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기밀문건, “러 전파방해로 하이마스 완전 비효율적”]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일부 첨단 무기가 러시아의 전파 방해 공격에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로 전락한 것으로 확인돼 비상이 걸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군의 기밀 평가문서를 입수해 “우크라이나의 많은 미국산 위성 유도 무기들이 러시아의 전파공격(재밍)을 이겨내지 못해 현저한 명중률 저하를 보이면서 급기야 서방에서 제공한 특정 유형의 무기 사용을 중단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러시아의 전파 공격으로 치명적 타격을 입은 무기로는 위치정보시스템(GPS)에 기반한 엑스칼리버 유도탄과 고속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를 비롯해 위성 유도 무기 시스템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방어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었고, 키이우 관리들은 무기 제조업체로부터 업그레이드를 받기 위해 미 국방부의 도움을 긴급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엑스칼리버 155mm 포탄의 경우 러시아의 본격적인 전파 공격 이후 명중률이 10%대로 급격히 하락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예 전장에서 퇴출당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기밀 평가 보고서의 내용이다.
우크라이나의 기밀 보고서는 또한 “일반 폭탄을 정밀 유도 활공 폭탄으로 변환하는 공중 발사 GPS 유도 무기인 ‘JAM-ER 미사일’과 유도 다중 발사 로켓 시스템인 M30/M31로켓 등도 러시아의 전파 방해에 취약한 무기들”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JDAM이라고 불리는 항공기 투하 폭탄과 같은 경우에는 제조업체가 패치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사령부는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4월까지 보고서를 작성하여 미국 및 기타 지원국들과 공유했으며, 이를 통해 해결책을 개발하고 무기 제조업체와 직접 접촉해 해결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공격력 약화 우려, 비상 걸린 미국]
사실 미국의 첨단 무기들이 러시아의 전파 방해로 제대로된 공격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해 WP는 “러시아가 전파방해를 통해 미국의 첨단 무기와 싸우는 능력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지지자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잠재적으로 중국과 이란과 같은 적들에게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 문제가 최근 러시아 군이 주도권을 잡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상이 걸린 미 국방부는 일부 정밀 유도탄이 러시아의 전자전에 무력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우크라이나와 협력하면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특히 제작사와 협의하여 패치 방안을 제공하는 등 러시아의 전파 방해 기술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고위 관리는 “러시아가 전자전 사용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산 첨단 무기에 대해 러시아 군이 처음부터 전파방해 전술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미국산 첨단 무기를 계속 사용하다보니 러시아군도 차츰 적응하기 시작했고, 이로인해 첨단 무기 지원 초기에는 엄청난 성과를 발휘했던 무기들이 최근들어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전파방해 능력이 미국에게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 미국의 무기 기술이 더욱 업그레이드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서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도 “전에는 서방이 제공하는 첨단 무기에 대해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염려를 하게 됐다”면서 “우리가 전장에서 겪은 경험을 서방국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아마도 러시아도 같은 정보를 중국과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 마비 시켜 우크라군 손발 묶은 러시아]
특히 주목할 점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인터넷 연결을 위해 의존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소유의 스타링크 위성 네트워크를 러시아가 성공적으로 방해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실제로 이번 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을 넘어오기 직전에 우크라이나 제92 돌격여단 소속 병사들은 중요한 자원을 잃었다. 군인들이 통신, 정보 수집, 드론 공격 수행에 사용하는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느려진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는 러시아와의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스타링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기습 공격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공유할 수 없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의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디지털 장관인 미하일로 페도로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스타링크가 이전에는 러시아의 재밍에 저항력이 있었지만 그 기술이 더 정교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푸틴의 군대가 ‘강력한’ 전자 무기를 사용하여 스타링크 연결 품질을 방해하기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도로프 장관은 “스타링크 서비스가 곧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군인들과 관리들에 따르면 일부 서비스 중단은 러시아의 공격에 맞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장에서 중요한 순간에 서비스가 중단되면 이미 병력이 늘어난 우크라이나 군대는 더욱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전 미국 국방부 관리이자 전자전 전문가인 카리 빙겐은 NYT에 “고출력 무선 주파수를 사용해 연결 링크를 압도함으로써 스타링크 및 기타 위성 통신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 무기 시험장이 된 우크라이나]
사실 WP 보도에서 알 수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적에게 사용된 적이 없는 서방 무기에 대한 현대적인 시험장이 되었으며, 이는 모스크바의 GPS 내비게이션 교란 능력으로 입증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오랫동안 전자전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왔으며, 특히 일부 정밀 폭탄을 목표물로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GPS 내비게이션과 같은 전자 부품의 신호와 주파수를 압도할 수 있는 시스템에 투자해 왔다는 것이 WP의 설명이다.
실제로 직접 육안 관찰을 기반으로 한 기밀 평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작년 초에 엑스칼리버 155mm 탄을 사용하여 50% 이상이 목표물을 정확하게 명중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몇 달 동안 이 수치는 10% 이하로 떨어졌고, 그 원인으로 러시아의 GPS 재밍을 지목하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우크라이나군은 엑스칼리버 사용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다른 서방 국가들이 제공하는 유도 155mm 포탄에서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일부는 GPS가 아닌 다른 유도 장치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며, 왜 효과가 떨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연구 단체인 외교정책연구소의 롭 리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가 유도탄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전을 사용한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것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얻은 중요한 수확중의 하나”라면서 “많은 무기가 도입 당시에는 강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율성이 떨어지며, 이는 끊임없이 적응하고 혁신하는 적들과의 사이에서 끊임없는 고양이와 쥐 게임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군사대국이었던 러시아를 얕봐서는 안된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부의 부패로 인한 너무나도 많은 문제점들을 러시아군 무기들을 통해 보고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대국이었던 러시아의 기술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기밀문서는 명확하게 말해 주고 있다.
기밀문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자전 시스템과 방공망은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일부 러시아 재밍기술은는 비행기의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교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러시아의 재밍 신호는 지상에서 전송되어 원뿔 모양의 영역을 형성한다. 이 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유도탄이나 항공기는 간섭의 위험에 노출된다.
WP는 이와 관련해 “전파 교란을 막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방이 F-16 전투기를 공급할 때까지 잠재적인 해결책은 제한적”이라 평가하면서 “서방국가들이 지원하게 될 최신 전투기는 우크라이나 공군이 러시아 조종사들을 밀어내고 사거리가 길고 일부 전자전 시스템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기밀 문서에 따르면 항공기에 사용되는 미국 무기 중 하나인 GBU-39 소구경 폭탄은 전파 교란에 강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투하된 폭탄의 거의 90%가 목표물을 명중했다고 평가했다.
이 폭탄은 표면적이 작아 러시아 시스템이 탐지 및 요격하기가 더 어렵다고 문서는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2023년 11월에 미 국방부가 이전에 공개하지 않았던 이 공중 무기를 처음 인도받았다.
또한 “러시아의 전자전 시스템을 먼저 공략한 후 다른 공격을 한다면 러시아의 재밍으로 인한 피해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고 WP는 밝혔다. 실제로 그러한 예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에서의 첨단기술을 테스트하고 업그레이드를 하는 시험터가 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이 개발해 왔던 무기들을 직접 테스트하는 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미국은 다양한 신무기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직접 사용해 보고 이를 확인하여 기술개발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이 지금 미사일 발사들을 수시로 하고 있는 것도 러시아에 공급하려는 무기들을 직접 테스트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직접 사용함으로써 무기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