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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의 ‘대만 흔들기’ 공작, 실패했다! - 대만 국민투표, 차이잉원 승리는 곧 중국의 패배 - “대만 국민이 중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했다” - 대만, 미국과의 관계를 전방위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
  • 기사등록 2021-12-19 22:52:39
  • 수정 2021-12-20 08: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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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민투표, 차이잉원 승리]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을 뒤흔들려는 중국의 공작이 실패했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놓고 벌어진 18일의 국민투표에서 대만 국민들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사실 18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집권 민진당이 패배했다면 내년 지방선거, 2024년 총통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었다.


이번 국민투표는 크게 4가지 안건에 대해 각각 치러졌다.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제4원전 상업 발전 개시 △타오위안의 조초(산호 한 종류) 해안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 도입 시설 이전 △국민투표일 대선과 연계 등이 그것이다.


각 안건에 대해 찬성이 반대보다 많고, 찬성이 유권자 총수의 4분의 1(495만6367명)을 넘기면 해당 안건은 통과돼 법적 구속력이 생긴다. 그런데 안건 대부분이 민진당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내용이어서 이번 국민투표는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중 가장 관심이 컸던 이슈는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을 함유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관한 것이었다. 차이잉원 정부가 올해 1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입을 강행했지만 소비자 건강과 생명을 앞세운 야당의 반발로 대만 유권자의 심판대에 올랐다.


집권 민진당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서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수입 규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대만은 미국과 FTA 전 단계인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체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민투표에서 패배한다면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이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된 대만이 외교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에서 이 또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동안 여론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야당인 국민당이 지난 2008년 한국의 광우병사태와 같이 성장촉진제인 락토파민을 먹고 자란 돼지고기가 인체에 해롭다는 식으로 감성적으로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국민투표 과정에서 한국 사례도 여러 번 거론됐다. 한국은 이미 국제기준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락토파민 돼지고기를 수입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식품 안전 사고는 한 번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야당인 국민당은 이러한 과학적 데이터를 무시하고 한국의 광우병 사태 때와 같이 불안감을 선동했던 것이다.


이런 결과로 대만 매체 ET투데이가 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6%가 야당이 주장하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에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37.6%에 그쳤다. 그래서 이번 국민투표에서 당연히 차이잉원의 민진당이 패배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대만 국민들은 4가지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표를 더 많이 선택해 부결시켰다. 이는 당초 찬성 쪽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국민투표에서 민진당 승리의 의미]


이번 국민투표는 모두 야당인 국민당이 제안한 것으로 만약 이번 국민투표 4가지 이슈 중 하나라도 통과가 됐다면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 자체가 위기에 휩싸이면서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미국의 손을 굳게 잡고 있는 지금의 정책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특히 대만의 야당 국민당은 수시로 차이잉원 정권이 시진핑의 중국과 지나친 적대관계를 형성시켜 대만의 안보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해 왔고, 더불어 차이잉원 총통의 대만독립론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를 해 왔었다는 점에서 이번 국민투표는 그동안의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반대 흐름에도 불구하고 대만국민들이 차이잉원 총통의 대만독립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칫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반대가 통과된다면 미국과의 관계가 흐트러지면서 대만이 시진핑이 생각하는 중국에의 복속론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대만 국민들이 깨달았다는 의미다. 그래서 내심으로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대의를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 정책에 힘을 실어 주었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사실 대만 내부에서는 중국 친화적인 국민당이 이러한 국민투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내년의 지방선거와 2024년의 총통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입지 확보는 물론이고 차이잉원 총통의 정권 정통성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로 읽혀졌고, 여기에는 중국 정부당국의 공작도 한몫했다는 평가들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 11월 25일 야당인 국민당 주석에 당선된 주리룬 주석은 12월 국민투표에 대해 “(차이잉원 정부의) 쑤전창 내각을 무너뜨리는 투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론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여당을 공격할 무기로 삼겠다는 뜻이다.


