 협정은 수개월이 걸릴 수 있지만 원칙적 합의를 하고 무역 파트너들이 협정 범위 내에서 행동하고 관세를 다시 인상하지 않는다면 (신속한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주 진행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총회 기간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만났다”면서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주로 금융 안정성, 글로벌 경제 조기 경보 시스템 등 전통적 주제였으며 관세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화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으며, 중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중국이 공식 부인한 배경을 묻자 “나는 그들이 다른 청중(미국과 맞서는 것을 원하는 중국 국민)을 대상으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말은 중국 당국이 자국민을 생각해 일부러 그런 엉뚱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드라이브로 인한 시장의 동요에 대해 “(정부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35∼40년간의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2주나 한 달간의 변동은 통계적 잡음이나 시장의 잡음일 수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이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