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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혼돈의 우크라이나,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 러시아 "우크라에서 철군시작", 美 "오히려 병력 늘고 있다" - 러시아 "돈바스에서 우크라군이 선제공격했다", 美 "자작극" - 또다시 러시아 압박한 미국, 해결까지는 수개월 걸릴듯
  • 기사등록 2022-02-18 21:46:39
  • 수정 2022-02-19 07: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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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철수 했나, 안했나?]


러시아 국방부가 16일 오전(현지시간) “크림반도에서의 훈련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했던 러시아 군대들을 철로를 이용해 원주둔지로 잇달아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군사장비들을 실은 열차가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지역으로, 러시아 군사지역 구분으로는 남부군관구에 속한다.


뒤이어 국방부는 이날 오후 별도 보도문을 내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가까운 곳에서 훈련해 왔던 러시아의 서부군관구 소속 전차부대도 정례 훈련이 끝난 뒤 탱크와 장갑차의 열차 적재를 마무리하고 약 1천km 떨어진 상주 기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의 잇따른 철군 발표는 훈련을 종료한 부대들의 철수가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서방이 제기해온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러시아측의 발표가 나온 직후 서방세계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한마디로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고, 더불어 일부는 철수하는 척 하면서 진짜 중요한 병력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거나 오히려 병력이 증원된 곳도 있다는 것이다.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서남부 크라스노다르의 공군기지에 배치된 신형 Su-34 전투기들을 촬영한 위성 사진.[사진=맥사 테크놀로지스]


뉴욕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여주면서 “러시아의 최정예 부대에 속하는 중부와 동부 군사지역 부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그대로 배치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부대는 최근 며칠간 우크라이나 국경으로부터 불과 수십 마일 떨어진 곳에서 침공을 위한 대형을 유지해왔는데, 여전히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인근지역에 투입된 수십 대에 달하는 러시아의 공격용 헬리콥터와 전투기 역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면서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적어도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 해병대 출신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로브 리는 "어제와 그제 러시아 군사 물자가 국경 부근의 벨고로드에 속속 도착해 집결지로 이동했다"며 "나는 (철군 주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NYT에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 다라 마시코트 군사전략가도 "우려스러운 것은 러시아가 다시 쉘 게임(일종의 사기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군사 장비를 임의 장소에 남겨둘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NYT는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설령 서부와 남부 지역에서 대규모의 부대를 철수한다고 해도, 여전히 크림반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북쪽에서는 침공을 개시할 만큼의 충분한 병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병력 철수를 시작했다고 한 주장을 아직 검증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러시아군 15만 명이 아직도 우크라이나를 포위하고 있다"면서 "사실 우리 분석가들은 그들(러시아)이 매우 위협적인 태세, 곧 명백히 침공이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다(an invasion remains distinctly possible)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6일(현지시간) MSNBC와 인터뷰에서 “어떤 군대 철수도 보지 못했다”며 “오히려 러시아 주요 부대가 국경을 향해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러시아 주장과) 정확히 반대”라고 말했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병력이 복귀했다는 러시아의 발표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 당국자는 "러시아가 오히려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병력을 7000명 늘렸다"며 이 같이 말했다.


또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15일(현지시간) “정보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상황이 고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존슨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에 야전 병원을 세우고 있다"며 "이는 침공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지역에 점점 더 많은 군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며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대결을 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당국도 “평소에 53개이던 우크라이나 주변의 러시아 대대전술단(BTG, 1개 대대전술단은 800∼1천 명의 군인으로 구성)이 현재 87개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CNN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러한 서방세계의 평가에 대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또다시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실시하는 군사훈련은 계획대로 시작되고 끝날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서방의 보도는 '정보 테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러시아 서부 지역에 배치돼 훈련 중인 군부대들이 앞으로 4주 뒤까지는 원주둔지로 철수할 것”이라면서 “철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밝혔다. 미국 등 서방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접경한 러시아 서부와 남부 지역에는 현재 10만명 이상의 러시아 군대가 배치돼 있다. 또 약 3만명의 다른 러시아 군대는 이웃 국가 벨라루스에서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전쟁 직전까지 갔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단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과거에도 서방국가들을 속인 전례가 있어 러시아의 철군 주장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의 교전이 벌어진 돈바스 지역 루간스크의 한 유치원 벽면에 큰 구멍이 나 있다(왼쪽 사진). 유치원 바깥에서도 큰 구멍이 났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우크라이나 합동작전군]


