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고체연료 핀셋타격…"탄도미사일 생산마비"]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호되게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을 보복 공습하면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고체연료 혼합 시설을 정밀타격해 향후 이란의 탄도 미사일 생산에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주변국들이 영공을 이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란이 주변국들로부터도 고립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전날 새벽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용 고체연료 시설이 파괴됐다”면서 “상업용 위성사진을 근거로 분석했을 때, 이란의 탄도미사일 고체연료 혼합에 쓰인 시설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싱크탱크 CNA의 분석가 데커 에벌레스는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 근처의 대규모 군사 단지 ‘파르친’과 대규모 미사일 생산기지 ‘코지르’를 공격했다”면서 “상업 위성 회사인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코지르의 건물 2채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데커 에벌레스는 “이번에 파괴된 건물은 탄도미사일용 고체 연료를 혼합 제조하는 데 쓰였던 공장들”이라면서 “플래닛 랩스의 파르친 위성사진을 근거로 이스라엘이 탄도미사일 고체 연료 혼합 건물 3곳과 창고 1곳을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테헤란 인근 거대 미사일 생산 시설도 공격했다. 로이터는 지난 7월 코지르가 대규모 확장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과학·국제 안보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전 유엔 무기 감독관도 파르친의 저해상도 위성사진을 검토한 결과, 고체연료 혼합에 쓰였던 건물 2개를 포함해 건물 3개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위성사진 회사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로이터가 검토한 이미지에 따르면 이 건물들은 흙으로 된 높은 둔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구조물은 미사일 생산과 관련 있으며, 한 건물에서 발생한 폭발이 인근 구조물의 가연성 물질의 폭발을 막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에벌레스는 이어 “고체연료 혼합기는 만들기 어렵고 수출도 통제되고 있다”며 “이란은 수년에 걸쳐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고체연료 혼합기를 들여왔고, 그것들을 대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벌레스는 또한 “이스라엘이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생산 능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을 수 있다”며 “공격이 매우 정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도 익명의 이스라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고체연료 생산에 사용되는 ‘유성 혼합기’ 12기를 파괴했는데, 이는 이란 미사일 무기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이 혼합기는 이란이 직접 생산할 수 없고, 중국에서 구매해야 하는 매우 정교한 장비로, 이 혼합기를 다시 제작하려면 최소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시오스는 이어 “이번의 장비 파괴로 이란의 미사일 비축 능력이 심각하게 손상되면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추가로 감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란이 여전히 많은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미사일을 제조할 수는 없기에 헤즈볼라, 후티 등 이란의 비호를 받는 세력들의 무력 역시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악시오스는 또한 “미국 고위 관계자도 이번 공습으로 이란의 미사일 생산 능력이 마비됐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군은 더불어 “이란 드론 생산 공장과 과거 핵무기 연구 및 개발에 쓰였던 파르친의 시설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테헤란과 이란의 핵 및 에너지 시설을 보호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던 S-300 방공포대 4곳도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란군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라크 영공에서 이루어졌으며, 여러 레이더 시스템이 제한적인 손상을 입었으며 현재 수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사일, 드론 생산 시설의 피해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이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의 핵시설은 영향받지 않았다”면서 “IAEA 검사관들은 안전하고 중요한 업무를 계속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핵 및 기타 방사성 물질의 안전과 보안을 위협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신중함과 자제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이란 보복공격시 이스라엘 전투기의 영공 통과, 누가 묵인했나?]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습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전투기가 대거 동원되었는데, 이들 전투기의 비행경로에도 이목이 쏠린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거리는 이스라엘이 폭격한 곳 중 하나인 테헤란주를 기준으로 직선거리 약 1천600㎞ 정도다. 지리적인 최단 거리로 비행하더라도 이스라엘의 전투기는 요르단과 이라크, 또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영공을 지나야만 한다.
이 때문에 이날 공습 뒤 소셜미디어(SNS)에선 '이스라엘의 F-35 전투기가 저공 비행해 요르단 영공을 통과했다', '요르단이 이스라엘에 영공을 열어줬다', '요르단에서 새벽에 항공기 굉음이 들렸다'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공개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예루살렘포스트는 “요르단 주민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전투기 영상이 SNS에 유포됐다”면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요르단 상공을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에는 요르단 상공에서 전투기가 빠르게 기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요르단 국영매체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역내 분쟁 당사국의 군용기가 요르단 영공을 지나가도록 허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요르단이 아니라면 다른 경로는 홍해 상공을 비행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로지르는 방법으로, 요르단을 통과하는 길보다 약 3배 이상 멀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영공 통과 시비가 불거지지 않으려면 홍해 상공을 비행해 아라비아반도를 돌아 걸프 해역을 통과한 뒤 이란의 남부로 진입하는 공해(公海) 경로인데 이는 7천㎞ 안팎이어서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 사우디 당국자도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의 야간 공습 작전에 우리 영공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영공 통과를 묵인했다고 가장 의심받는 나라는 요르단과 사우디인데, 이들 두 나라 모두 익명의 관계자를 통한 언론 보도 외엔 민감한 시점인 만큼 공식적으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이라크 영공을 지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스라엘 현지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에 사용한 미사일의 추진체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쪽에 떨어졌다”면서 “이와 관련된 영상과 사진이 SNS에 올랐지만, 이들 이미지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라크 정부는 정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점령자 시온주의 체제(이스라엘)는 처벌받지 않는 노골적 공격으로 중동에서 공격적 정책과 분쟁 확대를 계속하고 있다"고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 공군의 영공 허용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군 총참모부는 이날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시온주의자 적(이스라엘)의 항공기가 이라크에 있는 미군 테러리스트가 통제하는 구역을 이용해 이란 국경에서 100㎞ 떨어진 곳에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란군 총참모부는 이어 “이스라엘군이 발사한 미사일의 탄두가 매우 가벼웠고 피해도 이란 국경지대의 레이더 시스템 일부에 제한됐다”며 "상당수 미사일이 격추됐고, 적기의 이란 영공 진입은 차단됐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주변국들이 이스라엘 전투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하용하지 않은 것처럼 밝히고 나오자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주변국에 영공 사용을 통보하지 않고 주권 침해 논란을 감수하고 공습 작전을 벌였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란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의 보복공습에 대비해 인근 중동 국가를 상대로 활발한 외교전을 벌였다. 이란은 특히 이스라엘의 영공 사용 불허에 공을 들였다. 실제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2일 쿠웨이트 방문 중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모든 이웃 국가는 자신의 영토와 영공이 이란 공격에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으로 인해 그동안 이란이 공들여왔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으며, 동시에 이란의 주변국들이 이란에 한 약속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군이 영공을 침범한 것이 사실이라면 요르단 등이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문제를 제기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했을 때 요르단 등이 이를 막아내는 역할을 했던 것에 주목하며 이번에도 역내 안정을 위해 이스라엘에 정면으로 맞설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지난 4월의 공격이란 시리아 주재 이란대사관 영사부가 폭격당해 이란혁명수비대 간부들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드론을 대거 발사했으나, 당시 인접국 이라크와 시리아, 요르단 등 상공에서는 미국과 영국 전투기가 이란이 쏜 드론 일부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스라엘 방어에 도움을 줬던 셈이다.
결국 이번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도 이란 인접국들이 영공 사용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이슬람 세력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란이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