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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과 푸틴의 동상이몽 - 시진핑·푸틴 화상회담 열어, "서로을 믿지 않으면서도 친구인 척" - 인도에 무기를 판 러시아, 중국 안전은 안중에도 없어 - 헛물켜는 중국, 중국은 어차피 혼자다
  • 기사등록 2021-12-17 22:31:45
  • 수정 2021-12-18 08: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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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압박에 맞서 협력을 다짐했다. [사진=크렘린궁]


['동병상련' 시진핑·푸틴 화상회담 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압박에 맞서 협력을 다짐했다. 이날 회담후 양국은 공동성명 없이 각자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회담 자체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배제된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들도 세계의 중심 축’이라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 급조된 것이기는 했지만 두 정상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두 나라가 힘을 합쳐 미국의 패권주의에 강력하게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미국 패권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부단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시종일관 친밀함을 과시했다.


[무슨 논의가 오고갔나?]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사통신은 3114자 분량의 발표문을 냈다. 여기에서는 대만·민주·인권·올림픽은 포함됐지만 관심을 모았던 우크라이나 문제는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회담 후 발표문을 냈고 이 내용은 타스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


*군사 안보 관련


시진핑과 푸틴 회담의 주요 논의 사항 중의 하나는 러시아 안보 관련 문제였다. 이 사항은 중국의 발표문 가운데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측 발표문에서는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특히 유리 우샤코프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대통령과의 지난 7일 화상회담 내용을 시진핑 주석에게 자세히 설명하면서 시 주석에게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반복적으로 군사 인프라를 러시아 국경 가까이 이동시키면서 러시아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을 바이든에게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이해하며 안보 보장과 관련한 러시아의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러 협력관계


이번 시진핑과 푸틴회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역안보 동맹 문제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들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오커스 등의 추가적인 군사동맹이 활발해 지는 것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시진핑 주석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중국이 국경 확정을 목적으로 옛 소련 공화국과 결성한 역내 다자안보기구) 성립 20년 동안 중·러는 시종 높은 수준의 전략적 협업을 유지해왔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일체성을 강조했다.


또한 옛 소련 공화국 6개국(러시아·벨라루스·아르메니아·카자스흐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이 2002년 창설한 집단안전보장 기구인 CSTO를 거론하면서 “융통성있고 다양한 협력을 전개해 지역 안보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관련


양국 정상은 지난주 미국이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담’도 강하게 비난했다. 시 주석은 “어떤 세력이 ‘민주’와 ‘인권’을 간판 삼아 중·러 두 나라 내정을 함부로 간섭하고, 국제법과 공인된 국제 관계의 준칙을 난폭하게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관련


양국 정상은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해 서방이 선언한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스포츠의 정치화’로 못 박고, 두 나라가 같은 입장임을 강조했다.


[중러정상, 美패권 도전위해 힘 합치기로 합의]


그런데 시진핑와 푸틴의 정상회담에서 정말 중요한 대목은 양 정상이 미국의 패권체제에 도전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는 점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립적인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의 미국 중심의 경제 체제 자체에 대해 중국의 위안화와 러시아의 루블화가 힘을 합쳐 영향력 축소를 시도하기로 결의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으며 이를 위해 디지털위안화의 상용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달러가 기축통화가 됨으로 인해 러시아가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문제도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편으로 러시아의 달러결제를 통한 무역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도 차제에 달러가 기축통화가 아닌 중국과 러시아의 화폐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체제를 꿈꾸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은행 총재는 이미 2년전에 "경제적, 정치적 성격 모두에 대한 러시아의 외부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탈달러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또한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신포럼에서 펑싱하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일대일로 같은 중국의 국제적 프로젝트 확산으로 달러중심의 체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푸틴의 이중 플레이 1: 미국과의 또다른 협상]


