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강소국 카타르가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 역내 첨단기술과 관광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카타르경제포럼(QEF) 무대를 통해 다시 한번 드러냈다.
22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이번 제5회 QEF 행사에서 주최국 카타르가 무게를 둔 키워드는 변혁이었다.
폐막 연설에서 카타르연구개발혁신위원회(QRDI)의 오마르 알리 알안사리 사무총장은 "변혁은 단순히 속도와 규모에 대한 것이 아니며 방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변혁이라는 것은 이 혼란과 기회의 시기에 누구를 포용하고 어떤 가치를 옹호하며 우리의 독창성을 어떻게 발휘할지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가 지난 20일 개막식에서 "카타르가 돈을 주고 사지 않고는 뭔가 이룰 수 없는 중동의 작은 아랍 산유 부국으로 여겨지는 오해를 극복해야만 한다"며 제시한 목표와 같은 맥락이다.
카타르는 전날 QEF 무대를 통해 자국 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자 향후 5년간 10억달러(약 1조3천717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자국 국가개발전략(NDS3)에 따른 ▲ 첨단산업 ▲ 물류 ▲ 디지털·금융 서비스 등 주요 성장분야에서 국내외 투자자의 법인 설립, 건설, 사무실 임대, 장비·고용 등 비용의 최대 40%까지 지원한다는 파격적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카타르를 고부가가치 기술이 집약된 경제 허브로 도약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2022년 월드컵 개최를 통해 관광산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카타르는 각종 문화행사 유치와 의료산업 발전, 2036 올림픽 유치 추진까지 거론하며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카타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직후 열린 이번 QEF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을 대담자로 등장시키며 트럼프 행정부와 밀착을 과시하기도 했다.
알사니 총리는 자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행기 선물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동맹국 사이에 벌어지는 정상적인 일"이라며 논란 해명에 첫날 대담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공을 들였다.
알사니 총리는 "카타르는 강력한 협력과 우정을 갖고 싶은 나라"라며 "무언가 다른 나라에 제공한다면 이는 존중과 파트너십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QEF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상호관세 부과 정책이 주요 화두였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의 재무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은 전날 대담자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무역에 집중한다"며 "중국 시장을 미국 기업에 개방할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이며 관세는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6일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 평가를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로 강등한 여파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데 대해서도 "신용평가사들이 뭐라고 말하든 미국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Aaa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글로벌 상호관세 부과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미국 경제에 이롭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해 즉각적인 만족감을 기대하지만 이는 미디어의 편향성과 히스테리 때문"이라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이 만들어지고 쌓여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두둔했다.
카타르는 미국, 이집트와 함께 가자지구 휴전 논의를 이끄는 중재국으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알사니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세를 강화하는 '기드온의 전차' 작전에 돌입한 것을 두고 "평화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없애는 일"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 인질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했을 때만 해도 전쟁 종식의 희망이 보였다면서도 "양측 사이 근본적인 간극이 있다"며 아직 휴전 논의가 교착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 아쉬움을 표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