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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전쟁 금기 풀린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 확 바뀐다! - 장거리 미사일,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한 영국 - 우크라이나 전쟁의 게임체인저인 ‘스톰 섀도’ 미사일 - 서방진영, 우크라이나 전쟁 보는 시각 바뀌었나?
  • 기사등록 2024-05-06 04: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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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미사일,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한 영국]


그동안 서방진영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도 러시아 본토를 향한 공격을 허용하지 않아 우크라이나의 한쪽 발을 묶어 놓고 전쟁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자국산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전쟁 판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영국 더타임스(The Times)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찾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사일을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에 얼마든지 공격해도 좋다”면서 “우크라이나는 그럴 권리가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지는 우크라이나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캐머런 장관은 이어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부를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도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그렇게 공격해야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머런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당부해 온 '러시아 본토 타격 시 사용 금지' 입장을 뒤집은 것이어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며 특히 러시아는 충격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된다.


서방진영, 특히 미국은 그동안 중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도 러시아 본토를 향한 공격은 금지해 왔었는데, 그 이유는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전쟁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러시아의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하이마스(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HIMARS)를 제공하면서도 러시아 본토 타격이 불가능하도록 개조해 제공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마음대로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사일을 쏘아대는데, 반면 우크라이나는 크름반도 외에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해 지나치게 일방적 전쟁을 치르는 것이란 비판이 많았었다. 이에 본토 공격이 막힌 우크라이나는 자국산 드론을 통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 왔었다.


이날 영국 캐머런 장관(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확고한 지원국 중 하나가 입장을 극명하게 바꿨음을 나타낸다”고 평가하면서 “다만 영국이 언제 이러한 결정을 했는지, 우크라이나군이 실제로 영국제 무기로 러시아 내부를 겨냥한 공격을 시작했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캐머런 장관은 또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연간 30억파운드(약 5조1천억원)의 군사 지원을 필요한 기간 계속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캐머런 장관은 그러면서 “이러한 원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몰아내고 평화와 주권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영국의 안보를 위한 '최상의 투자'”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앞서 지난 1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2024∼2025년 연간 25억파운드(3조 2630억원)의 군사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가 지난달 23일 “이를 30억파운드(5조 1158억원)로 늘린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총 규모는 76억 파운드(약 12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캐머런 총리는 이와 함께 “이번 방문에 맞춰 무기 등 군사 장비 일부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면서 “우리는 장비 지원 측면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털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는 성명을 통해 “군사 장비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도록 100개 이동식 대공방어 팀을 위한 정밀 유도 폭탄, 대공 미사일, 장비 제공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이 돌연 장거리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의 배경에는 영국이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협정에 서명한 최초의 국가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옛 소련 해체와 함께 신생 독립국이 됐을 때만 해도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이었으나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4개국이 체결한 부다페스트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했고 그 대가로 안전보장을 약속받았다.


이 안전보장 약속은 20년 만에 허무하게 깨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름반도를 전격적으로 침공해 병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다시 러시아는 아예 우크라이나 본토를 직접 침공하기에 이르렀다. 영국은 이러한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도 허용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게임체인저인 ‘스톰 섀도’ 미사일]


현재까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개전 이후 매우 유용하게 운용 중인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우’(Storm Shadows)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 섀도우는 서방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정밀유도무기 중 사거리(250㎞이상)가 비교적 긴 미사일 중 하나로 꼽힌다. 발사 직후 적 레이더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낮은 고도로 내려간 뒤, 적외선 탐지기로 목표물을 찾아가 타격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장거리미사일로는 영국에 의해 처음으로 제공된 스톰 섀도우는 우크라이나의 명백한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사거리가 340마일(약 550km)인 스톰도우는 러시아의 방공망을 뚫고 전장을 불바다로 만들거나, 러시아군 고위 장교 여럿이 스톰 섀도우에 맞아 사망하면서 러시아군에게는 가장 큰 경계의 대상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크름반도 내의 러시아군 기지 공격에 스톰 섀도우를 주로 사용해 왔다.


이후 프랑스도 영국에 이어 스톰 섀도우와 비슷한 스칼프(Scalp) 미사일을 제공해 왔고, 미국은 최근 사거리 186마일(300km)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제공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주(州) 지역 책임자인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가 현재 큰 문제”라며 “미국이 제공한 하이마스보다 영국이 제공한 스톰 섀도우가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를 안겨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방진영, 우크라이나 전쟁 보는 시각 바뀌었나?]


흥미로운 것은 캐머런 장관의 이날 발언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론'을 재차 언급한 데 뒤이어 나왔다는 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최전선을 돌파하고 우크라이나가 요청해온다면 우리는 당연히 스스로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 측면에서 이를 배제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하나, 앞으로 눈여겨볼 점은 역시 중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의 입장 변화 여부다. 미국은 최근에도 장거리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을 보내면서도 당연히 우크라이나 영토내 사용이라는 단서조건을 달았었다.


그러나 영국이 제공하는 스톰 섀도우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은 자연스럽게 미국과 프랑스의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제한 역시 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그동안 장거리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해 왔던 독일의 태도 변화도 주목거리다. 독일 역시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게 되면 전쟁이 나토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거리 미사일인 타우러스의 지원 자체를 반대해 왔다. 이와 관련해 올라프 숄츠 총리는 “사거리가 310 마일(500km)이 넘는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해 왔다.


어찌되었건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직접 공격의 고삐가 풀렸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쟁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장거리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곧 모스크바를 포함한 러시아의 중요 도시나 내륙 깊숙한 곳의 핵심 타겟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게 되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국민들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받는 충격도 상당히 클 것이다.


또 하나, 그동안 무기 부족으로 인해 동부전선에서 계속 후퇴를 해 왔던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통해 러시아 본토 및 후방기지들을 직접 공격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전쟁 상황은 이제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공격 및 방어 전략 자체가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모스크바에 대한 방어전략도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장 푸틴 대통령의 옥외 행사 일정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전승절 기념행사에도 과연 참석하는가의 여부도 중요한 관점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일단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국의 이 같은 지지에 감사를 표시하면서도 무기 지원 속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영국의 지원 패키지에 포함된 무기가 하루빨리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먼저 장갑차, 탄약,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력하게 반발하는 러시아, “나토와 직접 싸울 수 있다”]


영국의 스톰 섀도우 미사일에 대한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는 발칵 뒤집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캐머런 장관의 최근 발언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분쟁을 둘러싼 긴장을 직접적으로 확대하고 고조시키는 것이며, 잠재적으로 유럽 전체의 안보 구조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마크롱 대통령의 지상군 파병 발언에 대해서도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분쟁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도 이날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그동안 모스크바에서 마음 놓고 편하게 전쟁 지휘를 했던 푸틴도 이젠 방공망을 찾아야 할 신세가 되었다. 특히 다가오는 9일의 전승절 행사도 전쟁에서 노획한 서방진영 무기들을 전시하면서 거대하게 치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푸틴이 과연 대대적인 공개행사를 열 용기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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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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