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개월만에 또 대만 포위훈련, 라이칭더 '양국론' 대응]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대만독립’ 발언을 이유로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대만포위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대만포위훈련은 지난 5월에 이어 5개월만에 실시되는 것으로 이번 훈련을 통해 중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의문시된다는 점, 또 중국내 경제위기로 인한 민심이 흉흉하다는 점들 때문에 과연 며칠간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는데 결국 하룻만에 깃발을 내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중국인민해방군이 동쪽에 랴오닝 항공모함을 배치하는 등 대만 주변 봉쇄 훈련을 시작했다”면서 “동부전구 대변인인 리시 해군대장은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聯合利劍] 2024B’가 해상 및 공중 전투 준비 순찰과 기타 지역의 봉쇄 능력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리시 대변인은 이어 “훈련에서 군함과 항공기가 여러 방향에서 대만 섬에 접근하고, 각 군 병종이 합동 돌격할 것”이라며 “해상·공중 전투준비, 경계, 순찰과 주요 항구·영역 봉쇄, 해상·육상 타격, 종합적 통제권 탈취 등을 집중 훈련해 전구 부대의 연합 작전 실전 능력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또 “이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독립 도모 움직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국가 주권과 국가 통일을 수호하는 정당하고 필요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SCMP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인민해방군은 14일 이른 아침 어둠 속에서 대만 주변 봉쇄훈련을 시작했으며 항공모함 랴오닝함은 대만 동쪽을 항해하며 합동훈련 일정에 따라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중국 해경도 이날 오전 류더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해경 2901·1305·1303·2102 편대가 대만 주변 해역에서 순찰을 한다”며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섬을 통제하는 실제 행동”이라고 밝혔다.
대만과 인접한 중국 동남부 푸젠성 해경은 이와 별도로 “대만 관할인 둥인다오(東引島)와 마쭈다오(馬祖島) 부근 해역에서 검증·식별, 선박 승선 검사, 통제, 퇴출 등을 포함한 '종합 법 집행·순찰'을 실시한다”고 했다.
[중국 분노케한 라이칭더 대만총통의 ‘양국론’ 발언]
이번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포위 훈련은 지난 10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대만 건국기념일(쌍십절) 연설에 항의하는 성격으로 보인다. 라이칭더는 그날 연설에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면서 “대만은 국가의 주권을 견지하고 침범이나 병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라이 총통은 113주년 대만 국경대회 기념사에서도 “중화민국(대만)은 113세 생일을 맞는 독립국가”라면서 “우리의 이웃 중화인민공화국은 이제 막 75주년 생일을 지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이를 놓고 보면 중화인민공화국은 절대로 중화민국 인민의 조국(祖國)이 될 수가 없다”면서 “반대로 중화민국은 도리어 중화인민공화국의 75세 이상 되는 인민의 조국이 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 총통은 그러면서 “지금 중화민국(대만)은 이미 타이·펑·진·마(臺澎金馬·대만 본섬과 펑후, 진먼, 마쭈)에 뿌리내렸고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이른바 '양국론'(兩國論)을 내세우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라이총통은 중화인민공화국 이전에 중화민국이 이미 존재했는데, 중화민국의 국민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조국이라 부른다면 시간의 선후를 뒤집는 부조리일 뿐이라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실제로 중화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보다 무려 38년이나 먼저 제국(帝國, 황제의 나라)을 무너뜨리는 민국(民國, 국민의 나라)혁명을 통해서 세워진 나라이다.
그래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10월 1일을 건국절 개념의 국경일로 기념하지만, 중화민국(대만)은 1911년 10월 10일 공화국의 이념을 내걸고 후베이성 우한에서 일어난 신해혁명(辛亥革命)이 중화민국(中華民國) 건립의 기점(起點)이기 때문에 이날을 국경일로 지낸다.
라이칭더 총통은 지난 5월 20일 총통 취임사에서도 대만의 독자적 역사성을 강조하는 강성 발언을 남겼다. 당시 그는 중화민국의 헌법을 근거로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 관계가 아니다”라는 강력한 독립의 원칙을 천명한 후 취임사 맺음말에서 “도발적” 주장을 이어갔다.
라이 총통이 이러한 ‘양국론’을 강조한 데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라이칭더의 연설 당일에 “그가 어리석은 대만 독립 입장과 정치적 사익을 위해 대만해협 긴장 격화도 불사하는 음험한 속셈을 또다시 드러냈다”면서 “‘독립’을 도모해 도발을 꾀하는 것은 ‘죽음의 길’”이라고 경고했다.
