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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전쟁 준비하는 영국, ‘종이호랑이’ 오명 벗어 던졌다! - 핵무기 재배치하며 전쟁 준비하는 영국 - 영국, “러시아와 전쟁할 확률 높다” 판단 - 독일 및 동유럽 국가들도 병력 확대 논의중
  • 기사등록 2024-01-29 12: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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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재배치하며 전쟁 준비하는 영국]


영국이 결국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와의 전쟁 가능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국은 당장 15년만에 핵무기를 재배치하기로 했으며, 병력 부족에 대비해 시민군 조직도 불가피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미국이 15년 만에 영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계획”이라면서 “미국은 이를 위해 영국 남동부 서퍽에 있는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의 시설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 군기지에서는 오는 6월 미군 막사 신축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잠재적 보증 임무’(the potential surety mission)로 늘어나는 병사를 수용하기 위해 144개의 침상을 갖춘 숙소를 짓는 계획도 관련 문서에 들어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보증 임무는 미 국방부 내에서 핵무기 관리를 뜻하는 용어다.


이번 조치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와의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영국과 미국 고위 군 관리들의 발언이 급증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텔레그래프도 이날 “미 국방부 조달 웹사이트의 문서에는 국방부가 '고가치 자산' 보호를 위해 방탄 방패 등 이 기지에 필요한 장비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영국에의 핵무기 배치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됐다. 당시 공개된 미 국방부 문서에는 영국이 이전의 핵무기 저장 장소 목록에 추가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레이큰히스 공군기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확인했으나 그 기지에 공중 발사 핵폭탄을 두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에는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미군의 F-35 라이트닝Ⅱ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돼 있다.


더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레이큰히스 공군기지가 다시 핵무기 기지가 된다면 미국이 2008년까지 이곳에 배치했던 핵 중력탄의 개량형(B61-12)을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B61-12는 미국의 최신형 전술 핵무기다. TNT 폭발력 기준으로 5만t, 무게 350㎏의 소형 원자폭탄으로, 목표에 따라 폭발력을 조절할 수 있어 스마트 원자폭탄으로도 불린다.


미국의 핵무기는 1954년 영국에 처음 배치됐다. 배치 장소는 레이큰히스를 비롯한 3곳의 공군기지였다.


육해공 핵무기 발사 능력이 있는 미국과 달리 영국의 핵무기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대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부사령관을 지낸 리처드 쉬레프는 더타임스에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핵무기의 영국 재배치가 이뤄지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된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욱 냉각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핵무기가 영국에 다시 배치되면 대응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러시아와 전쟁할 확률 높다” 판단]


그렇다면 영국은 왜 이렇게 핵무기를 재배치할 정도로 전쟁 준비를 하는 것일까? 텔레그래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는 러시아가 향후 2년 이내에 다른 영국 동맹국을 공격할 확률이 25% 이상이라고 경고했다”면서 “공식적인 위험 예측에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크렘린궁의 새로운 침략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이 군사적 대응을 개시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패트릭 샌더스 육군 참모총장은 “영국이 전장에서 정규군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 명의 시민을 훈련하고 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3년 안에 정규군, 예비군 등을 포함해 육군 병력 규모를 12만명으로 키우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며 시민군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더타임스는 “현재 육군 현역 복무 인원은 약 7만5천명이고 2년 내 7만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외에 예비군은 약 10만명 정도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 총장은 “전쟁 승리를 위해선 일반 대중이 필요시 전시 상태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 동원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더타임스는 “영국 국방부가 외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현역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총 50만명 규모의 병력을 꾸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 대응에 민간인을 동원한 방식을 살펴보고 있다”며 “영국은 민간인을 징집하진 않겠지만 나라를 위해 의무를 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그러면서 “군이 민간인 동원 필요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러시아와 전쟁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방증”이라며 “참모총장은 영국이 방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현재 영국은 병력 수준을 유지하고 모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군 수가 적어 새로운 호위함에 수병을 배치하기 위해선 기존에 있던 두 척 군함을 퇴역시켜야 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모병 관련 전문가는 “눈에 보이는 문신이나 꽃가루 알레르기, 천식 기록이 있는 군인들의 입대도 허용해 현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단 영국은 나토 가입을 신청한 스웨덴이 러시아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스웨덴을 방어하는 데 동의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또한 스웨덴 방어를 위해 영국의 군대를 배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또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을 침공하여 동맹의 상호방위조약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을 침공할 경우 영국군의 가장 큰 임무는 미국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러시아 군대를 저지하는 것이다.


