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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06 13: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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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세계 민주화를 선도하는 우등국가로 꼽히던 미국의 이미지가 극단적인 정쟁 속에서 민주주의 열등국으로 전락하는 중이다. 중국은 미국의 분열을 가리켜 중국의 권위주의적 공산당 1당 독재체제가 우월하다고 고소해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미국의 분열이 남북전쟁 이래 두번째 내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대두한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포스트(WP)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내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5년전부터 미국에 내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갈수록 이런 위험을 경고하는 글과 책들이 쏟아지지만 난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 난 미국의 외교정책이 연방정부의 권위와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어 정치적 폭력이 널리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을 자주 폈다. 연례 국가안보 전문가 회의에서 나는 내전 가능성을 질문했고 참석자들은 그럴 확률이 3분의 1에 달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었다.


특히 정치인과 판사들에 대한 암살 위협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법원과 연방 정부 건물이 폭파되고, 일부 주에선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우익단체들이 투표법 등 연방 법률 이행을 거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어떤 주지사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연방정부 지시를 따르는 공무원을 파면하고, 선거당국자를 공격하는 등 혼란을 일으킨 우익 인사들을 증거를 무시하고 처벌하기를 거부하는 "배심 무죄평결"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런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 대법원은 반동적 인사들로 가득차 있다. 많은 우익인사들이 자신들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거리낌없이 폭력행사를 위협하고 의회 야당 의원들은 이를 전혀 문제삼지 않는다. 특히 정치적 암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비뚫어진 사람이 총을 쉽게 가질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예전만큼 비관적이지 않다.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제도를 공격하면서다. 2020년 1월6일 의회 폭동 당시 나는 미국 민주주의를 상대로 한 전쟁이 시작됐다고 걱정했었다.


그러나 이후에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행정부도, 입법부도, 사법부가 잘 버티고 있다. 연방 및 주 법원들이 선거 부정 주장을 거듭 기각해왔다. 지금은 근거없이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사람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 의회와 경찰과 의원들을  공격했던 수백명이 범죄자로 처벌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가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으면서 불안불안했을 지라도 통과는 한 것같다.


의회를 공격한 사람들은 재판에 당당하게 임하지도 않았다. 법을 위반했으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했다. 1960년대 인권운동가들과 달리 그들은 대의 명분을 확신하면서 당당하게 교도소로 가면서 자신들이 왜 그랬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시민운동이 지속될 수 있게한 핵심 요소, 즉 성실과 장기전략이 없었다.


최근 의회 1.6 폭동 조사 특별위원회가 사건 기록을 확정해 통과시켰다. 무당파적이진 않다고 하더라도 입법부가 공격당했음을 인식하고 대응한 것이다. 법무부는 비록 느리지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의회폭동 관련자 모두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 NBC의 최근 여론조사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국가가 처한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조만간 국가적 화해가 이뤄질 조짐이 없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올가을 연방 의회와 주의회에 진출할 것이 분명하고 누가 의회 다수당이 될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보수가 아닌 극우물결은 최고점을 지났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최근 캔자스주 투표에서 보듯 대법원의 임신중절 판결이 법원이 미국인들을 거칠게 내몰은 위험을 인식했다.


나아가 최근 몇 년 새 벌어진 일들은, 팬데믹이든 자연재해든 잘 돌아가는 유능한 정부가 있어서 기초적 사회보장, 공중보건, 공중 안전, 대기 및 수질 보장, 도로 및 기타 수송 수단을 제공하는 걸 깨닫게 했다. 이 점도 내전 발생 위험을 줄이는 요인이다.


환자가 아직 다 낫진 않았지만 열이 내리고 증상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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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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