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푸틴의 평양행, 중국은 원치 않았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 간다. 그런데 푸틴의 북한 방문에 대해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오히려 푸틴의 평양행으로 말미암아 북-중-러 삼각연대까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4일, “푸틴의 최근 행보는 그가 얼마나 절박해졌는지를 보여준다”는 제목의 오피니언면 기사를 통해 “푸틴이 최근들어 일련의 힘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들은 사실 푸틴이 지금 그만큼 나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러시아 함정들의 쿠바 방문 자체가 러시아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무력시위이기는 하지만, 소함대의 절반이 유조선과 구조 예인선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그다지 모습이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푸틴이 냉전의 '영광의 시절'을 재현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이는 턱도 없는 짓”이라면서 “오늘날 러시아의 해군은 전 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자국의 동부해안에서도 미 해군에 도전할 수 없는 처지인데다 변변한 해군도 없는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타격을 받은 러시아 해군이 힘을 과시한답시고 하는 행동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 평가절하했디.
텔레그래프는 또한 “푸틴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수시로 레드라인을 거론하면서 핵위협을 해 왔지만 이제 러시아 본토가 공격당하고, 이제 곧 서방이 지원한 F-16전투기가 러시아 상공을 날아다닐터인데 그땐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하다”고 짚었다.
결국 러시아의 푸틴은 수시로 레드라인을 말하면서 서방진영을 위협했고 급기야 무력시위를 통해 근육질을 과시하여 나섰지만 그럼에도 레드라인은 무너졌고 이제 푸틴에게 남은 카드는 별로 없다는 점에서 지금 푸틴이 원하는 최선의 방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이끌어내기를 희망할 수도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진단했다.
이렇게 서방을 핵으로 위협하는 것 말고는 더 이상 꺼내 놓을 무기도 없는 푸틴이 평양을 방문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중국이 탐탁치 않게 여기는 평양 방문을 구태여 하려는 의도는 도대체 무엇일까?
[푸틴의 평양방문 관련 해외 반응에 화들짝 놀란 러시아]
눈여겨볼 것은 푸틴의 평양방문과 관련된 해외의 반응에 대해 러시아가 내놓은 논평들이다. 일단 서방의 언론들이 푸틴의 방북과 관련한 예측 논평들은 오히려 푸틴과 러시아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항상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4일 VOA에 “무엇보다 더 발전되고 심화된 북러 간 군사와 안보, 기술에 대한 협력 구축은 역내를 뒤흔들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게 된다”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첨단 무기와 미사일 관련 부품과 기술, 더 나아가 핵 관련 기술과 조언 등을 양국 간 협력 가능 분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중 한 개의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지더라도 이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미국의 동북아 지역 동맹, 파트너에게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어 “이 같은 북러 간 협력에 대응해 미국과 한국, 일본이 현재의 협력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킬 것”을 조언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1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러 간 협력이 ‘전례 없다’”며 “새로운 (북러) 관계의 성격이 무엇인지, 푸틴이 김정은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 등을 알아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역내) 군사적 균형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반응들은 평양으로 가려는 푸틴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푸틴의 방북이 가져올 후과에 대해 워낙 우려가 크다보니 푸틴이 오히려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미국측 인사들이 우려하는 것 같이 푸틴의 방북 이후 북한의 군사력이 일취월장하도록 지원을 하게 된다면 푸틴은 그야말로 한-미-일은 물론이고 서방진영으로부터 집단적인 표적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
반면 이러한 서방진영의 눈초리 때문에 엄청나게 기대가 부풀어 있는 김정은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그때는 북한과의 관계마저도 엉망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으로부터 군수물자를 수입하려던 푸틴의 다양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더더욱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중국의 태도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푸틴의 방북과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며 말을 아끼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푸틴의 방북과 관련한 질문에 “관련 보도에 주목한다”면서도 “러시아와 조선(북한) 간의 쌍방 교류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중국은 러시아가 관련 국가와 전통적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중국이 이렇게 푸틴의 방북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외교적으로 푸틴의 북한 방문에 대해 썩 내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푸틴의 베이징 방문 당시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끝내고 평양으로 곧바로 갈 수도 있다는 보도들이 나왔지만 결국 귀로에 하얼빈만 들르고 곧바로 모스크바로 돌아갔다. 그때 외신들은 푸틴의 평양행에 대해 베이징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 그 이유라고 보도한 바 있다.
어찌되었건 우여곡절 끝에 푸틴이 결국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것은 푸틴의 중국방문에서 푸틴이 얻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고, 이에 결국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해 위기의 러시아에 마중물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행보에 대해 세계 언론들의 관심이 너무나 뜨겁고 또한 미국 등의 반응이 푸틴 방문 이후 북한의 동향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러시아 당국도 움찔하면서 북한과의 관계 정리에 뜸을 더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4일,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 발전 잠재력이 매우 심대하다”면서 “서방이 우려할 사안은 결코 어니다”라고 설명했다.
패스코프 대변인이 푸틴 방북 자체가 서방이 그렇게 우려할만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말한 대목은 여러 의미를 던져준다. 이는 곧 서방이 우려하는 내용, 곧 북한에 첨단 군사 기술의 전수 등의 획기적 협의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암시로 해석될 수 있다. 크렘린궁 대변인이 공식적 논평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푸틴의 평양방문 후과에 대해 러시아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과연 어떻게 진전될지 두고볼 일이다.
[중국, 김정은과도 거리두기하는 이유]
그런데 푸틴의 평양 방문 보도와 관련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우선적으로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한 이후 중국이 북한에 대해 그동안과는 상당히 다른 비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는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최우선 우방은 러시아”라고 말한 대목에 대해 시진핑 지도부가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 여파들이 북중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13일, “북한의 올해 대중 쌀 수입액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면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 사정과 북중, 북러 관계 등 북한의 쌀 수입액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VOA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에서 단립종 쌀 약 261만7천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이를 지난해 약 3천987만 달러에 비하면 약 6.6%에 불과하다. 여기에 북한이 수입한 쌀에 장립종(안남미)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중국으로부터의 쌀 수입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쌀을 수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좋아진 것일까? 그러나 지금 북한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북중간의 틀어진 관계로 인해 쌀 수입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지금의 북중 관걔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 5월 김정은의 중국 다롄(大連) 방문 당시 시진핑 주석과 산책하며 친교를 쌓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발자국 동판’이 최근 제거됐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는 경악할만한 사건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두 정상이 함께 걸었던 방추이다오 해변 인근 식당의 '7호각 전시실'도 폐쇄했다. 해당 전시실에는 김일성, 김정일이 방추이다오를 방문했던 당시 사진 등이 전시돼 있어 김정은도 방문했던 곳이었는데 돌연 그 기념관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시진핑의 기념물이나 전시관을 제거 또는 폐쇄해 버렸다는 것은 당연히 시진핑 지도부의 지시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진핑이 김정은과 이미 심리적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진핑-김정은의 발자국을 지워버린 것이 아닌가 보인다.
왜 일까? 아마도 시진핑은 김정은이 중국을 배신했다고 봤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중국을 최상전으로 모시다가 돌연 러시아의 푸틴과 짝짜꿍하면서 노는 모습에 대해 시진핑이 불쾌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 동시에 푸틴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시진핑은 심한 불쾌감을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푸틴의 북한 방문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미 사실상 다음 주에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크렘린궁이 아직까지 날짜를 공식 발표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심기가 틀어진 중국을 달래기 위해 마지막 외교 작업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렇게 중국을 설득했음에도 시진핑의 불쾌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다음 푸틴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평양 방문을 취소? 아니면 강행? 이렇게 푸틴은 지금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