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모는 女 뉴욕주지사 전 보좌관, 中 스파이였다]
미국 뉴욕과 필리핀 양쪽에서 동시에 터진 중국 스파이 의혹으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스파이 의혹을 받는 이들이 권력의 핵심부에 깊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필리핀 정치계에 중국의 마수가 깊이 침투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고 있디.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캐시 호철(Kathy Hochul) 주지사와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 뉴욕 주지사 두 사람 밑에서 일했던 전 비서실 차장 린다 쑨(40)이 중국의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를 잡고 전날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자택에서 미 수사당국에 체포됐다”면서 “쑨 전 차장과 남편 크리스 후(41)가 중국 정부를 위해 미공개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린다 쑨은 14년간 다양한 직책을 맡으면서 대만과 미국의 외교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실제로 한 주(州) 의원이 호철 주지사에게 “대만 정부 관계자를 함께 만나자”고 요청하자, 쑨은 중간에서 “호철 주지사가 중국과 대만의 민감한 문제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란다. 만나지 말아달라”고 해당 의원에게 편지를 보낸 적도 있었다.
NYT는 또한 “린다 쑨은 뉴욕 정치인들이 대만 관계자들과 고위급 회담을 하는 것을 막고,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가 발표한 성명에서 대만의 공식 명칭인 ‘중화민국’을 삭제했다”면서 “심지어 대만 공무원의 주지사 사무실 접근을 차단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NYT은 더불어 “검찰은 그녀가 중국 관리들이 쉽게 미국 고위 인사들을 만날 수 있도록 허가 없이 주 정부 공식 선언문과 주지사 서명이 있는 공식 문서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면서 “검찰은 이런 선언문이 실질적인 의미가 있지는 않지만, 일부 외국 정부에서는 높이 평가하는 문서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연방수사국 수사를 감독한 뉴욕 동부지검의 브론 피스 검사는 “린다 쑨의 행위는 중국과 중국 공산당의 의제를 은밀하게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했으며 대중의 신뢰를 배신했다”고 말했다.
피스 검사는 이어 “피고인과 그녀의 남편은 뉴욕주 행정회의소 부소장으로서 뉴욕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고 강조했다.
린다 쑨 부부는 이러한 행위의 대가로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NYT에 따르면 린다 쑨은 중국으로부터 받은 돈을 세탁해 롱아일랜드 맨해셋에 위치한 360만 달러(약 48억원)짜리 집과 호놀룰루에 190만 달러(약 25억원)짜리 콘도를 구매한 증거를 확보했다. 더불어 이들 부부는 2024년형 페라리를 포함한 고급 자동차도 구매해 타고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린다 쑨은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 시절인 2012년 처음 뉴욕주정부에 들어와 14년 동안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일했다. 뉴욕주 아비 스몰 대변인은 “린다 쑨은 10여 년 전 행정부에 고용된 인물”이라며 “뉴욕주는 2023년 3월 부정행위의 증거를 발견한 후 그녀를 해고했고 즉시 사법 당국에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기소는 중국 정부가 미국 전역에 비밀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력을 막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브루클린의 미국 검찰이 주도한 법무부의 이니셔티브 중 가장 최근의 사건이라는 점이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자신을 민주주의 운동가이자 학자라고 밝힌 퀸즈 출신의 75세 남성 왕슈쥔이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한 중국 정부를 대신해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계 가족을 감시한 중국인 3명 등을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대사관 류펑위(劉鵬宇)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정부와 언론은 소위 ‘중국 요원’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과장해 왔으나, 그 중 많은 부분이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을 표적으로 삼는 근거 없는 중상모략과 비방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커지는 '린다 쑨' 사건, 뉴욕 주재 中 총영사 사실상 추방]
린다 쑨이 기소되면서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가 보직에서 제외된 것으로 4일 전해지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CNN은 이날 뉴욕 맨해튼의 한 행사장에서 캐시 호철 주지사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요청으로 국무부 고위 관리와 통화하면서 뉴욕에 있는 중국 총영사(황핑)를 추방하고(expel)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면서 “이후 그가 더 이상 뉴욕 공관에 있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황핑 총영사는 미국 정부에 의해 추방되지 않았다”면서 “8월에 정기적으로 예정된 기간이 끝나서 보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AP 통신은 “공소장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가 10년 가까이 뉴욕주 최고위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린다 쑨이 지난 14년간 주 정부에서 일하면서 사업 개발, 아시아계 미국인 주무 부서 등에서 여러 직책을 맡았기 때문에 다양한 친중국적 행동들을 했을 것이란 뜻이다