[돈바스에서 우크라군이 선제공격했다고 주장한 러시아]


이렇게 러시아군의 철군에 대한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갑자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2시간에 걸쳐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공화국 9개 마을을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큰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주의 마을을 포격했다"며 “친러 반군이 먼저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서방세계는 즉각 “그러한 러시아의 주장이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핑계로 다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는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서방 정보당국은 이미 “러시아가 침공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는 ‘가짜 깃발(false flag)’ 작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해왔었고 “그 지역이 바로 돈바스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어서 러시아의 주장은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도 있다는 주장만 설득력을 얻게 만들고 있다.


[또다시 카스피해에서 해군훈련 시작한 러시아]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카스피해에서 20척의 군함으로 구성된 소함대 훈련을 시작했다”고 러시아군 남부군관구 공보실을 인용해 인테르팍스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발표는 크림반도에서 훈련해오던 남부군관구 소속 부대 등 일부 러시아 군대가 훈련을 마치고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철수를 시작했다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 뒤에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카스피해 해군 훈련에는 미사일함 '다게스탄', 소형 미사일함 '그라트 스비야쥐스크'·'우글리치'·'아스트라한', 소형 포함, 초계함, 지원함 등이 대거 참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의 벨라루스에서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또다시 러시아 압박한 미국]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은 러시아의 주장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해 “러시아 병력의 우크라이나 공격 개시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며 러시아에 사태 해결을 위한 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 각본을 단계별로 상세하게 열거했다. 정보를 미리 공개해 침공을 막겠다는 의도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 정보는 향후 며칠 내에 지상군과 항공, 선박을 포함한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공격을 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시사한다”면서 “지난 몇 달 러시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우크라이나 국경과 러시아, 벨라루스, 점령지 크림반도에 15만 명이 넘는 병력을 집결했는데, 러시아는 병력을 줄이고 있다지만 현장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보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①공격의 구실을 지어내고 ②대응을 명분으로 최고위급 비상 회의를 소집한 뒤 ③공격을 개시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공개한 후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세계가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있다”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러시아 내 폭탄 테러 날조를 비롯해 폭력 사건, 민간인 상대 드론 공격, 화학 무기를 사용한 허위 또는 실제 공격 등이 ‘공격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아울러 “러시아 언론이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고 전쟁을 정당화할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허위 주장을 퍼뜨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공작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일단 공격이 시작되면 “러시아의 미사일과 폭탄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떨어질 것”이라며 “통신 수단은 가로막히고 사이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핵심 기관들이 차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그 후 러시아 탱크와 군인이 핵심 목표물을 향해 진격할 것”이라며 “러시아 측이 세부 계획을 통해 진격 목표를 이미 식별했다”고 했다. 그는 “이들 목표물에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280만 명 시민이 있는 도시 키예프도 포함되리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가하려는 계획은 재래식 공격만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러시아가 특정 우크라이나인 집단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정보를 보유했다”라고도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마지막으로 “러시아가 외교에 전념한다면 우리는 그 전념을 증명하기 위한 모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러시아를 향해 “①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②병력과 탱크, 항공기를 돌려보내고 ③협상 테이블에 외교관을 보내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수개월 걸릴 수도]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숨은 돌렸지만 빠른 시일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를 막는 것이 중요하고 더 이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차단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야 인도-태평양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단 벌여놓은 일이라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계속 서방세계를 압박하면서 질질 끌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진영의 단합을 흔들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치 상황을 수개월까지 끌고 가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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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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