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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각국 덮친 中 ‘첩보공작 쓰나미’, “시진핑 격려 속 소련 뺨치는 정보력” - 中, 기업·민간인까지 동원해 미주·유럽 넘나들며 해킹 - 해외의 선거와 정치에도 직접 개입하는 중국 스파이들 - 스파이 활동을 국력 신장의 기반이라 믿는 시진핑
  • 기사등록 2024-10-15 11: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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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민간인까지 동원해 미주·유럽 넘나들며 해킹]


경기 침체 속에서도 중국의 세계 패권 장악 및 시진핑의 권력 장악 강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스파이 활동이 진행되면서 국제사회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중국은 전례 없는 규모의 간첩 활동을 감행하고 있으며, 보안 기관, 민간 기업, 중국 민간인을 총동원하여 경쟁 국가를 붕괴시키고 국가 경제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정보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과 민간인까지 동원해 벌이는 대규모 첩보 공작 위협에 대해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에게서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지난달에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루마니아 등의 네트워크에 침입한 중국 해커들을 적발했다”면서 “중국의 국영기업과 연관된 이 해커들은 감시 카메라나 네트워크 중계 장치인 라우터 등 26만개에 달하는 인터넷 장비에 침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항구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카고 트레인에는 베이징이 비밀리에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내장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美의회는 지난해 12월에 중국의 화물 데이터 플랫폼인 Logink를 배치하는 전 세계의 모든 항구들에게 이것을 사용하는 것을 국방부를 통해 금지시켰다. 기밀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캐시 호출 뉴욕 주지사의 전 수석보좌관이 중국요원이었음이 확인됐다. 최근에는 중국 유학생과 과학자들이 스파이 활동의 주요 통로가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한 미국 당국은 중국 해커들이 미국 사법 기관의 도청 활동 등 비밀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미국의 상용 네트워크에 침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올해 초 영국 당국은 중국과 관련된 해커들이 주소 등 국민 4천만 명의 정보가 담긴 유권자 명부에 접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의 선거와 정치에도 직접 개입하는 중국 스파이들]


문제는 중국의 첩보 공작이 해킹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캐나다 당국은 중국이 최근 두 차례 연방 선거에서 선호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중국 유학생을 동원하는 등 공작을 벌였다고 공개했다.


이와 함께 호주에선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는 사업가가 정부 각료에 접근하기 위해 지역 병원에 2만5천 달러(약 3천400만 원)를 기부했다가 기소되기도 했다.


또한 독일과 영국에선 수출 제한 품목인 레이저 기기를 중국으로 몰래 발송하고, 해외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던 중국 공작원 7명이 체포됐다.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터무니없는 듯 보이는 일들부터 소름돋는 것까지 다양하다. WSJ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검찰은 미시간 대학의 중국인 졸업생 5명이 대만 군인이 포함된 미국 방위군 훈련에서 군용 차량에서 불과 몇 피트 떨어진 곳에서 한밤중에 사진을 찍는 것을 발견하고 이들을 체포했다. 그런데 이들은 별을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중국 국가와 연계된 해킹 그룹이 주요 미국 광대역 공급업체에 침투하여 미국 법 집행 기관의 도청에 접근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정보 당국은 중국이 고급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개인 데이터를 대량으로 훔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영국 국내정보국(MI5)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이후 링크트인을 통해 중국 요원으로부터 '정보를 넘겨달라'는 요청을 받은 영국인의 수는 2만 명을 넘어선다.


이뿐 아니다. FBI는 올해 초 “중국이 수백 대의 라우터를 하이재킹하여 미국의 물과 에너지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하면서 “워싱턴이 중국의 대만 합병 시도에 개입할 경우 미국의 인프라에 대한 선제 공격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분석가와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국경 분쟁 중에 인도의 전력망과 대규모 미국 공군 기지가 있는 괌의 통신 네트워크에 악성 코드를 사전 배치하기도 했다.


