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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전쟁없이 대만 지배 가능” 워게임, “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 美 AEI·ISW,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을 점령할 수 있다” - 대만 국민들을 지나치게 무시한 美보고서
  • 기사등록 2024-05-30 04: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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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EI·ISW,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을 점령할 수 있다”]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을 점령하는 방법이 있다? 시진핑 주석의 귀가 솔깃해지는 보고서가 미국 워싱턴 DC의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져 공개됐다. 그런데 보고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우선 대만 국민에 대해 이들 전문가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중국이 그렇게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소위 대만 포위방식으로 대만이 스스로 ‘제2의 홍콩’이 되기로 결정할 것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도저히 동의를 할 수 없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와 미국전쟁연구소(ISW)가 합동으로 만들어 공개한 115쪽짜리 보고서는 한마디로 중국이 최근 대만 포위훈련을 하듯 저강도의 위협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대만 내에 ‘위험한 반중보다 안전한 친중이 낫다’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대만내 친중파들을 선동해 反美 분위기를 조성하고 결국 대만이 사실상 중국의 실효적 지배를 받아낼 수 있다는 견해다.


이러한 결론이 지난 1년여동안 ‘워 게임(War Game, 전쟁 시뮬레이션)’ 형태의 가상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여 나왔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워게임 결과, 중국의 전쟁없는 대만 지배 4단계]


그렇다면 이들 보고서에서 말하는 전쟁없는 대만 지배 4단계는 과연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보고서는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취임한 올해 5월부터 차기 총통 선거가 치러지는 2028년까지 4단계를 거쳐 결국 중국이 대만과 이른바 ‘평화 협정’을 체결하고 ‘평화 양안(兩岸·대만과 중국)위원회’ 등 정치 기구를 구성해 대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


*제1단계 (사회적 불안감 조성)


일단 제1단계에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에 대해 끊임없이 위협을 하면서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한다. 여기에는 이번 총통 취임 직후 있었던 대만 포위훈련들을 포함해 대만 내부에 침투해 수도시설들을 공격하고 또한 해저 케이블들을 절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만 내부의 사회적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게 하여 대만 내부의 라이칭더 지지자, 곧 민진당 지지자들로 하여금 라이칭더의 반중 노선에 대해 반기를 들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제2단계 (미국-대만 관계 교란)


두 번째 단계는 대만 내부에서 일어나는 혼란의 원인 제공자가 결국 미국과 밀착한 라이칭더 정권에 있다는 여론을 부추기고 더불어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미국은 대만을 지원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감 확산도 대대적으로 퍼뜨린다.


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내세우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최우선)’ 기조와도 맞물리면서 대만인들에게 불안감을 확산시킨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중국은 미 국민 1억7000만명이 사용하는, 중국 기업 소유 동영상 공유 앱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동원해 ‘다른 나라의 갈등에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미국 고립주의 여론을 확산시킬 것이란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제3단계 (대만에 대한 군사위협 강화)


3단계에 접어들면 중국이 대만을 향해 해상봉쇄를 단행하고 또한 동시에 군사위협 강도를 대폭 늘리면서 대만내 불안감을 확산하고 ‘전쟁 발발 일보 직전’이라는 공포심을 유발하도록 한다.


그러면서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는 개념, 곧 중국과의 화친을 통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도록 만든다. 보고서는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이나 일본 등의 주변국가들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이러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핵실험이나 국지적 도발을 하도록 만든다.


*제4단계 (중국-대만 평화협정 체결)


결국 대만내에서 중국의 간섭을 받더라도 홍콩에 적용했던 ‘일국양제’ 개념으로 가는 것이 낫다는 여론을 굳힌다. 그러면서 대만내 친중 정당을 부추겨 중국-대만간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만들고 또 평화위원회를 구성해 ‘지배 체제’를 완성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대만 국민들을 지나치게 무시한 美보고서]


그런데 AEI와 ISW의 보고서를 읽는 동안 사실 매우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이들 미국의 전문가들이 대만 국민의 자유 의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또한 대만 국민들이 지금 시진핑 체제의 중국에 대해 어떠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체크조차 안한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가장 먼저 중국이 반복적으로 대만을 위협하고 심지어 대만 내부까지 침투해 수도관을 단절시키며 또한 해저케이블까지 절단하는 등의 사실상의 침략에 가까운 만행을 중국이 펼침에도 이러한 일들에 대해 대만국민들이 불안해 하면서 오히려 反美의식이 퍼질 수도 있다는 가정 자체가 매우 황당했다.


