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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사라지는 시진핑 측근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시진핑 사단' 핵심인물 톈진시장 돌연사 - 시진핑 3연임 앞두고 측근의 사망, 리커창의 반격인가? - 뉴스위크 일본판, "바이든이 리커창 지원한다" 보도
  • 기사등록 2022-05-25 13: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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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단' 핵심인물 톈진시장 돌연사]


시진핑 3연임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전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에서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중국 톈진(天津)시 공산당 기관지인 텐진일보는 “올해 59세인 랴오궈쉰(廖國勳) 톈진시장이 전날 돌연 숨졌다”고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 스토리)을 통해 보도했다.


부고 내용도 간단했다. “27일 중공 톈진시 부서기 겸 시장 랴오궈쉰 동지가 돌발 질병에 응급조치도 소용없이 불행히 세상을 떴다. 향년 59세”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중요한 소식이 다음날 신문 지면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그리고 톈진시 정부 홈페이지에서 그의 이름은 재빨리 지워졌다. 누군가 보도 통제를 했고, 또한 랴오궈쉰의 존재에 대한 정리작업을 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랴오궈쉰의 급작스런 사망 소식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그의 존재감 때문이다. 그는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리훙중(李鴻忠·66) 톈진 당 서기 후임으로 권력 서열 25위권인 정치국위원 진입을 노리던 다크호스였기 때문이다.


특히 사망 이틀전 환경오염 방지 업무회의에 참석 했을 때만 하더라도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의 활동 소식은 톈진방송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돌연 사망했다고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비극을 당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지만 이는 직전 회의 참석 상황을 고려한다면 근거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사망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1963년생인 랴오 시장은 남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태어난 소수민족으로 인구가 적기로 유명한 투자(土家)족 출신으로 소수민족 출신치고는 나름 성공한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다이빙궈(戴秉國·81) 전 외교부 부부장 겸 중앙위원을 제외할 경우, 가장 높은 직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젊은 나이 탓에 앞으로도 더욱 중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로 구이저우(貴州) 지역에서 활발한 정치활동을 했다. 2012년에는 구이저우 당 위원회 비서장을 맡아 현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72) 전인대 위원장, 자오커즈(趙克志·69)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을 보좌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시진핑 사단의 핵심 근거지인 저장성 조직부장으로 영전한 뒤 2016년에는 상하이 상무위원 겸 기율위 위원, 정법위 서기를 지냈고, 2020년 8월 톈진 시장으로 영전했다.


랴오 시장은 올해 초에 톈진 도심의 코로나19 확산과 봉쇄로 곤혹을 치렀으며 이로 인해 31개 성·시 중 가장 늦게 열린 지방 양회에서 5% 성장률 목표로 제시했지만 결국 최근 발표된 1분기 성장률에서 0.1% 성장에 그쳐 전국 최하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중국 정계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은 “랴오 시장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톈진의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하면서 코로나19 창궐로 엉망진창이 된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시와는 달리 톈진은 비교적 안정적인 국면을 보여 나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면서 “그가 돌연 급서하면서 톈진 역시 언론의 주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참으로 기이한 랴오 시장의 죽음]


그런데 랴오 시장의 급작스런 죽음 후 중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참으로 기이하기 짝이 없다. 우선 당 기관지의 공식 보도도 아니고 SNS를 통해 잠깐 올라왔다가 사라진 부고 내용을 보면 지난 2019년 19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4중전회) 폐막일 베이징 징시(京西) 호텔에서 투신자살한 18·19기 중앙후보위원 런쉐펑(任學鋒, 1965~2019) 충칭(重慶)시 부서기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그때 부고내용도 “병으로 병원 치료도 효과 없이 불행히 세상을 떴다”고 했다. 똑같다. 이런 이유 때문에 랴오 전 시장이 특별한 지병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타살 또는 자살설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더욱 의심의 눈길이 쏠리는 것은 랴오 전 시장 사망 이후의 중국 정가의 움직임이다. 랴오의 사망 이틀 뒤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화이런탕(懷仁堂)에서 열린 4월 정례 정치국회의 직후 당 공식 언론인 신화사통신이 전하는 내용을 보면 기이하기 짝이 없다. 신화사통신은 이날 “언제나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책임감으로 맡은 바를 다하고, 실질적 일을 추구해 각종 ‘블랙 스완’과 ‘회색 코뿔소’ 사건 발생을 방지하라”면서 당 간부들을 채근 하는 내용을 실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인 30일에도 중국중앙방송(CC-TV)이 공개한 정치국 집단학습 영상을 보면 25명의 정치국원 중 6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명보도 “정치국원 중 4분의 1 가까이 불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 보도했다.