[철저하게 분산돼 찾아 내기 힘든 중국의 스파이망]


WSJ은 “서방의 정보 기관 대응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은 중국을 감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중국의 정보 기관 운영은 분산되어 있으며, 수많은 기관과 민간 부문 기업에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또한 “중국의 수많은 정보기관은 느슨한 구조에서 독립성이 뚜렷하다는 점도 중앙정부의 통제가 확립된 서방 국가들과 다른 점”이라면서 “서방 정보기관 입장에선 이 같은 중국 정보기관의 독립성과 모호성 때문에 침투 공작을 벌이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WSJ은 이어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권력에 대한 자신의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시진핑의 욕구”라면서 “그는 1991년 소련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바라보며, 이념적 통제가 느슨해지면 중국의 공산주의 통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시진핑은 2014년에 국가안보위원회를 만들어 안보 업무에 대한 통제를 중앙 집중화하고 당의 정치적 지배력과 중국의 경제적 힘과 식량 자립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국가 안보 정의를 설정했다.


이러한 강조는 최근 몇 년 동안 베이징이 영토 분쟁, 기술적 우위, 코로나19의 원인에 대해 워싱턴과 충돌하면서 집착으로 변했다. 편집증을 더욱 부추긴 것은 전 미국 정보부의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이 모바일 전화 네트워크를 포함한 중국 인프라를 광범위하게 해킹했다는 주장이 나오고부터였다.


시 주석은 관리들에게 “안보는 중국 성장의 전제 조건이고, 성장은 안보의 보장”이라면서 “안보와 경제성장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지금 중국이 경제성장을 중시하면서도 국가안보를 더욱 강화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을 것이다.


[스파이 활동을 국력 신장의 기반이라 믿는 시진핑]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첩보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은 인력과 자원 면에서 상대 국가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FBI는 중국이 운용하는 해커의 수가 미국의 사이버 분야 요원 규모의 최소 50배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도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사이버 요원 수를 합산한 것보다도 큰 규모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유럽 정보기관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첩보·안보 관련 요원의 수는 총 60만 명에 달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후 정보기관을 대폭 강화했다. 시 주석이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이후 중국의 정보 능력은 냉전 시절 구(舊)소련을 뛰어넘을 정도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해외정보국(MI6)의 운영 및 정보 책임자 출신인 나이절 잉크스터는 “시진핑 체제하에서 중국이 정보기관을 육성한 원인은 결국 정권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부의 스파이 경계령 강화한 중국]


중국이 이렇게 해외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스파이들을 내보내 첩보활동을 하면서 반대로 중국내의 해외 스파이들을 찾는데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자체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외국 스파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내용의 드라마를 독점 공개했다”면서 “국가안전부는 최근 위챗 계정을 통해 '안차오슝융'(暗潮洶涌)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어두운 기류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의 이 드라마는 영어로는 '더 다크 타이드 이즈 레이징'(The Dark Tide is Raging)으로 번역됐다.


SCMP는 이에 대해 “제작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당 위챗 계정을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안전부가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면서 “국가안전부는 이 드라마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7월 38세로 숨진 인민해방군 AI 워게임 전문가인 펑양허 대교(대령) 사건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후난성 창사에 있는 국방기술대(NUDT) 부교수인 펑양허는 인민해방군의 워게임에 사용되는 AI 프로그램 '워 스컬'(War Skull) 1편과 2편 개발을 주도했다. 미국 하버드대와 아이오와대에서 유학한 그는 국방기술대에 재직하면서 지난 10년간 30여개의 국가·지방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는 당시 중요한 임무 수행 요청을 받고 창사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날아와 택시를 탔다가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과학자도 최신 전투기의 엔진과 터빈 시스템에 사용되는 기술을 연구해 오다 누군가 고의로 고장 낸 렌터카를 몰고 공항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그의 비서 중 한 명이 연구 자료를 넘기기 위해 외국 스파이와 거래를 시도하는 모습과 다른 과학자 세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도 드라마에 등장한다. 외국 스파이의 우두머리는 홍콩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중국 방첩당국은 드라마상에서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스파이의 범죄 행위를 엄격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SCMP에 따르면 과거 베일에 싸였던 이 기관은 지난해 7월 개정된 반간첩법(방첩법) 시행 이후 소셜미디어(SNS)와 관영 매체를 통해 '간첩 식별법'을 홍보하거나 자국을 겨냥한 외국의 간첩 활동에 경각심을 고취하는 등 활발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드라마도 자국민에게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스파이들에 대한 경계령을 강화하는 목적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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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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