[벌써 네 번째인 중국의 대만포위훈련]
이러한 중국의 대만 포위훈련은 최근 수년간 네 번째를 맞는다. 중국군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대만을 둘러싸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였고, 지난해 4월에는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당시 미 하원의장 회동을 이유로 재차 대만 포위 훈련을 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 20일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연설을 문제 삼아 취임 사흘 만인 23일부터 이틀 동안 대만 포위 '연합 리젠-2024A 연습'을 했다.
중국의 선전매체들이 공개한 10월의 훈련 배치도를 보면 2022년 8월 훈련과 작년 5월 훈련, 이번 훈련의 영역은 대만 북부·남서부·동부에서 일부 겹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새로운 장소를 '개척'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전개 병력과 대만 주요 도시의 거리도 차츰 가까워지고 있다. 올해 5월 훈련 당시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이 대만 본섬에서 24해리(약 44.45㎞)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대만포위훈련 때도 중국 당국이 출구전략을 고심할 정도로 대만 포위훈련에 대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우리 신문은 지난 5월 28일, “경제 부진에 ‘민심 흉흉’, '대만포위' 당일 ‘경제 우선’ 외친 시진핑!”이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723회)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부진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돌연 국내외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면서 경제살리기 행보에 나섰다”면서 “그런데 바로 그 날이 대만 포위훈련을 벌인 날이기도 해서 국가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잘못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눈여겨볼 점은 당시 5월이나 지금 모두 상황이 변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경제여건은 더욱 악화되었디. 사실 대만 포위훈련을 한다고 해서 대만을 당장 복속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만이 겁을 먹고 고개를 숙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 신문은 “대만포위훈련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또 무엇을 위한 작전이었는가? 오히려 이 때문에 글로벌 경제인들로부터 탈중국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또 하나 만들어주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 5월 우리 신문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개혁개방 시기를 지나면서 두 자리 수 성장을 맛보며 살아왔던 중국인들이 시 주석 집권 이후 오히려 몰락해 가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불만을 느끼고 있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이 다시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만 사태를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아마도 엄청난 실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지금의 중국이다. 과연 시진핑의 갈 짓자 걸음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우리 신문은 지난 5월 25일에도, “역풍 몰아친 중국의 대만포위작전, 출구전략 고민하는 시진핑!”이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722회)을 통해 “문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중국의 압박이 대만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으며 미국의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은 오히려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리 신문은 이어 “대만 본토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국민의 92.6%가 중국 군용기와 선박이 대만 주변에서 계속 활동하는 것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중국이 대만을 위협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으며, 오히려 양안 대결심을 고조시키는 악영향만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포위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날에도 대만의 경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인민해방군의 대만 포위훈련에도 대만 가권지수는 전장 대비 73.65포인트(0.32%) 오른 22,975.29에 마감했다.
지수는 출발과 동시에 반락했다. 중국이 오전 5시(현지시간)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것이 장 초반 가권지수를 짓눌렀다. 그러나 TSMC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상승 전환했다. 이후 일부 기술주와 전자주가 수혜를 입으며 가권지수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결국 중국의 대만 포위에도 불구하고 대만 국민들은 별 동요도 없으며 대만의 경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발하는 美, 경계하는 日, 中 또다시 출구전략 고심?]
이러한 중국의 대만포위훈련에 대해 미국의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일상적인 연례 연설에 군사적 도발로 대응하는 것은 부당하고 위험을 확대한다”며 “우리는 중국이 행동에 자제력을 보이고 대만해협과 더 넓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할지도 모르는 추가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반응은 더욱 거칠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4일 “상황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일본)가 어떤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나카타니 방위상과 이와야 외무상이 오늘 이시바 총리와 면담하고 외교와 안보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이시바 총리는 자신이 주장해 온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구상에 대해 외무성·방위성과 조율하면서 논의를 진행할 의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중국의 대만포위훈련이 지난 5월의 재판(再版)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떠오른다. 대만포위훈련으로 곤혹스러운 쪽이 대만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주식시장 부양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중국 당국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외교적으로도 중국의 입지는 더 나빠질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번 대만 포위훈련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까? 그래서였을까? 기세 등등하던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포위훈련을 단 하룻만에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말로는 “성공적으로 종료한다”고 했지만 이는 변명일 뿐이다.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한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