상무위원 7명은 전원 출석했지만 한 달 넘게 봉쇄 중인 상하이의 리창(李强) 당 서기, 또한 방역 담당 쑨춘란(孫春蘭) 부총리 외에도 리시(李希) 광둥성 당 서기, 왕천(王晨) 전인대 부위원장, 차이치(蔡奇) 베이징 서기, 궈성쿤(郭聲琨) 중앙정법위 서기가 이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분명한 것은 랴오 시장의 상관인 리훙중 톈진시 당 서기는 출석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쑨춘란(孫春蘭) 부총리와 리창(李强) 상하이 당 서기, 그리고 차이치(蔡奇) 베이징 서기 역시 방역 문제로 불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왕천(王晨) 전인대 부위원장은 “지난 3월말 네이멍구 시찰을 다녀왔기 때문에 자가 격리중인 관계로 불참한 것으로 보이는데, 시기가 상당히 경과했음에도 불참한 것 역시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이유가 확실하지 않으면서 정치국 집단학습에 불참한 인물은 궈성쿤 정법위 서기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궈성쿤 정법위 서기가 지난 3월 12일 중앙정법위 전체 회의 이후 정치국 집단학습 당시까지 공개활동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물론 5월 12일, 제9차 신시대 정치·법률 업무혁신 교류회의에서 공식석상에 등장했지만 이날 회의의 주된 내용들이 서면으로 오고간 것이라는 점, 그리고 활동 사진이 공개적으로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홍콩 명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당 대회가 있던 2012년 보시라이(薄熙來), 2017년 쑨정차이(孫政才) 정치국 위원이 낙마했던 전례를 궈성쿤이 밟을지 주목된다”는 보도들을 내놓고 있다.


[시진핑 측근의 낯설지 않은 의문사, 리커창의 반격인가?]


중국의 정치권을 주목하다 보면 중국 공산당의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주요 인물들의 돌연사나 의문사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런쉐펑 충칭(重慶)시 부서기가 대표적이다.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전체회의(4중전회) 폐막일에 돌연 사망한 런쉐펑은 충칭시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한 천민얼(陳敏爾) 당서기와 탕량즈(唐良智) 시장에 이은 3인자였다. 그런 그가 돌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던진 충격은 컸다.


그런데 또다시 50대의 젊은 나이에 앞날이 창창한 랴오 시장이 돌연 '돌발 질병'으로 숨졌다는 소식은 많은 의구심과 함께 도대체 중국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증을 더하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뉴스위크 일본판은 지난 18일, “부패 추방을 목적으로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주도해 만든 '염정공작회의'(廉政工作會議)가 지난 4월 25일 열린 지 이틀 만에 랴오 시장이 돌연사했다”면서 “시진핑파 고위 관리가 연루된 부패 의혹이 랴오 시장 돌연사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뉴스위크 일본판의 보도는 한마디로 “리 총리가 주도한 부패추방 운동이 시진핑의 측근들인 '시자쥔'을 정조준했고 이 과정에서 랴오 시장이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뉴스위크 일본판의 이러한 보도는 최근 베이징 정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리 총리의 부상과 맞물리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리커창 총리의 부상에 대해서는 우리 Why Times가 지난 19일(정세분석 1451회) 그 배경과 전망에 대해 자세히 분석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뉴스위크 일본판의 보도에서 흥미로운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중국을 자유경제로 되돌려놓기 위해 리 총리의 파벌을 비밀리에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대목이다.


다시말해 “미국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고유가와 물류난, 생산 차질 등인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도움 없이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마오주의로의 회귀를 꿈꾸는 시진핑 대신 자유경제 체제를 지지하는 리커창을 막후에서 지원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풀고,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중지하도록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뉴스위크 일본판은 바라본 것이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숨겨진 목적은 다른 데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중국의 리커창 계열과의 연계를 통해 중국의 정치 판도를 변화시켜 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물론 뉴스위크 일본판의 분석이 조금은 지나친 감이 분명 있지만 그만큼 중국 내부에서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어떤 일들이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랴오 시장의 사망으로 차기 당 정치국 인사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다. 여기서 시진핑 계열의 시자쥔이 핵심 자리를 차지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리커창 계열의 공청단 또는 상하이방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살펴본다면 중국 권력의 재편 방향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진핑의 3연임은 이미 고정 변수로 생각해 왔지만 그 바로 물밑에서는 수없는 ‘오리의 발길질’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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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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