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화웨이의 날개 없는 추락, 중국 반도체의 미래 - 존망의 기로에 선 화웨이, 그리고 중국 반도체 - 미국의 제재가 두려운 화웨이, 러시아에서도 철수 - SCMP, "중국 주요 반도체기업 파괴될 것"
  • 기사등록 2022-11-01 13:51:00
기사수정



[중국 화웨이의 날개 없는 추락]


한때 삼성전자를 넘어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던 중국 화웨이(華爲)가 이젠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 할 정도로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지난 9월 회사 내부 통신망에 “화웨이에 ‘겨울’이 다시 찾아왔다”면서 현재 회사가 직면한 위기와 미래의 난관에 대해 경고했다. 또 “반드시 생존을 최우선으로 향후 3년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우리가 화웨이의 위기를 거론하는 것은 이러한 위기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과 직결되어 있어서다. 화웨이의 미래는 곧 중국 반도체의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하드디스크 업체 시게이트(Seagate)는 “제재 규정을 어기고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한 혐의로 미국 상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시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게이트의 중국과 태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화웨이에 판매하면서 미국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재 위반 사항이다. 이번 조치로 시게이트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10월 23일에는 미국 법무부가 화웨이에 관한 검찰 수사 정보를 빼내려 한 혐의로 중국 스파이 2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날이 바로 시진핑 3기의 최고지도부가 확정 발표된 날이기도 해 앞으로 시진핑 3기의 험난한 미중관계를 예고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는 지난 10월 27일, 올해 3분기까지의 경영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은 작년보다 2.2% 떨어진 4458억 위안(약 87조원)으로 그나마 선방을 했지만 순이익은 272억 위안(5조33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0%나 폭락했다. 그것도 순이익률이 6.1%에 불과해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화웨이의 매출을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과 비교해 보면 화웨이의 추락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난다. 2020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3.8% 성장한 8914억 위안이었다. 그런데 제재가 본격화된 2021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이 줄어들었는데 전년보다 28.6% 줄어든 6368억 위안이었다. 그래도 지난해만 하더라도 순이익이 17.9%로 1137억 위안이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대폭락을 한 것이다. 순이익이 이렇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기업의 지속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을 뜻한다.


화웨이의 매출이 이렇게 급감한 것은 아무래도 스마트폰을 비롯한 소비자 재품의 판매부진 떄문일 것이다. 한때 스마트폰은 화웨이 매출의 54%를 차지할 정도였는데 올해는 그 비중이 23%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미국의 제재 때문이다.


이렇게 스마트폰 매출이 들어들자 화웨이는 사업 다각화의 관점에서 화상회의 시스템 ‘링크 나우(Link Now)’ 서비스를 지난 2020년에 런칭했는데, 이마저도 줌이나 알리바바의 딩톡과 텐센트의 위컴 같은 국내 다른 경쟁 업체에 밀려 결국 사업을 접었다.


그나마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업을 상대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통신장비 시장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화웨이는 5.5G(세대) 통신망 개발 등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첨단 통신 반도체 공급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런정페이 회장이 “생존을 가장 주요한 강령으로 삼으라”면서 “살아남자, 품위있게 살아남자”고 주문한 것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지금 2025년까지 3년간이 화웨이에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시장상황도 갈수록 어려워지는데다 미중간 충돌 상황도 갈수록 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화웨이가 직면한 과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다. 매출액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윤을 경영의 중심에 두고 생존에 최우선을 두는 경영을 하라는 것이 런정페이 회장의 요구다.


그러나 생존경쟁이 치열한 첨단 산업에서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3년후 서방의 기업들과 어떠한 격차를 낼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때는 아마도 더 이상 화웨이가 그러한 서방의 첨단 기업들과는 경쟁 자체가 안되는 3류회사로 추락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것이 화웨이의 미래다.


[미국의 제재가 두려운 화웨이, 러시아에서도 철수]


생존을 위한 화웨이의 투쟁은 처절하다 싶을 정도다. 지금 화웨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의 제재다. 지금도 어려운데 화웨이를 향한 제재의 칼날이 더욱 매서워진다면 화웨이는 더욱 더 생존의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특히 화웨이가 무너져가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중추역할을 꿈꾸며 자국의 반도체기업들에 적극 투자하면서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의 도약을 구상하고 있어서 미국의 송곳 제재가 더 강화된다면 어쩌면 모든 기업 활동을 접어야 할 수도 있어서 미국의 제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0월 31일(현지시간) “중국 거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러시아로의 스마트폰 직접 공급을 중단했고,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 있다”면서 “이미 화웨이가 태블릿 PC, 노트북, TV 등의 제품을 러시아로 들여오지 않고 있으며, 무선통신 장비는 지난 봄부터 러시아 시장 판매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이렇게 러시아에서 철수하려는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피하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정책이다.


미국 정부는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관련한 제제를 내놓으면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제재를 피하려는 러시아 파트너들과 거래할 경우 중국 기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존망의 기로에 선 화웨이, 그리고 중국 반도체]


사실 미국의 제재에 의한 공급망의 위기는 화웨이 뿐만 아니라 중국 반도체산업을 존망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화웨이의 위기는 반도체 공급 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지금 상황은 중국 반도체산업 자체가 미국의 제재로 인해 갈수록 쪼그라들 수밖에 없고, 미래를 도저히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월 30일, “경제리서치기업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최근 정책으로 많은 주요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파괴되고 피해를 입거나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월 30일, “경제리서치기업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최근 정책으로 많은 주요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파괴되고 피해를 입거나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 보고서는 심지어 반도체 산업에 지엽적으로 관여하는 회사를 포함해 미국이 건드리지 않은 중국 기업은 없다고 지적했다”면서 “올해 마침내 14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양산을 개시한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회사인 SMIC(중신궈지)의 경우, 14나노 공정 생산장비가 서비스를 중단하면 기술 수준이 2011년으로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 규제에 막혀 14나노 공정이 중단될 경우, SMIC는 대만이 2011년 양산을 시작한 28나노 공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SCMP는 또 베이징 싱크탱크 안바운드 보고서를 인용해 “위기의식은 중국 반도체 전반에 공유돼 있다”며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가한 조직적 포위와 제재는 촘촘하고 단단히 조이는 규제망이 될 것이다. 상황이 정말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어 이 보고서에서 상하이 반도체 시장 조사 기관인 IC와이즈의 애널리스트 구원쥔이 “지금이 아마도 중국 반도체 산업에 가장 어렵고 추운 시기일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개발을 중단시키고자 전면적인 제재를 가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쟁이 선포됐다”고 썼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러면서 SCMP는 “화웨이나 SMIC 등 특정 기업을 겨냥하거나 엔비디아 같은 미국 회사들로부터 특정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과거 제재와 달리 이번 최신 통제 정책은 손을 대지 않은 분야가 없어 보인다”며 “미국이 '전방위 포위'를 개시함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야심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어 “미국의 제재는 많은 중국 반도체 설계 회사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미국의 규정은 인공지능(AI)·그래픽처리장치(GPU)·중앙처리장치(CPU) 등에 관여하는 2천810개의 중국 반도체 설계 회사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중국 반도체의 산업 기반 자체가 철저하게 붕괴될 수도 있다고 SCMP는 본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시진핑 주석만 모르고 있다. 이것이 진짜 중국의 위기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332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