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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공격 계획, 기밀정보 美서 유출되자 이스라엘 분노 - 보복 임박한 시점에 친이란 텔레그램에 '최고기밀' 2건 유포 확인 - 기밀문서 유출 파문, 상당히 심각한 국면으로 확대될 수도 - 신와르 제거한 이스라엘, 중동질서 재편 노린다
  • 기사등록 2024-10-21 04: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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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임박한 시점에 친이란 텔레그램에 '최고기밀' 2건 유포 확인]


이스라엘이 미국 수뇌부와 협의를 마친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관련 미국의 기밀문서가 친이란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사태는 하마스 수장 신와르를 제거한 이후 중동질서 재편을 노리고 있는 이스라엘에게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미국에서 이러한 기밀이 유출되었다는 점에 대해 이스라엘도 극한의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0일,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준비 내용을 담은 2건의 미국 기밀문서가 온라인에 유출됐다”면서 “이 유출 사건은 이스라엘의 작전을 방해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어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과 미국 국방부는 유출된 문서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지만, 문서가 가짜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면서 “기밀문서는 '미들 이스트 스펙테이터'(Middle East Spectator)라는 친이란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왔다”고 전했다.


정기적으로 이란에 우호적인 게시물을 올리고 있는 이 채널은 전날, “미국 정보기관의 소식통에게서 문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채널과 연결된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의 프로필에 따르면, 이 채널의 소재지는 이란이다.


악시오스는 또한 “온라인에 유포된 문서 중에는 이번주 초 미국 정보당국에 회람된 미 국방부 국가지리정보국(NGA)의 '시각 정보' 보고서로 보이는 자료도 있다”면서 “문서에는 최근 며칠간 이란 공격을 목적으로 이스라엘 공군 기지 여러 곳에서 수행된 군수품 이전 조치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이스라엘 공군이 이번주 전투기 등을 투입한 대규모 훈련을 했다는 내용과 이스라엘 드론 부대의 공격 준비 상황 등이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고 밝혔다.


악시오스는 “보고서가 정확하다면 미국 정보부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준비를 매우 면밀하고 자세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이스라엘 공군 기지에서 수행되는 작전을 감시하기 위해 위성을 사용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이번 유출 사건은 미국 정보 기관 내부에서 매우 심각한 보안 위반이 발생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악시오스는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국방부가 이러한 유출 사실을 알고 있으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CNN도 “15일자, 16일자로 작성된 미국의 기밀문서가 '미들 이스트 스펙테이터'에 18일 오후부터 유포되기 시작했다”면서 “정부 소식통이 유포된 문서가 정부 문서임을 확인해줬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어 “유출된 정보는 '최고 기밀'(top secret)로 표시돼 있었고, 미국과 미국 주도의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만 열람할 수 있다는 표시도 있었다”면서 “두 문서 중 하나는 미 국방부 국가지리정보국이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고, 또 하나는 미 국가안보국(NSA)에서 입수한 것으로 이란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의 공대지 미사일 훈련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 당국자들은 국방부 극비 문서에 누가 접근했는지 조사하고 있다”면서 “문서 유출이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으며, 이란에 대한 보복을 준비해 온 이스라엘을 화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CNN은 또한 “문서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확인하길 거부했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핵무기를 사용할 계획이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문서에서 언급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기밀문서 유출 파문, 상당히 심각한 국면으로 확대될 수도]


문제는 이번 기밀문서 유출 사건이 심각한 국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 중동 국방부 차관보이자 은퇴한 CIA 요원인 믹 멀로이는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전술 계획이 유출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당장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미래 협력도 도전받을 수 있으며, 이 문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유출되었는가에 따라 양국간 핵심 요소인 신뢰 문제로 직결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 미국관리는 CNN에 “이번에 공개된 두 문서의 내용이 이스라엘의 보복 계획 전체를 흔들 정도로 중요한 문서들은 아니지만 문제는 혹시 더 많은 문서들이 유출되었을 수도 있다면 진짜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CNN은 이어 “이번 문서가 해킹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유출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미국은 지난 8월에 도널드 트럼프 캠프를 해킹한 사실도 있어 이미 이란의 해킹 가능성에 대해 고도의 경계를 해 왔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공군 병사가 작년 초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를 통해 퍼뜨린 기밀 정보에는 한국 등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활동 등이 담겨 있어 파문이 일었었다.


