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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전쟁 판도 바꾼 우크라 드론, 미국도 한 수 배운다! - 미 해군에 큰 교훈을 준 우크라 해군 드론 - 870억원 짜리 최신형 초계함도 강타한 우크라 해상드론 - 공중·해상 드론으로 재미 본 우크라, 지상 드론에도 눈독
  • 기사등록 2024-06-20 11: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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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에 큰 교훈을 준 우크라 해군 드론]


우크라이나의 해군 드론이 전장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면서 미 해군도 주목하고 있다. 해군이 전혀 없는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사실상 그 막강했던 러시아 해군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 해군은 우크라이나 해상드론에 당할까봐 아예 흑해 인근으로 나오지도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우크라이나 해군 드론의 성공이 미 해군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는 제목의 오피니언 면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해군 없이 흑해에서 러시아를 물리치고 있다”면서 “미 국방부는 이를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WP는 이어 “아직 주목받지 못했지만 우크라이나가 흑해 전투에서 거둔 예상치 못한 승리는 해전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될 수 있다”면서 “자체 해군이 없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 함대의 최소 3분의 1을 무력화하고 러시아의 해상 봉쇄를 깨고 곡물 수출을 위해 흑해를 다시 열었으며, 우크라이나의 수출량은 이제 전쟁 전 수준에 근접하여 전시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이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이를 설명하려면 2022년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호를 침몰시킨 국산 넵튠을 비롯한 강력한 대함 순항 미사일의 사용에서 시작된다. 우크라이나는 그때부터 해군 없이도 러시아 해군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본격적으로 러시아 군함을 사냥할 수 있는 자체 무인 수상함도 개발하는 등 눈부신 혁신을 이뤄냈다.


우크라이나 해군의 해상드론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를 받을 만큼 엄청난 진보를 이뤘다. 키이우포스트가 1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14~16일 남부 오데사 지역에서 열린 흑해 안보 포럼에서 ‘카미카제 스토커 5.0’(Kamikaze Stalker 5.0, 이하 스토커 5.0) 해상드론 보트가 공개됐다.


스토커 5.0 해상드론은 길이 약 5m, 너비 1.2m이며 최대 150㎏의 폭발물을 탑재할 수 있다. 이 해상드론들은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서 드론 운영자에게 실시간으로 공격 지점의 영상을 전송하는 기능도 있다. 작전 반경은 최대 600㎞, 최대 속도는 시속 75㎞로 알려졌다.


이 해상드론들은 특히 적에게 다가가 자폭하는 기능 외에도 정찰 및 해안 순찰에 이용할 수 있으며, 군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 음식이나 물, 군사 및 의료용품 등을 전달하는데도 용이하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스토커 5.0 해상드론은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대교)를 목표로 삼기에 충분하다”면서 “특히 우크라이나 해병대에게 유독 보급품을 전달하기 어려웠던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빠르게 진화하는 해상드론은 러시아의 침공을 격퇴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노력과 관련한 주요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됐다”면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과 우크라이나 군정보국(HUR) 등이 사용하는 다양한 무인 선박의 조합으로 러시아 해군은 흑해에서 퇴각했으며, 우크라이나는 국가 경제 생존에 필수적인 곡물 선적 통로를 다시 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870억원 짜리 최신형 초계함도 강타한 우크라 해상드론]


미 해군이 특히 눈여겨보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해상드론들의 엄청난 활약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이 시작된 지 약 8개월 후인 2022년 10월, 전장에 첫 해상드론을 투입한 뒤, 러시아의 공격에 대항하는 동시에 전황을 뒤바꿀 무기 중 하나로 해상드론을 선택하고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의 해상드론은 러시아군이 자랑하는 870억 원짜리 초고가의 최신형 초계함을 파괴하는 활약상을 보여줬다.


실제로 지난 3월 우크라이나군은 크름반도 페오도시아 항구를 공습해 러시아군의 최신형 군함인 세르게이 코토프함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공격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개발한 해상드론인 ‘마구라 V5’(MAGURA V5)가 동원됐다. 마구라 해상드론은 최대 1t의 폭발물을 싣고 80km의 속도로 60시간, 400km까지 운항할 수 있다.


‘마구라 V5’ 해상드론은 지난 2월, 러시아군의 3800t급 대형 상륙함인 세자르 쿠니코프함을 크름반도 연안에서 격침시킬 때도 투입됐으며, 같은 달 유도미사일함인 이바노베츠함을 침몰시킨 것도 ‘마구라 V5’ 해상드론이었다.


