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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28 15:37:21
  • 수정 2018-05-28 18: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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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개발로 만성적인 가난과 기아에 시달린 북한. 광물이 있었다면 왜 캐서 팔지 않았을까?
-북한자원 3200조원? 근거는 국내 광업 관련기관들의 보고서. 순환논증에다 출처도 북한 자료
-“북에 엄청난 자원이 있다”고 거짓말하는 것은 그것이 북에 퍼주자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 때문


▲ 북한 최대 노천철광석광산인 무산광산 [노동신문]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자원의 저주’ 이야기를 해보자.

경제와 산업규모에 비해 부존자원이 많은 나라가 산업 발전을 등한시하고 자원에 의존하는 경제를 형성하다가 자원의 고갈, 산업구조 변화, 기술의 발전, 물가 상승, 통화가치 변동 등으로 자원이 가치를 잃거나 산업기반이 흔들리게 되면 심각한 타격을 입는 현상을 ‘자원의 저주’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복지 파티를 하며 나눠먹기에 골몰하다가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파국을 맞은 베네수엘라다. 네덜란드도 50년대 후반 북해유전의 발견으로 비슷한 상황에 빠졌었고, 노르웨이 등 대표적 자원 부국도 그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은 지난 30여년간 핵무기 개발에 쉼없이 매진해 왔으며, 동시에 만성적인 가난과 기아에 시달려 왔다. 무기 개발과 식량 부족, 돈이면 다 해결되는 문제다. 돈이 그리도 필요했는데 광물이 있었다면 진작 캐서 팔지 않았을까? 고작 인광석이나 구아노 만으로도 부자나라 행세를 하다가 저주에 빠지는 나라들이 널렸는데 왜 북한은 유독 자원의 저주에 빠지기는 커녕 그 값지고 희귀하다는 광물들을 손끝 하나 대지 않고 있을까?


기술이 없어서 캘 수가 없었다는 말은 너무나 얕은 거짓말이다. 북한은 핵무기와 ICBM을 개발한 집단이다. 3000조 원, 자그마치 자국 GDP의 230배에 달하는 자원을 땅에 묻어두고 전혀 손대지 않은 채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며 그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을 여기저기서 구걸한 돈으로 느릿느릿 개발해왔다는 주장은 들어줄 가치가 없다.


경제제재 때문에 팔지 못했다는 말도 사실일 수 없다. 중국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으며, 심지어 제재를 약속한 뒤에도 물품 공급을 멈추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가장 거셀 때조차 중국은 늘 북의 주요 거래 상대이자 에너지 공급원, 굳건한 동맹으로 남아있었다. 북한이 마음만 먹었다면 자원은 물론 채굴권 자체도 중국을 비롯한 우방에게 얼마든지 매각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3000~3200조 원 이라는 숫자 역시 받아들이기 힘든 계산이다. 저 수치는 북의 광물 매장량의 추정치에 국제시세를 단순 곱한 값인데, 그 추정의 근거는 대개 국내 광업 관련기관들의 보고서다. 이 보고서들은 서로가 서로를 인용하는 순환논증의 구조를 가지는 것은 물론, 주요 출처가 <천리마> 등 북한이 직접 발행한 자료들이다.


그래서 그 보고서들은 거의 대부분-적어도 필자가 자료 조사를 하면서 읽은 모든 보고서는- ‘자료의 신뢰성이 없으므로 이게 사실이라 볼 수는 없지만 어쨌든 한국보다는 많다’는 식의 애매한 서술을 덧붙여 책임을 피해간다. 저들은 고작 이런 보고서들을 인용해 북한에 광물이 삼천조 원 어치가 묻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론은 명백하다. 북에 삼천조 원의 광물이 묻혀 있다는 주장은 그 근거로 가져다 대는 자료의 신뢰성이 없고,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일반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다. 석유로 환산시 세계 8대 산유국인 리비아의 추정 매장량을 뛰어넘는 삼천조 원 어치의 자원이라는 것은 북한에 없고, 있는 자원도 채산성이 부족한 것들이다.


여전히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는 유가가 하락해 국제유가가 자국 석유 생산 원가를 넘어서면서 현재와 같은 패망의 길을 걸었다. 베네수엘라는 이제 기름을 수입해 써야하는 지경이다. 이렇게 채산성이 없는 자원은 존재해도 의미가 없다.


북에 엄청난 자원이 있다는 거짓말을 자꾸 만들어내는 이유는 그것이 북에 돈을 퍼주자는 주장의 논리적 근거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삼천조 원의 광물자원을 우리가 마구 가져다 쓸 수 있을 테니 지금 수조 원을 퍼주는 것은 남는 장사라는 식.


꿈에서 깨라. 그런 자원은 북에 없다. 조금만 이성을 차리고 생각해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얕은 거짓말에 속고속고 또 속는 것은 부끄러운 일 아닌가.



[덧붙이는 글]
[기사이후] 황장엽씨의 회고록을 보면 자원이 너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일본의 북한지역 식민지 시대에 조사한 자료에도 자원의 종류는 다양하나 양적으로 쓸만한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영일 논설위원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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