[린다 쑨 사건이 미중관계에 미칠 영향은?]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미중관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미국의소리(VOA)는 5일(현지시간) 중국대사관의 황핑 뉴욕주재 총영사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추방되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서 “린다 쑨의 사건은 중국 국가안전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VOA는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는 황핑 총영사가 추방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 국무부는 추방이 아닌 임기만료로 대사관을 떠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면서도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와의 대화 내용으로 살펴봤을 때 황핑 총영사가 추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VOA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의 태도는 단호했다.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는 “중국 정부가 린다 쑨과 협력하는 이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사람은 누구든 떠나야 한다는것이 우리의 분명한 뜻”이라고 CNN에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또한 국무부가 위험하고 터무니없는 행동에 대해 중국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VOA는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의 태도는 강경하지만 미 국무부는 중국의 체면을 고려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외교 정책 위원회의 선임 연구원 마이클 소볼릭은 X에 “국무부의 대응이 수치스럽다“면서 “린다 쑨의 사건은 중국 당국이 미국의 공무원과 결탁했다는 점에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타임스의 국가 안보 담당 기자 빌 거츠도 X에 “린다 쑨 사건에 대해 국무부가 어정쩡하게 대응하는 것은 미중간 긴장 고조를 피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제이크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의 중국 방문으로 미중간 긴장완화가 시도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빌 비숍도 뉴스레터 시노시즘에 “총영사를 추방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것이며 중국은 아마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행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외교적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실제적으로는 추방이지만 공식적으로 그러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중국 외교관을 추방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이었다. 2020년 7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고 모든 직원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는 영사관이 정보 수집 센터가 되었다는 미국 정보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겠다고 미국에 통보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전략을 그대로 보여준 린다 쑨 사건]
그런데 이번 린다 쑨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중국의 국가안보기관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해외 정치 개입사례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전 중국 담당 국장이자 조지타운대학교의 미중 글로벌 이슈 대화 이니셔티브의 선임 연구원 데니스 와일더는 “중국은 미국에 귀화했지만 중국과 광범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시민권자들을 찾고 있다”면서 “만약 그들의 가족이 중국에 있다면 그들에게 중국 정부는 사업 기회를 제공하면서 미국 시민권자에게 중국 입장에서 일하도록 붙잡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분세탁해 시장까지 지낸 필리핀의 중국 스파이 논란]
한편, 필리핀에서 중국인이면서 필리핀인으로 속여 '중국인 간첩' 혐의를 받다가 해외로 달아난 소도시 전직 시장이 인도네시아에서 붙잡혔다.
로이터 통신은 4일(현지시간)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35·여) 전 시장이 이날 오전 1시 30분께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에서 체포됐다”면서 “궈 전 시장은 필리핀에서 '범죄 소굴'로 악명 높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유착해 불법 입국 알선 등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었으며, 그에게 범죄 수익금 1억 필리핀페소(약 23억8천만원) 이상을 돈세탁한 혐의도 적용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10대 시절 궈화핑이라는 중국인 신분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뒤 필리핀인으로 '신분 세탁'했으며, 중국을 위해 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는 지난 5월부터 필리핀 상원 조사를 받아왔다. 실제로 현지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 궈 시장 지문은 2003년 필리핀으로 입국한 중국인 여성과 지문이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궈 전 시장이 상원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하자, 당국은 그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심각한 위법 행위를 이유로 들어 시장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평범한 농촌 소도시 밤반의 시장으로 크게 유명하지 않았던 궈 시장은 지난 3월 당국이 시장실 바로 뒤에 위치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단속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 도박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번창했는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긴장 관계가 형성되면서 면밀한 조사를 받게 됐다.
단속 결과 이곳은 사람 수백 명을 가둬놓고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사기 범행을 시키는 소굴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줬다. 당국은 이곳에서 중국인 202명과 다른 외국인 73명을 포함해 감금된 약 700명을 구출했다.
문제는 궈 시장이 이곳 업장 7만9000㎡ 부지 가운데 절반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궈 시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헬리콥터도 보유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 현지에서는 필리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중국이 심어놓은 ‘자산’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마디로 중국의 스파이가 필리핀 정계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필리핀에서 일어난 ‘중국 스파이’ 사건이 이들 나라만의 일일까? 친중파가 득실거리는 한국은 어떠할까?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