사실 그 정도의 위협이라면 이는 전쟁 초기 단계나 다름없다. 그러한 중국의 회색지대 공격에 대만은 아무 대응도 없이 그저 침묵하고 또 피동적 태도만 보일 것이라 생각하는가? 만일 미국의 전문가들이 중국이 그렇게 대만을 괴롭혀도 대만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면 이는 대만을 엄청나게 오해한 것이다. 대만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물론 국방력에서 중국과 현격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대만은 철저한 고슴도치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중국이 실제로 전쟁에 준하는 공격을 해 온다면 이에 대한 대응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그렇게 회색지대 공격을 해 왔을 때, 미국 및 서방진영의 국가들이 입다물고 중국의 만행을 그저 쳐다보고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 또한 판단착오다.


더더욱 AEI와 ISW의 필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국의 경제 문제다. 사실 이번 라이 총통 취임후 중국이 대만포위훈련을 단행했는데 이를 불과 이틀 일정으로 마무리한 가장 큰 이유는 그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글로벌 국가들로부터 그러한 만행을 자행하는 중국에 대해 불안감을 갖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글로벌 자본의 탈중국과 함께 중국에의 투자를 가로막는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마도 그러한 대만 포위훈련을 통해 대만내 불안감을 조성하려 했다면 과거와 같이 최소 1주일 이상 길게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지 않았다. 한마디로 정치적 제스처만 보였지 실제로 대만 국민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중국 경제가 활황 국면이 아니라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데 그러한 경제상황을 무시하고 대만을 향한 압박이나 하고 있다면, 이는 한마디로 중국 경제를 말아먹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그렇게 해서 대만과의 관계를 사실상 속국 개념으로 만들었다 한들 중국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우를 범할 수 있다.


또 하나, 홍콩에서 ‘일국양제’를 폐지하면서 ‘홍콩의 중국화’를 시도했을 때 가장 충격을 받은 이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만 국민들이었다. 누구보다 더 홍콩을 향한 일국 양제가 계속 지속될 것이라 믿었던 대만인들은 홍콩이 그렇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 자유를 잃은 홍콩의 현실이 자칫 대만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대만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차이잉원 전 총통이 쉽게 재선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하나 더. 라이 총통 취임 후 3일만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포위훈련을 했을 때 대만 사람들은 전혀 요동함이 없었다. 증시는 오히려 더 상승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해 주는가? 한마디로 전쟁없이도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수 있다는 보고서 저자들이 대만 국민들을 잘 알지 못할 뿐더러 지나치게 무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더러운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


이번 AEI와 ISW의 보고서를 보고 있노라면 대만 국민들이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더 낫다”는 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 단정한 듯 보인다. 그래서 대만내 親美적 성향의 분리주의자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양안의 평화’를 추구하는 친중주의자들에게 대만 국민들이 권력을 이양하도록 만들 것이란 전제다.


분명한 것은 대만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이 스스로 홍콩을 통해 대만의 미래를 보여 주었기 때문에 어떠한 중국의 감언이설이 있어도 대만 국민들은 속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AEI와 ISW의 워게임 보고서는 그야말로 중국의 관점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시진핑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편향적 보고서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AEI와 ISW의 워게임 보고서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국내에서 심심치않게 발간되었던 워게임 보고서들을 보노라면 기본 전제부터 오류들이 많이 발견된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중국인민해방군에 대한 평가다. 한마디로 중국인민해방군이 대외적으로 제시하는 군사력을 100% 인정하고 그 군사력이 또한 100% 가동될 것이라 본다.


물론 그렇게 보고 워게임을 하는 것이 서방세계의 기본 룰이기는 하다. 그러나 러시아나 중국이 대외적으로 공표한 군사력 100%가 제대로 가동될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 자체가 오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한 실례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제대로 보여줬다. 그렇다면 중국은 안 그럴 것 같은가?


그런 점에서 이번 AEI와 ISW의 워게임 보고서는 실망이다. 철저하게 중국 관점에서만 기술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보고서가 시진핑을 위한 보고서여서 중국이 혹하고 그대로 적용하기를 원해 쓰여진 것이라면 보고서의 가치가 상당히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시진핑 스스로 똥볼차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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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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