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우크라이나 전쟁, 승부수 던진 미국 - 바이든, 우크라에 42조원 추가 지원키로 - "우크라이나 전쟁은 곧 미국의 전쟁"으로 인식했다는 의미 - "우크라이나 전쟁은 민주주의 대 독재의 싸움"
  • 기사등록 2022-04-30 22:58:32
  • 수정 2022-05-01 07:09:15
기사수정



[바이든, 우크라에 42조원 추가 지원키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담한 승부수를 던졌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330억 달러(약 42조255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의회에 추가로 요청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기를 비롯한 군사적 지원에 200억 달러(25조4700억 원), 직접적 경제 지원 85억 달러(10조8247억 원), 인도주의 및 식량 지원에 30억 달러(3조8205억 원)를 쓰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 의회는 136억 달러(17조3196억원)의 군사·인도적 긴급지원을 승인했다. 그런데 한 달만에 미국정부가 두 배가 넘는 추가 지원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 추가로 지원하기로 한 금액 수준이면 약 1550억 달러(2020년 기준)였던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5분의 1에 달한다. 특히 군사 지원을 위한 200억 달러는 지난해 러시아가 국방비로 쓴 돈의 3분의 1 수준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라며 “이 싸움의 비용은 싸지 않지만, 공격에 굴복하는 대가는 더 비쌀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계획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은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에 약 40억 달러 상당의 군사장비를 보냈다”면서 “미국이 지원한 무기는 소형 드론에서부터 헬리콥터, 재블린 대공포, 스팅어, 그리고 곡사포까지 다양하다”고 밝혔다.


또한 WSJ은 “이번에 추가로 지원되는 군사원조가 우크라이나군들이 전장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포와 장갑차, 대공시스템 등이 포함됨으로써 러시아군에 대한 대응 능력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보도했다.


WSJ은 특히 “이번 추가 무기 지원을 신속하게 함으로써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돈바스 전투에 최적화된 무기를 우선적으로 보내게 될 것”이라 전했다.


WSJ은 또다른 보도에서 “서방의 무기 지원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대항 때문에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진전도 느리고 결정적인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올렉시 아레스토비치(Oleksiy Arestovych) 보좌관은 서방진영으로부터의 추가 무기 지원은 5월말까지 세력의 균형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재벌 자산 압류, 우크라 지원법안도...]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에 대한 사법 단속권을 강화하는 패키지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한 올리가르히(러시아의 신흥재벌)가 정권의 비호 속에 축적한 막대한 부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목하고 광범위한 제재를 가해왔다.


따라서 미국은 이들의 재산을 동결하고 압수하기 위해 사법 단속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것이다. 이들의 재산을 압류하여 확보한 자금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정부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푸틴 대통령과 유대가 있는 올리가르히로부터 압류한 요트·헬리콥터·부동산·예술작품 등의 자산이 300억 달러(38조2050억 원)에 달한다.


[무제한 우크라 지원, 무기대여법도 통과]


한편 이날 미 하원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수월하게 하는 '무기대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주 전 미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개정안은 하원에서도 찬성 417표, 반대 10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이 '무기대여법' 은 한마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해 주는 것으로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무제한으로 미국의 무기를 지원해 줄 수 있다.


이 법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제정된 것으로 나치 독일과 맞서고 있는 연합군에 복잡한 절차 없이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마련됐다.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의 요청에 따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는데, 81년 만에 대상만 러시아로 바뀌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이 개정안은 즉각 발효되면 우크라이나는 일단 필요한 무기를 받은 뒤 전쟁이 끝나고 대금을 지불하게 된다.


[러시아 최대 무기 ‘에너지’ 예봉 꺾기 전략도 제시]


또한 미국은 러시아에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책을 내놓았다. 일단 미국이 지금 일본 등에 판매하고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폴란드나 불가리아로 돌리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계약을 수십 년 단위의 장기로 맺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미국이 이미 EU로 보낼 수 있는 최대한도로 LNG를 수출하고 있어 여기서 공급량을 늘리려면 수십억달러를 들여 신규 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도 상당한 투자를 수반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러시아의 미래까지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미국도 기꺼이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이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미국이 이렇게 사실상 미국의 모든 능력을 쏟아 붓는다고 할 정도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것은 한마디로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인 순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이 싸움의 비용이 싸지는 않지만 (러시아에) 굴복하면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무기대여법’을 통과시키면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이 전쟁은 민주주의와 독재의 싸움”이라면서 “오늘날 우리의 과업은 그대로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우리 모두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크라이나인들만의 전쟁이 아닌 미국의 전쟁으로 승화시켰다. 아니 미국의 전쟁이 아닌 민주주의를 위한 세계적인 전쟁이라고 명시를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굴복한다는 것은 곧 전제주의 독재에 민주주의가 패배했다는 것인데 이를 용인하게 되면 가깝게는 유럽의 러시아 주변국들부터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세계가 결코 져서는 안될 싸움으로 옮겨갔다. 그래서 미국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사실상 전쟁에 깊이 개입하게 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28일(현지시간)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의 날'을 맞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폭정과 거짓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 너무나도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방어용으로부터 시작해서 공격용 무기까지 지원하는 것에 더해 미군은 우크라이나군에 정찰위성이나 정찰기 등을 통해 확보한 각종 군사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며 우크라이나군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돈바스 전투가 본격화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세밀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은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 전쟁을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며 모두의 전쟁”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우리 모두에게 전략적 의무”라고까지 말한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향후 전략은?]


이렇게 승부수를 던진 미국의 향후 전략은 무엇일까? 일단 전문가들은 미국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장기전으로 간다는 것은 이번 기회에 러시아의 힘을 완전히 빼버리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는 이웃 국가들에게 도발을 생각할 그러한 능력 자체를 완전히 뺏어버리겠다는 의미다.


때마침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전쟁이 몇 달,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며 나토 동맹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또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를 극비로 방문한 뒤 한 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하지 못할 만큼 약해지길 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은 지금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크라이나측의 승리로 끝내는 것 말고도 차제에 러시아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까지 장기적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미국민들의 여론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함께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미국인의 지지율은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로이터는 “대다수의 응답자가 초당적으로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찬성하고 있으며,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지하는 후보를 택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인들까지 완전히 하나가 되어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의 푸틴은 큰 실수를 했다. 우선 우크라이나를 너무 만만하게 봤고, 더불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의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너무 가볍게 봤다.


그러한 실수의 대가를 이젠 러시아의 푸틴이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145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