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美 중재 거부 후 강공 결단한 이스라엘, 결국 두 손 든 헤즈볼라 - 이스라엘 '이란 보복계획' 美에도 철저히 함구, 중재 거부 - 결국 고개 숙인 헤즈볼라, '조건없는 휴전' 시사 - 이스라엘 4개 사단 레바논에 추가 투입해 공세 강화
  • 기사등록 2024-10-10 04:44:56
기사수정



[이스라엘 '이란 보복계획' 美에도 철저히 함구, 중재 거부]


이스라엘-이란의 갈등 고조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에 봉착한 가운데, 이스라엘의 국방장관이 미국 펜타곤으로 건너가 이란 보복 공격과 관련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막아서면서 만남 자체가 취소됐다. 이는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에 미국의 간섭을 거부하겠다는 의미여서 이스라엘의 공격 방안이 강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헤즈볼라는 사실상 휴전을 요청했는데, 이는 이스라엘과의 정면대결에서 두 손을 든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이스라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10일, 미국 워싱턴의 펜타곤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대 이란 보복방안과 이란 대리 세력과의 분쟁 상황을 협의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취소되었다”면서 “이는 두 동맹국 간의 긴장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로,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다각적 갈등이 더 큰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네타냐후와 바이든 간의 전화통화에서 이란 보복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불신이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방안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이란을 향한 보복작전에 미국이 개입하게 되면 제대로된 보복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양국간 국방장관의 만남도 거부하고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복 방안의 개요에 대해 통보하는 것으로 전화회담을 끝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악시오스는 8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로 이스라엘의 대 이란 보복 계획을 논의한다”면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근 대규모 공습에 대한 보복을 공언한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통화에 나서는 까닭에 이스라엘의 결단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미국에 대해 이란의 보복방안을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어 미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최근 이스라엘이 미국에 미리 알리지 않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군사작전을 벌인 데 이어 이란에 대한 보복 계획에 대해서도 귀띔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공습에 대한 보복 공격 시점은 물론이고, 이란 내 공격 목표에 대해서도 보안을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미국 당국자들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미국 방문 일정에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되면서 미국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은 지난 4월의 1차 보복때보다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이스라엘은 이란 본토를 타격했지만, 석유 시설이나 핵 관련 시설은 표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이번의 보복은 그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의미다. 곧 이란의 석유시설이나 핵 관련 시설까지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중동 지역의 미군 작전을 지휘하는 에릭 쿠릴라 중부사령관은 지난 6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갈란트 장관을 포함한 이스라엘 군 지도부에 이란의 석유 시설과 핵 관련 시설을 표적으로 삼지 말라는 뜻을 전달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이번 보복 공격에선 이란의 군사시설이나 정보기관 관련 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결국 고개 숙인 헤즈볼라, '조건없는 휴전' 시사]


이렇게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그간 제시해온 선결 조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사실상 조건없는 휴전을 제안하고 나섰다.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9일 공개된 30분 분량의 영상 연설을 통해 “레바논 정부가 휴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치적 노력을 지지한다”며 “외교의 장이 열리면 다른 세부 사항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헤즈볼라의 휴전안은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 그동안 헤즈볼라가 이런 저런 조건을 달았지만 이번에는 아예 그러한 조건이 전혀 없이 휴전론을 꺼냈다는 점에서 그만큼 헤즈볼라가 위기에 처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막아 보려는 시도가 아닌가 풀이된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헤즈볼라의 입장 변화가 그전에도 포착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휴전 조건으로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처음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이스라엘의 공세가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에서 사단 병력을 계속 투입하는 등 지상전을 확대해가고 있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휴전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이번 기회에 헤즈볼라 세력들의 싹을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강경론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헤즈볼라가 휴전을 거론한 것은 헤즈볼라의 입장이 불리해진 것을 보여준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외교적 해결을 원하지만, 세계가 1년간 휴전을 요구했는데도 헤즈볼라는 동의하지 않다가 전세가 불리해진 지금 갑자기 휴전을 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카네기 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게 알리 부센터장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며 “헤즈볼라는 정치를 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에는 충분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 이스라엘 북부 사령부를 방문해 “(수장이었던) 나스랄라는 제거됐고 후임자(사피에딘)도 제거됐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는 지도자가 없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갈란트 징관은 이어 “전쟁 1년 만에 하마스는 해체된 조직이 됐고 헤즈볼라는 부상 입은 조직이 됐다”며 “레바논에 연기가 걷히면 이란은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니 헤즈볼라의 휴전 운운하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고 이스라엘의 계획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 말한 것이다.


[이스라엘 4개 사단 레바논에 추가 투입해 공세 강화]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9일, 레바논 남부 지상작전에 병력을 추가로 배치해 공세를 강화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북부사령부 산하 146예비사단이 레바논 남서부에서 헤즈볼라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시작했다”면서 “146사단이 213포병여단과 함께 이 지역의 헤즈볼라 기반시설을 찾아내 해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또 이날 “골라니보병여단이 헤즈볼라 군사단지가 있는 레바논 남부의 고지대 마룬엘라스 지역을 장악했는데, 이곳에서 로켓 발사대, 지하 시설, 은신처 등 다양한 구조물과 총, 대전차미사일 등 무기가 발견됐다”며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에게 직접적 위협을 가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도 이날 하루동안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등지에 로켓 135기를 쏘며 대응했다. 또한 친이란 무장세력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도 이날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지원을 명분으로 이스라엘 중부와 북부에 순항미사일과 무인기(드론) 5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에게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와 함께 가자전쟁 초기 공격력을 집중해 이미 잿더미로 만든 가자지구 북부에서 공세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재기를 막아 테러집단 섬멸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때문이다.


[이스라엘군, 헤즈볼라 고위급 또 제거…“군수 지휘관 사망”]


이렇게 이스라엘이 레바논 지역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 수하일 후세인 후세이니를 제거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는 9일, “후세이니가 헤즈볼라의 군수 사령부 수장이자 최고 군사 기구인 지하드 위원회의 위원으로서 이란과 무기 거래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면서 “후세이니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 공격을 비롯한 전쟁 계획과 기타 특수 작전 등이 포함되는 헤즈볼라의 가장 민감한 사업들의 예산과 군수 관리를 책임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19일부터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군사시설 등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진행하면서 지휘부를 무너뜨리고 있다. 같은 달 20일에는 헤즈볼라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 등 핵심 지휘관 10여명이 무더기로 숨졌고, 27일에는 헤즈볼라 일인자이자 '저항의 축' 맏형 격인 하산 나스랄라마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달 초에는 헤즈볼라의 차기 수장으로 거론돼 온 나스랄라의 사촌 하심 사피에딘 집행위원장 역시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을 받았고 이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스라엘측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지언론들도 사피에딘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렇게 지금 중동은 중동전쟁이라는 엄청난 화약고 앞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전쟁은 사실상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이스라엘의 공세에 헤즈볼라는 물론이고 심지어 이란마저도 이스라엘의 대응에 숨죽여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하마스의 1년전 공격으로부터 시작된 중동의 위기는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이 어떤 수준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중동의 형세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2038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