WP도 우크라이나의 ‘마구라 V5’ 해상드론의 우수성을 격찬했다. WP는 “멀리 떨어진 조종사가 목표물을 향해 조종할 수 있는 카메라와 위성 링크가 장착되어 있으며, 레이더에 탐지하기 어려운 소재로 만들어졌다”면서 “제작에 수년이 걸리는 수백만 달러짜리 군함을 불과 몇십만 달러에 불과한 드론이 침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뉴 아메리카 싱크탱크의 P.W. 싱어는 “이것이 전쟁의 미래에 판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WP에 말했다.


퇴역 제독이자 전 나토 사령관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도 “우리는 해양 전쟁에서 절대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대형 수상함이 공중, 수상, 수중 드론에 대한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을 미국과 같은 강대국 해군이 빨리 이해할수록 격동의 21세기에 주요 전투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짚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제독은 그러면서 “진주만에서 파괴된 전함 전열처럼 항공모함의 시대는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한 뒤 “이제는 조달의 중심축을 유인 군함에서 더 많고 훨씬 저렴한 무인 선박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공중·해상 드론으로 재미 본 우크라, 지상 드론에도 눈독]


전장에서 공중 및 해상드론을 적극 활용하며 러시아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한 우크라이나가 최근 지상에도 무인 드론 투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 정부 기구인 '브레이브1'은 전쟁 발발 후 최근까지 '지상 드론'으로 알려진 '무인 지상 차량'(UGV) 50여종 이상을 테스트했다”면서 “원격 운용이나 자율 제어에 의해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도 군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차량인 UGV는 보통 전장에서 적군 부대에 몰래 침입해 기습 공격을 가하거나 지뢰 제거 및 설치, 부상병 운송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나탈리아 쿠시네르스카 브레이브1 최고운영책임자(COO)는 WSJ에 “무인 지상 차량은 이번 전쟁의 다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UGV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전장으로의 투입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기관총을 탑재한 우크라이나군의 UGV 한 대가 4㎞ 거리를 이동해 러시아군 부대에 침입해 300발 이상의 기습 총격을 가하며 러시아군을 놀라게 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우크라이나 국내 회사가 개발한 이 UGV는 작은 사륜형 오토바이에 기관총을 붙인 형태로,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 당시 러시아군을 공격한 뒤 다시 키이우 제5 돌격 여단에 무사히 복귀한 이 UGV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전장에 출격했다.


공격 직후 우크라이나군이 수집한 첩보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군은 UGV의 공격이 어디서 이뤄지는 것인지 파악하지 못해 큰 혼란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의 UGV 도입은 많은 국가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또 하나의 '전시 실험'이기도 하다는 것이 WSJ의 견해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기 값싼 공중 및 해상드론을 적극 전장에 도입해 러시아의 값비싼 무기를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전 세계에 드론 무기를 대중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지상 드론을 테스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거 2차세계대전부터 프랑스, 영국 등 군사 선진국들도 UGV를 전장에 도입하기 위해 실험했지만, 지금까지는 비용 대비 큰 효과를 본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영국의 싱크탱크 왕립연합군연구소의 트레버 테일러 국장도 “지상은 공간이 넉넉한 바다나 공중에 비해 무인 드론을 운용하기에 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지상 드론 부문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UGV 제작에 돌입한 무기 업체들은 최근의 통신·센서 기술 발전이 UGV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 중인 의료 및 지뢰 제거용 UGV 15대를 제작한 에스토니아의 로봇 차량 제조업체 밀렘은 UGV가 일반 구급차와 달리 추가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 없이 최전선까지 부상병 운송을 위해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공중 드론이나 해상드론과 마찬가지로 지상 드론도 저렴한 부품과 단순한 제작 과정으로 최상의 효용을 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중국도 대만 공격시 활용할 수 있는 시가전용 로봇개를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11일, “중국이 지난 5월 말 종료된 ‘중국-캄보디아 골든 드래곤 2024 합동훈련’에서 군용 로봇견 2마리를 전시해 시가지 공격 및 방어전에서의 효율성을 테스트했다”면서 “대만에서의 시가전 전투를 가정해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 이 로봇개의 성능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지난 5월 30일, ‘골든 드래곤 2024 합동훈련’을 언급하면서 “로봇개가 실제 군사훈련에 투입되었으며 이미 인민해방군에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 VOA 보도와는 상당히 다른 실전배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VOA는 “중국당국이 공식적으로 공개한 영상을 보면 로봇개의 작동 상태가 아직도 인간의 조력이 있어야만 운용이 가능한 상태로 지능 수준이 매우 제한적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이젠 지상 드론까지도 다양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전장은 드론이 지배하는 무인 전쟁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WP는 “아직까지도 미군은 인간에 의한 전투라는 고정관념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다”면서 “미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젠 드론이 전장의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미국이 신속하게 배우면서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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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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