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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에 일격 날린 美, “독재자의 범죄조직” - 민주주의정상회의, 반중국 포위망 구축 본격화 계기 - "홍콩이 경찰국가로 전락했다" 발언에 중국 분노 - 美, 민주주의 훼손 국가나 개인에 강력한 제재 가할 것
  • 기사등록 2021-12-12 23:22:57
  • 수정 2021-12-13 08: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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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과 10일(현지시간) 미국 주도하에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사진=백악관]


[110개국 민주주의 정상회의 폐막]


전 세계 110여개 국가가 참가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가 지난 9일과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하에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개막연설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외부 독재자들은 세계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며 “이것이 오늘날 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민주주의는 우연히 얻어지지 않는다”며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해 민주 국가의 절반이 최근 10년간 민주주의에서 후퇴했다”고 했다. 이어 “이는 한층 복잡하고 공동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전세계적 도전과 맞물려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진영의 세계적 공동체로서 우리는 우리를 하나로 통합하는 가치를 옹호해야 한다”며 “우리는 정의와 법치, 의사표현과 집회, 언론과 종교의 자유, 모든 개인의 인권 존중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간디와 만델라 등 지도자들을 언급하면서 “민주주의는 상태(state)가 아니라 행동(act)”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개별 국가가 모든 정답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의 공유된 헌신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독재를 물리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10일 폐막연설에서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고,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는 공약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내년 정상회의에서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향해 독설 날린 바이든]


이번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자체가 기본적으로 反중국 블록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겨냥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우선 이번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핵심 의제를 권위주의에 대한 방어, 부패 척결, 인권 존중의 증진으로 잡았다는 점도 미국의 의도를 분명히 해 준다.


더불어 바이든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외부 독재자들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키우고 억압적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했고, 폐막 연설에서는 “독재가 전 세계 사람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자유의 불꽃을 결코 꺼뜨릴 수 없다”며 전 세계 각국이 민주주의 수호에 협력해 달라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독재를 떨쳐냄으로써 민주주의를 강화하자”면서 “공동의 민주적 가치를 지지하기 위한 전 세계의 결집과 열정에 고무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중국을 독재국가로 지칭하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집단’이라 정의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독재국가들이 민주주의를 흔들지 못하도록 전 세계가 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가 어떤 성격인지 분명히 보여주는 일이 있었다. 미국 정부가 정상회의 개막 직전인 8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코소보, 세르비아의 개인 16명과 기관 24곳을 초국적 조직범죄를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번 재제 대상엔 심각한 인권 탄압이나 부패에 관여한 인사의 미국 재산을 동결하고 비자를 제한하며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이 적용됐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이날 제재가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목표에 부합하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범죄 활동과 부패 간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앞으로도 "부패, 압제, 조직범죄, 심각한 인권침해 등 유해한 활동으로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민주적 제도를 훼손하는 데 관여한 특정 개인들에 대해 일련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별도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여하기로 한 세계 110개국에도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을 움찔하게 만든 홍콩 대표의 발언]


이날 발언 중에서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은 2014년 홍콩 ‘우산 혁명’을 이끈 민주화 인사인 ‘네이선 로(羅冠聰)’로 그는 "홍콩이 경찰국가로 전락했다"며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에 맞서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이선 로는 그러면서 "여러분 중 일부는 중국 시장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며, 일부는 우리의 민주적 가치에 대한 위협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화나게 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그것이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중국에 책임을 물을 장치없이 중국의 부상을 수용했다”며 “정치인들과 시민 지도자들이 함께 협력해 민주주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내가 겪은 일들은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믿었던 도시가 어떻게 우리의 눈앞에서 권위적인 경찰국가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나는 그 일들을 경험했다. 내게 민주주의의 퇴보는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슈아 웡, 베니 타이, 지미 라이 등 홍콩에서 나와 함께 했던 대부분의 민주 운동가들은 구속됐고, 현재 종신형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현재 홍콩국가보안법 통과 후 홍콩을 떠나 영국에 망명 중이다.


중국은 네이선 로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여에 격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는 네이선 로의 연설 직후 "로의 호도된 발언은 정의와 진실에 반하고 민주적 가치에 대한 최대 아이러니"라며 로는 국가 안보를 위협에 빠트렸다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도 "로는 중국에 대해 터무니없는 비판을 하는데 일부 서방 정치인들의 각본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따르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9일자 사설에서 "반중난항(反中亂港·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히는 일) 분자 로가 미국의 초청을 받았다는 점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민주주의가 없다는 사실이 확고해졌다"고 썼다.


이어 로를 '국가 분열을 선동하고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보를 해친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범죄 용의자'라고 지칭한 뒤 "미국이 민주주의를 도구화하고 무기화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네이선 로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초청과 발언 자체가 중국에게는 뼈아팠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


중국은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정상회의에 대해 11일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이른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해 이데올리기로 선을 긋고 민주주의를 도구화, 무기화해 가짜 민주주의 이름으로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분열과 대항을 선동해 국내 문제를 전이하고 미국의 세계 패권 지위를 수호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왕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유엔을 핵심으로 한 국제 체계와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미국의 행동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해 국제 사회의 보편적인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 대변인은 "민주주의는 전 인류 공통의 가치로서 각국 국민의 권리이지 소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한 나라가 민주주의인지 아닌지는 그 국가 사람들이 판단해야지 외부의 소수의 사람이 말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해 9일(현지시간)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국가들을 참여시키는 새로운 게임”이라면서 “미국이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악용하며 ‘우리 대 그들’의 전선을 긋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분명한 것은 미국의 현 행정부가 ‘우리 대 그들’로 이뤄진 더 넓은 연합체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반복해서 지적했듯 이 정책은 국제적인 문제에서 새로운 구분선을 만든다”고 맹비난했다.


북한도 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도한 미국을 향해 “민주주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할 아무런 명분도, 초보적인 자격도 없다”며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미국의 목적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패권’이라고 한 지난 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발언 등을 인용하면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패권 유지에 걸림돌이 되는 나라들에 대대적인 정치 공세를 가하려는 흉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가 “철두철미 세계 패권을 노린 미국의 냉전식 사고방식의 산물”이라고 깎아내렸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의미]


이날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한마디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와 포위망 구축, 그리고 反중국 블록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체 자체가 처음부터 미국이 동맹 등 우군을 최대한 규합하려는 시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되었다는 인식에 따라 국제사회 주도권을 다시 각인시키려는 목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미국의 이러한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미 국무부의 언론 브리핑에서도 나타난다. 국무부는 이날 "이번 회의는 앞으로 진행할 작업의 시작"이라며 "다가올 1년간 파트너들과 협력해 두 번째 정상회의 때는 공동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초청했다는 것은 중국의 ‘전체주의’와 ‘인권 유린’을 겨냥해 대만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도가 실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평가를 하는 이유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정상회의에 초청된 110개국 중 대만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만은 선도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정부는 투명하고 적극적이며 민주주의 증진과 관련하여 많은 경험이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대만은 전체주의에 맞서고 있고, 대내외적으로 인권 존중을 증진한다는 정상회의 목표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집권 민진당 소속 왕팅위(王定宇) 입법위원(외교국방위원회)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의 정상회의 초청은 대만은 (미국의) 긴밀한 동맹이며 ‘국가’로 인정돼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이 대만의 역할과 관련해 중국의 ‘전체주의’와 ‘인권 유린’에 맞서는 존재로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무엇을 의도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할 것이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현지시간)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자유민주주의의 결집을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보편적 인권의 수호를 위해 110여개국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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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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