['저항의 축' 반격 카드는 드론…네타냐후 자택까지 노렸다]


이런 가운데 헤즈볼라가 드론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집까지 공격하면서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이 드론을 통해 반격 카드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들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네타냐후 총리의 자택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드론이 이스라엘 방공망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 자택에 대한 드론 공격이 이달 13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자폭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 빈야미나 군기지에서 골라니 여단 소속 병사 4명이 죽고 61명이 다친 지 6일 만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면서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반격카드로 방공망을 뚫을 수 있는 드론 공격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드론도 레바논에서 넘어왔다. 총 3대의 드론 중 2대는 격추됐고, 1대는 텔아비브 북쪽 해안 도시 카이사레아에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집으로 날아와 인근 건물을 타격했다.


다행히 총리 부부가 당시 집에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드론이 격추되지 않았고 총리 자택을 노렸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텔아비브 주변 글리로트 군사기지에서는 공습경보가 울렸지만, 드론이 폭발한 카이사레아에서는 어떤 경보도 나오지 않아 군이 조사에 나선 상태다. 분명한 것은 총리 관저를 지키는 방공망이 허술하게 뚫렸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방공 기술을 보유한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에는 헤즈볼라나 예멘의 반군 후티, 이라크 민병대 등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단체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드론이 열을 덜 방출하고 금속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기체라는 특성에다 로켓과 미사일보다 낮은 고도에서 느린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스라엘 방공망이 드론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지난 6월에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헤즈볼라 드론은 도시 상공을 휘젓고 다녔지만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았다. 당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의 중요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방공망이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짚으면서 이스라엘 당국자의 말을 빌어 “지난달 헤즈볼라의 드론부대 수장이 사살되면서 잠잠해졌던 드론 공격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이어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도 이스라엘군은 로켓, 미사일과 같은 오래된 위협에 집중하면서 드론을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해왔다”면서, “지금은 안보 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드론 방어 개선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나와 내 아내를 암살하려 한 이란의 대리 세력 헤즈볼라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란과 악의 축 파트너들에게 이스라엘 시민을 해치려는 자는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했다.


네타냐후의 성명 직후 이란 유엔대표부는 “네타냐후 자택에 대한 공격은 이란과 상관없으며 전적으로 헤즈볼라가 한 것”이라며 헤즈볼라와 거리두기를 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란을 향한 비난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와르 제거한 이스라엘, 중동질서 재편 노린다]


한편, 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를 제거한 이스라엘이 기세를 몰아 미국 대선 전에 자국의 안전을 보장할 중동 질서의 재편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20일, “이스라엘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스라엘이 다음달 5일 미국 대선 전에 군사적 승리를 넘어 이스라엘에 유리한 지역 구도를 구축하고 향후 공격으로부터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이득을 확보하려 한다”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최대한 피해를 입혀, 미국의 새 대통령이 내년 1월 취임하기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완충지대'를 만들 기회를 잡으려 한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는 이어 “이스라엘의 적들과 그들의 후원자인 이란이 이스라엘을 위협하기 위해 다시 뭉치는 것을 막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이는 신와르 사망을 가자지구 휴전의 계기로 삼고 싶어 하는 미국의 바람과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신와르 사망과 관련해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기회가 왔다"면서 휴전의 때가 왔다고 강조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전쟁을 끝낼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고 고집한 이유가 국내와 전 세계 모두에게 분명해졌다"면서 “이스라엘은 휴전을 검토하기도 전에 친이란 헤즈볼라를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몰아내기 위한 전투를 강화하고 있으며, 하마스의 재결집을 막겠다면서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서 공세에 고삐를 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근동 지역 담당 차관보를 지낸 데이비드 솅커는 로이터에 "이 지역에는 새로운 지형, 새로운 지정학적 변화가 있다"며 이스라엘이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있기 전에는 적의 공격에 제한적인 타격을 가하면서 높은 수준의 위협을 기꺼이 용인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해리스 부통령보다 이란에 대해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하는 네타냐후 총리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휴전이라는 '돌파구'를 열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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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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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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