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후 69만명, 지난 1주간 1만명 이상 사상자낸 러시아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지난 2022년 2월 전쟁 개시 이후 69만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지난 일주일 동안만 1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가장 전투가 치열한 쿠르스크 주에 투입될 북한군의 피해는 과연 얼마나 될 것이며, 1만 2천여명의 북한군은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는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참모본부는 러시아군이 전쟁 개시 이래 692,080명의 병력을 잃었으며, 지난 하루동안만 1,360명이 사상당했다”면서 “러시아는 전차 9,129대, 장갑차 18,404대, 차량 및 연료 탱크 27,749대, 포병 시스템 19,917개, 다연장 로켓 시스템 1,241개, 방공 시스템 984개, 항공기 369대, 헬리콥터 329대, 드론 17,939대, 함선 및 보트 28대, 잠수함 1대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사상자수는 지난 7일간 10,490명에 이른다. 물론 우크라이나군의 일방적인 집계치여서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영국 국방부의 집계치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통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러시아군의 사상자수가 이렇게 엄청난 것은 ‘고기 분쇄기’ 전술로 알려진 특유의 인해전술식 밀어붙이기 전법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전술 때문에 그동안 우크라이나 영토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성과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병력이 희생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러시아군의 희생에 대해 우크라이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러시아가 쿠르스크에서 거의 3개월 동안의 침공에서 사망, 부상 및 포로를 포함하여 17,819명의 사상자를 냈다”면서 “그럼에도 러시아의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군대가 쿠르스크에서 포위당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국방부도 지난 10월 초, “지난 9월 들어 러시아군의 희생자수가 가장 많았으며, 매일 평균 1,271명의 전투원이 사망하고 부상당했다”면서 “겨울로 접어들면서 전투가 소강 상태에 들어설 것이지만 그럼에도 매일 1,000명 이상의 사상자수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에스토니아 군사 정보 센터 부국장인 야넥 케셀만 중령도 지난 주말에 “러시아가 10월에 약 4만 명의 사상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 1만 1천명 이미 쿠르스크 집결, 곧 전투 투입될 듯]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의 실제 전투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격전지 쿠르스크주(州)에 이미 북한군 약 1만1000명이 집결했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대부분이 러시아 동부서 이뤄진 적응 훈련을 최대한 조기에 종료하고 전선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쿠르스크에 모인 북한군이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방 지역으로 이동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27일(현지 시각) “북한군을 쿠르스크주(州) 최전선으로 수송하기 위해 러시아가 민간 트럭까지 동원하고 있는 정황을 러시아군 감청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텔레그램과 엑스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군이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 전장에 나타날 수 있다”며 “우리는 유럽 땅에서 북한 군대와 싸워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고 했다.
물론 북한군이 실전에 투입되어 실제 교전이 발생할 때까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의 진전단계를 보면 러시아 파병이 처음 포착됐던 지난 8일 이후 엿새에 걸쳐 러시아가 수송함을 이용해 극동 지역으로 북한군을 옮겼으며, 무기와 군복을 보급받고 현지 적응을 거쳐 최전방 서부전선까지 이동하는 데 15일 안팎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면 북한군의 이동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군이 이렇게 빨리 전장에 투입되는 것은 아마도 미국 대선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평화협정 목소리가 커질 것을 대비해 일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러시아가 공세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트럼프의 경우 재선에 성공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공개 선언한 상태다. 마치 6.25전쟁 당시 마지막 휴전을 앞둔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영토를 더 얻기 위해 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졌던 것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군을 쿠르스크주에 집중 투입하려는 것도 러시아 본토를 우크라이나가 점령하고 있을 경우 영토 협상에서 상당한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무조건 수복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고, 이를 위해 북한군을 투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쿠르스크에서 북한군이 ‘총알받이’로서 희생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북한군, 미국의 ‘우크라 무기 사용 제한 해제’의 희생양 될 수도]
특히 미 국방부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전투 투입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무기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경고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약 1만 명의 북한군이 훈련을 위해 러시아 동부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가까이 이동했다"면서 "러시아가 북한군 병사들을 전투에 투입하거나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진행 중인 작전의 지원 임무를 맡기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 부대변인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참여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을 상대로 미국 무기를 사용하는 데 새로운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싱 부대변인이 에이태큼스 등 미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할 수 있다면서 굳이 북한군을 대상으로 발사할 수도 있다고 지칭한 대목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을 우려해 사용 범위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등으로 제한하고 있었으나 북한군에 대해서는 모든 제한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군은 그러한 서방의 최신 무기들의 집중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이미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될 시 전투요원으로 간주돼 합법적 공격 대상이 된다”며 “북한이 공동교전국이 되면 우크라이나의 미국 무기 사용에도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
["앳된 얼굴에 낡은 군사 장비"…러 최전방 북한군 포착]
북한군의 전장 투입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공개된 영상과 미국 당국자의 발언 등을 인용해, “쿠르스크에 집결한 북한군이 10~20대 초반의 신병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의 왜소한 체구를 볼 때 북한 전역에 만연한 영양실조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앳된 얼굴의 신참 병사들은 지금껏 북한 밖으로 한번도 나와본 적 없을 가능성이 크며 낡은 재래식 군사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국방위 국감에서 러시아 파병 북한군에 대해 "단순한 총알받이 용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앞으로 눈여겨볼 것은 북한군이 전투 현장에 투입되어 단시간에 상당한 희생자가 나왔을 경우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의 여부다. 북한 당국도 이를 모를리 없다. 현지에 파병된 북한군들이 아직은 전장의 현실을 잘 알지 못하지만 곧바로 이길 가능성이 없는 전투를 강요받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북한을 탈출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심리전을 펼칠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군이 탈영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망설임의 요소들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제안보전략센터(CISS) 북한 전문가 조셉 버뮤데즈 박사는 “북한은 병사들 탈영을 막고 규율 통제 안에 가두는 소름 끼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북한은 파악된 충성도에 따라 분류된 복잡한 사회계급이 존재하며, 대대로 그 지위는 세습된다. 일종의 신분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김정은은 러시아에 파병을 할 때 빋을만한 병사들만 추렸을 것이고, 또한 충성도 높은 계층의 장교들이 엄중한 감시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들에게는 매우 달콤한 당근, 곧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하면 온갖 특전이 보장된다고 구슬렀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결정적 통제수단은 바로 가족이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 파병된 군인의 가족들을 이미 별도의 장소로 따로 격리해 군집생활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파병된 군인들의 볼모로서의 역할을 하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로의 파병 소식이 북한내 다른 인민들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함일 것이다.
러시아에 도착해 있는 병사들이 이를 모를리 없다. 만약 탈영하거나 명령에 불복종할 경우 북한에 남아있는 온 가족이 사형을 당할 수도 있고 또는 강제 노동 수용소에 수감돼 평생 굶주리며 헐벗고 살아갈 수 있다고 협박할 것이다.
그럼에도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우크라이나의 대포밥이 되어 죽어가는 것을 본다면 수많은 북한 병사들은 동요할 수도 있고, 사실상의 실종상태로 꾸미고 탈영을 감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죽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8일(현지시각)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이 발간한 보고서 ‘푸틴의 파트너’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에 2만명의 병력을 투입할 경우 그동안 외국인 용병들에게 지급했던 아주 보수적인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김정은은 연간 5억7200만 달러(약 7891억원)의 수입을 추가로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결국 김정은은 자신의 배를 채울 요량으로 젊은, 아니 어린 병사들을 러시아의 전쟁터로 내보냈다. ‘참 나쁜 김정은’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