[독일 및 동유럽 국가들도 병력 확대 논의중]


한편, 독일도 병력 확대에 적극 나선 가운데 외국인 입대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2일 현지 매체 도이체벨레(DW)는 “외국인의 독일연방군 입대를 허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사회민주당 소속인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 뿐 아니라 자유민주당, 기독민주연합 소속 의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2011년 폐지됐던 징병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고 전했다.


최근 독일은 2만 명의 추가 병력 모집을 목표로 적극적인 모병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언젠가 나토 국가도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당장 러시아가 공격해올 가능성은 적지만, 전문가들은 5∼8년 사이에는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재무장 움직임은 동유럽 국가들에서도 활발하다. 관광국으로도 유명한 크로아티아에선 지난 22일 고교 졸업 후 한 달간 의무 병역을 하는 방안이 공식화됐다. 이러한 사실은 이날 국방부가 “세계 지정학적 환경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반영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확인됐다.


크로아티아는 앞서 2008년 징병제를 폐지했었다. 군사전문매체 디펜스포스트는 23일 “유럽과 발칸 반도의 지정학적 긴장이 더 커지면서 크로아티아 국방부가 징집을 재개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며 “크로아티아 일간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이러한 움직임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세르비아 국방부도 지난 4일 최대 4개월의 의무 병역 제도를 재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세르비아는 지난 2011년 군대의 전문화를 추진하면서 징병제를 폐지했었으나 발칸 반도의 긴장 고조를 이유로 징병제를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르비아는 공식적으로는 군사 중립국이지만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지난 몇 달 동안 코소보와의 국경에서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라트비아에서도 올해부터 18~27세 남성이 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2007년 나토에 가입하면서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지난해 4월 징병제를 재도입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중간지대는 없다, 격화되는 신냉전]


이렇게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각국의 재무장을 불러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던 러시아가 언제든지 나토국가들을 대상으로 침공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이미 핀란드가 지난해 7월 4일(현지 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식 가입 절차를 완료하자 사실상의 ‘군사적 대응’을 천명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 중 하나로 “나토의 동진(東進) 탓에 러시아와 나토가 직접 국경을 맞대게 되면서, 러시아가 느끼는 안보 위협이 커졌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 반작용으로 오히려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 간의 국경이 기존의 약 2배로 늘어나는 정반대 결과가 초래됐다.


러시아는 핵무기 전진 배치로 서방 압박에 나서고 있다. 푸틴은 지난해 6월 25일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한 발 더 나가 “필요하면 전략 핵무기 배치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나토는 러시아를 적국으로 상정해 유사시 병력 30만명을 신속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북극부터 남유럽에 이르는 지역을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위 계획도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동서 냉전 구도 해체 이후, 몸집은 비대해졌지만 대응 태세는 느슨해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나토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하기로 한 것이다. 나토의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서유럽 등 자유 진영과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의 신냉전 구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1997년 나토와 러시아는 안보 협정을 맺고 적대 관계를 공식 청산했다. ‘데탕트(화해)의 시대’를 맞아 나토 회원국들은 모두 국방 예산을 삭감하고 군 규모를 줄여 왔다. 이렇게 ‘공공의 적’이 사라지자 참가국들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시작됐다. 참가국들이 ‘부담은 적게, 혜택은 많이’ 얻으려는 입장을 취하며 군 기강이 해이해졌고, 유명무실한 군대로 변해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냉전 구도 해체 후 계속된 군축(軍縮)으로 ‘종이호랑이’라는 오명을 얻은 나토가 더 강한 군대로 거듭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군의 대각성도 바로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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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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