이렇게 중국의 시진핑과 찰떡 궁합을 과시했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에 러시아 안보를 보장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고조되고 있는 긴장과 관련해 러시아가 미국 및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들과 협상하고 싶은 안보 조건에 대한 초안을 마련해 제출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안보와 관련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또다시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보좌관과 통화했고, 통화후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접경의 러시아 군비 증강에 대한 강력한 우려를 재강조하고 미국은 외교를 통해 안보와 전략 문제를 다루기 위해 계속해서 유럽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러한 국면전환은 러시아가 결코 미국과 정면 충돌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적절한 수준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신문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볼 때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적당한 명분을 얻은 후 꼬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문제는 러시아의 이러한 국면전환은 중국이 원하는 바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시진핑-푸틴의 화상정상회담 직후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가 16일자 사설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역사적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중·러가 국제규범을 어기고 국제질서에 도전한다는 거짓말을 날조해 서구를 중국 및 러시아와의 위험한 충돌로 내몰고 있다"고 썼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봉쇄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라며 “전력 면에서는 미국이 유리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어느 쪽을 상대로도 압도적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러 가운데 한 쪽과 전략적 충돌을 하면 미국은 감당하기 힘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는 것은 워싱턴에게 악몽"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의 주장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동맹에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라도 공격을 하면 양국이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글로벌타임스의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동상이몽이라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는 결코 미국과 충돌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과는 국익 차원에서 손을 잡고 같은 편인 척 하지만 중국을 위해 러시아가 함께 총을 들 생각 역시 추호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러시아에 대해 헛다리를 짚고 있다.


[푸틴의 이중 플레이 2: 인도에 무기를 판 러시아]


또 하나,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엄청나게 착각을 하고 있다는 또다른 증거가 바로 러시아가 인도에게 첨단 무기를 판매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지금도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중국의 남하를 막기 위해 미국의 지원을 받으려 쿼드(QUAD)에도 참여하고 있고, 합동 군사훈련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인도의 가장 우선되는 적국이 바로 중국이라는 의미다.


그런 인도에 러시아가 첨단 무기를 팔기로 했다는 사실은 중국에겐 엄청난 충격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3시간30분간 마라톤 정상회담과 외교·국방 장관의 첫 2+2회담도 진행됐다.


이 만남에서 러시아-인도 양국은 군사기술협력을 2031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고, 러시아는 인도에 54억 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의 S-400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계속 공급하기로 확정하는 등 양국의 방위협력을 확대·강화했다. S-400 방공미사일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불린다.


이 무기들은 고스란히 대 중국 방어에 투입된다. 인도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를 중국이 같은 편이라 생각하는 러시아로부터 들여온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이렇게 중국에 대해 철저한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헛물켜는 중국, 중국은 어차피 혼자다!]


지난 7월 1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파키스탄에서 잠비아까지: 누가 중국의 진짜 친구인가?”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올렸다. 중국전문가인 마리아 시오우(Maria Siow)가 쓴 이 글은 중국 외교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아주 의미있는 보도라 할 수 있다.


SCMP는 “중국 외교성명의 영문판에 중국과 ‘ironclad’(쇠처럼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바위처럼 단단한)로 표현되는 국가가 14개인데 중요한 것은 이들 14개 국가의 명단에 러시아와 북한이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그야말로 철통같이 단단한 나라로 꼽은 곳들은 브라질,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말리, 몰타, 나미비아, 파키스탄, 루마니아, 세르비아, 탄자니아, 예멘, 잠비아, 짐바브웨 등 14개국이다.


SCMP는 이들 14개국 외에도 벨라루스, 캄보디아, 쿠바, 미얀마, 우크라이나 같은 5개국도 ‘ironclad’에 준하는 나라로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렇게 따져도 중국이 가장 믿을 수 있는 19개나라 명단에도 역시 러시아와 북한은 없다.


러시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북한 입장에서는 정말 섭섭할만 하지만 어찌보면 중국이 북한을 지금 계륵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또 러시아가 중국의 ‘ironclad’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을 연구하는 탁사실라연구소 마노지 퀴왈라마니(Kewalramani)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중국에게 전략적 파트너는 될 수 있을지언정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이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가시지 않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SCMP는 이어 “중국은 한때 중국에 속했던 잃어버린 영토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 역시 중러관계가 결코 하나로 묶여질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유명 국제관계 전문가인 스인훙(時殷弘) 중국인민대학교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는 본래 한 침대에서 다른 꿈을 꾼다(同床異夢)”며 “지금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함께 있기를 바라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진정으로 서로 믿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러시아와의 합동군사훈련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일종의 대 미국 시위 성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미국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 중국과 러시아 양대 국가를 향해 윽박지르면서 탈 중국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중국을 향해 이중 플레이를 하는 데는 이렇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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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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