차이잉원 총통의 행정 장악력이 떨어지면 곧바로 미국과의 연대력 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중국 공산당의 대만 지배력도 강화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이잉원 총통은 국민투표일 하루 전인 지난 17일 밤 총통부 앞 거리에서 진행된 대규모 유세에서 “미국 돼지고기 수입 문제를 ‘식품 안전 문제’가 아니라 대만이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와 관련된 ‘경제통상 문제’”라면서 "만일 우리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만 경제는 중국과 함께 계속 묶여 있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던 것이다.


특히 차이 총통은 “대만은 반도체와 전자 산업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전통 산업은 여전히 관세·비관세 장벽에 부딪힌 탓에 반드시 양자 또는 역내 FTA를 통해 국제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그래서 국민투표 당일 밤 직접 발표한 담화에서 “국민투표는 누가 지고 이기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미래를 어떻게 걸어가느냐의 문제”라며 “국민투표를 통해 대만 인민이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전달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결국 이번 국민투표는 어느 한 사안 사안에 대해 대만 국민들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의 차원을 떠나 친미반중의 노선을 걷고 있는 차이잉원의 민진당을 계속 지지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대만국민들의 선택이었다고 보면 된다.


이는 투표 결과로도 나타난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문제(반대 51.21%), 탈원전 문제(반대 52.84%), 천연가스 시설 이전(반대 51.63%, 국민투표일의 대선 연계(반대 51.04%)의 4가지 이슈 모두 거의 비슷한 비율이 나왔다는 데서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만의 국민투표는 어떤 이슈에 대한 국민투표가 아닌 차이잉원의 민진당에 대해 대만 국민들이 재신임을 해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가축 성장 촉진제인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대중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강한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대만인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허가한 정부 결정을 유지하자고 결론을 내린 것은 중국의 대만 압박이 날로 거칠어지는 가운데 안보를 크게 의존하는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만큼 락토파민 돼지고기 수입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대중의 건강 문제와 관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만과 미국, 대만과 중국 간의 복잡한 삼각관계가 반영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특히 차이잉원 정권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결정하게 된 배경도 과도한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12월 큰 정치적 '결단'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경제를 상당부분 중국에 의존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다. 대만의 대중 수출은 전체의 44%에 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의 경제적 협력 수준을 높여 중국에 치중된 무역 흐름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잉원 총통의 결단 때문에 대만과 미국은 지난 11월 양측의 장·차관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경제대화)’를 1년 만에 다시 열어 산업 공급망, 디지털 경제, 5세대(5G) 이동통신 안보, 과학기술, 무역, 투자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며 공조를 과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와 매체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맞선 정면 도전”, “대만에 보내는 잘못된 신호”라며 TIFA와 경제대화에 격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결국 이번 국민투표에서의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이 승리했다는 것은 곧 야당인 국민당의 패배 뿐 아니라 중국의 패배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차이잉원 정권이 패배했다면 조기 레임덕이 오면서 친중 성격이 강한 국민당의 재집권 희망이 높아지는 상황으로 흐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블룸버그 통신도 "만약 (수입 금지)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차이잉원 총통은 딜레마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베이징이 민주적인 통치하에 있는 섬(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지를 유지하는 것은 특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그래서 세계의 여러 언론들도 이번 대만 국민투표 결과를 가리켜 “대만 국민이 중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했다”라고 보도를 한 것이다.


한편, 친중 성향의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이날 밤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 “당내에서 '전범'(戰犯)을 찾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대만의 국민투표 이후의 전망]


이번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 정부는 대만 국민들의 여론을 바탕으로 더욱 더 중국 탈피 경제체제 구축을 가속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만 정부는 미국과의 FTA 체결, 일본·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 다수가 포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통해 '고립'에서 탈출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들어가 수출 중심의 경제를 더욱 발전시켜나간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FTA와 CPTPP는 대만이 고립을 벗어나는 중요한 포석"이라는 차이 총통의 국민투표 전날 밤 유세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던 것이다.


당연히 차이잉원 정부는 미국과 밀월 관계 강화를 가로막을 위협 요인이 제거됨에 따라 미국과의 관계를 전방위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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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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