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중국, 남중국해서 레드라인 넘지 말아야...”]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어떤 필리핀인이라도 중국의 고의적인 행위로 사망하면 이를 전쟁 행위에 가까운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할 것”이라면서 강력한 경고를 날려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의 BBC는 2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남중국해에서 양국 간 교착 상태가 계속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면서 “필리핀의 조약 파트너들도 같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시말해 필리핀의 이러한 경고에 대해 동맹국인 미국도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조연설자로 나서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비롯한 전 세계 국방 수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과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주체(중국)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어 “불행하게도 그 비전은 지금의 현실과는 멀다”며 “불법적, 강압적, 기만적인 행동이 계속 우리 주권과 영토를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적으로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비롯한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을 겨냥해 발언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또한 “우리가 영해에 그리는 선은 상상이 아니라 국제법에 따른 것”이라며 “필리핀은 조금도 양보할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존재는 지역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필리핀이 공격을 받을 경우 동남아시아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필리핀과 체결한 조약에 따라 필리핀을 방어할 의무가 있다. 미국은 이 지역의 동맹국들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며, 지난달 필리핀 및 일본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동맹국들과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얼마 후 연설에 나선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필리핀이 직면한 괴롭힘은 위험하며 명백하고 단순하다”면서 “필리핀과의 조약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으며, 만약 필리핀이 공격을 당할 경우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추측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대화를 확대하고 바다와 하늘에서 항행의 자유를 증진할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상황이 불필요하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중국과의 전쟁이나 싸움은 제가 보기에 임박한 것도 아니고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면서 “아시아가 안전해야 미국도 안전할 수 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갈수록 충돌 격화하는 中-필리핀]
일본의 닛케이 아시아는 지난 5월 21일, “필리핀과 남중국해 주변의 분쟁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과 중국간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지난 5월초에는 필리핀이 중국에 대해 외교적 양보가 일부 있었다는 전화 녹취록을 중국 당국이 전격 공개하면서 파문이 인 바 있었고, 바로 그 이전에는 스카버러 암초 근처에서 필리핀의 인도주의적 임무에 대해 중국 해경선이 물대포를 쏘아대면서 임무를 방해한 바도 있다”고 전했다.
사실 지난 두테르테 정권에서는 기본적으로 워낙 친중적 성향을 보였기에 특별한 충돌은 없었지만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간 관계는 자존심을 건 싸움으로 비화되어 갔다. 그 발단은 2023년 2월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안에 위치한 세컨드 토마스 암초(Second Thomas Shoal) 근처에서 해상 경계 중이던 필리핀 해양경비대 선박에 군사적 용도의 레이저를 발사하는 등 일방적 조치를 한 것에 대해 필리핀이 분노하면서 외교적 충돌로 격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지난해 8월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신들의 수역으로 규정한 ‘표준지도’를 공개하면서 필리핀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 지도는 필리핀 뿐만 아니라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도 격하게 반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로써 필리핀과 중국간의 관계는 외교적으로 해결할 여지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 그 이후로도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중국과의 크고 작은 충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에 대해 공격적 행동 더욱 강화하는 중국]
문제는 중국이 필리핀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충돌을 하는 등 직접적인 군사적 대결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군사적 행동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으며 그 빈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난 4월 30일에는 물대포의 강도가 강철을 구부리게 할 정도로 강력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마닐라의 싱크탱크인 국제개발안보협력체(IDSC)의 설립자인 체스터 카발자(Chester Cabalza)는 “중국은 긴장을 고조시키고는 있지만 이를 군사적 충돌로 격화시킬 자신감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의 불안정한 경제를 고려할 때 베이징의 게임 계획은 회색지대 운영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닛케이에 설명했다.
이에 대한 필리핀의 대응도 일단 직접적 충돌을 자제하면서 국제 사회에 누가 공격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되는 충돌이 중국과 필리핀간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필리핀의 공식적인 입장은 중국과 필리핀간의 전쟁이 지역내 무역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전쟁 시나리오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만, 이번 마르코스 대통령의 발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인의 사망 사고가 생길 정도로 문제가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국에 대해 ‘결코 무릎꿇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中'남중국해 침입시 체포·어업금지' 발표에 필리핀 ‘거부’]
그럼에도 양국간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필리핀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에도 중국이 남중국해에 일방적으로 연례 어업 금지 조치를 발령하고, 이 해역에 진입하는 외국인을 구금하기로 하자 필리핀 정부와 어민들이 이를 거부하겠다고 나서면서 양국간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급기야 분노한 필리핀 어민들이 단체로 원정대를 결성,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어로 작업을 강행하기로 해 중국이 이들을 체포할 경우 양국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중국의 조업 금지 명령에 불복종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 대표적인 영유권 분쟁 해역인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 인근으로 단체 원정대를 보내 조업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어민 약 40명, 어선 20여척으로 구성된 원정대가 스카버러 암초에서 약 35∼55㎞ 떨어져 있는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온 어장에 가서 물고기를 잡을 계획이라고 이 단체는 전했다.
사실 이 지역은 누가 봐도 필리핀 영해이고 그동안 필리핀 어민들이 조상대대로 조업을 해 왔던 지역임에도 중국은 일방적으로 9단선을 넘어 이제 10단선을 막무가내로 긋고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 해경 대변인인 제이 타리엘라 준장도 “중국의 어업 금지 조치에 맞서 해경과 필리핀군, 수산청이 스카버러 암초에 선박 배치를 늘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대 중국 견제위한 군사시설 늘리는 필리핀]
중국이 이렇게 10단선을 긋고 영유권 분쟁을 격화시켜 나가자 필리핀은 이에 대응해 필리핀과 중국의 최대 영유권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불과 200㎞ 떨어진 발라바크에 활주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발라바크는 필리핀과 중국의 최대 영유권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불과 200㎞ 떨어진 곳이다. 중국이 군사기지를 건설해 점거한 미스치프 암초와도 약 250㎞ 거리에 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5월 29일, 필리핀 당국자를 인용해 “필리핀 최서단 팔라완주 발라바크 섬에 건설 중인 활주로가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라면서 “이 활주로는 전투기 등 군용기와 민간 여객기 모두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규모”라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이어 “발라바크는 지난해 미국과 필리핀 간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미군의 순환 배치가 허용된 곳으로, 향후 미군 격납고와 창고 등도 건설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미군은 남중국해 해역에서의 군사작전이 훨씬 빠르고 또한 중국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미군은 또한 필리핀군의 전력 강화·현대화를 돕기 위해 다국적군 합동 전투훈련센터를 필리핀에서도 운용하기로 했다. 찰스 플린 미 태평양육군 사령관은 21일(현지시간) 미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육군 사령부 예하 전투지휘훈련단(JPMRC)을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있는 포트 막사이사이 기지에도 설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JPMRC는 다국적군이 합동훈련을 할 수 있는 센터다. 필리핀 내 JPMRC는 최근 시작된 미군·필리핀군의 연례 합동훈련 '살락닙' 2단계 훈련 등을 현지에서 진행하게 된다. 미 육군은 이번 훈련을 위해 지난 45일 동안 포트 막사이사이에 센터를 설치하는 작업을 했으며, 관련 책임자들에 따르면 설치 작업이 거의 끝나서 이달부터 운영을 개시한다.
이렇게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향한 도발을 강행함에 따라 미국은 필리핀의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적 시설 강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중국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모두 중국이 자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시진핑의 소탐대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