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다시 마주 앉는다…70% 반대 넘을 해법 있나]
마이크론이 27일 대만 타오위안 노조와의 협상에서 핵심 생산거점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노조 간부 11명의 경고 파업은 끝났지만, 노조는 조합원 약 70%가 회사 보상안에 반대했다며 추가 단체행동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번 협상은 분쟁을 제한적 행동으로 마무리할지, 더 넓은 현장 참여로 이어지게 할지를 가를 중요한 고비다. 실제 생산 차질로 번진다면 미국 고객사의 메모리 조달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공급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23일 “마이크론이 대만 노조의 요구에 대응해 글로벌 분기 성과연동 보상제를 도입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타오위안 노조와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튿날 AFP는 “마이크론 타오위안 노조가 조합원 2,300여 명 가운데 약 70%가 회사의 새 이익공유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면서 “노조는 추가 단체행동 가능성을 경고했으며, 태풍으로 연기된 후속 협상은 27일 열린다”고 보도했다. 경고 파업이 끝났다고 노사 갈등까지 마무리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앞서 노조 간부 11명은 22일 오전 9시부터 23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경고 파업을 벌였다. 대만 중앙통신사 CNA는 이를 상징적 파업으로 소개했다. 노조 측은 이번 행동이 생산을 방해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면서도 향후 더 많은 직원이 참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확인된 것은 공장 전체의 가동 중단이 아니라, 협상 진전을 압박하기 위한 제한적 행동이다.
따라서 27일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당일 합의서가 나오느냐만이 아니다. 배분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는지, 노조가 추가 행동을 유보할 만한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 결렬되더라도 대화가 이어질 수 있지만, 불신이 더 커지면 다음 행동의 참여 범위와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
[돈을 더 주겠다는 회사, 배분 공식을 요구하는 노조]
노조 요구에는 지급 규모와 제도라는 두 문제가 함께 들어 있다. AFP에 따르면 양 지역 노조는 83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일회성 보너스와 함께, 회사 영업이익의 15%를 분기별로 배분하는 상설 제도를 요구해 왔다. 마이크론이 최대 68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보상을 제시한 뒤에도 갈등이 이어진 이유를 단순한 보너스 액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비교 기준은 한국 경쟁사다. 로이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수익성 조건 아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대만 노조는 이를 참고하면서 더 높은 비율을 요구했다. ‘K-성과급’이 해외 노동자의 보상 요구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론도 새 제도를 제시했다. 2027회계연도부터 전 세계 직원에게 기존 연간 보상 외에 분기 성과연동 보상을 도입하고 현금과 주식으로 절반씩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 산식은 세후이익과 다음 분기 예상 설비투자를 반영하며, 고정 배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투자 확대기에 지급 재원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 요구와 차이가 남는다.
협상의 핵심은 이 간극이다. 회사는 대규모 증설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면서 보상하겠다는 구조이고, 노조는 이익이 발생했을 때 직원 몫을 예측할 수 있는 공식을 원한다. 한 차례 더 지급하는 것으로 끝낼지, 앞으로의 분배 원칙까지 정할지가 걸려 있다.
[결렬 뒤가 문제…D램 핵심 거점의 파업 확대 가능성]
타오위안의 중요성은 생산 비중에서 드러난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 사업장은 마이크론 전체 D램 생산능력의 약 22%를 차지한다. 이렇게 마이크론의 대만 의존도도 상당하다. AFP는 “마이크론이 반도체의 약 50~60%를 대만에서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타오위안과 타이중 등을 포함한 대만 전체 비중이다. 타오위안의 제한적 파업을 근거로 ‘마이크론 생산 절반 중단’을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갈등이 어떤 공정과 인력으로 확대되느냐다.
로이터가 인용한 전문가는 유지보수·공정 감시·이상 대응 인력이 충분하면 파업이 곧 전면 가동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핵심 공정이 유지되는 하루짜리 행동과 장기간 현장 인력이 빠지는 파업은 영향이 다르다. 27일 이후에는 파업 선언보다 실제 참여 인원, 영향을 받은 공정, 출하 지연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미국 고객사에 번질 부담…HBM과 일반 D램 구분해야]
미국 빅테크에 위험이 전달되는 경로는 메모리 조달이다. 생산 차질이 길어지면 고객사는 재고로 버틸 수 있는 기간과 대체 공급사의 추가 배정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필요한 규격의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서버 도입 일정과 비용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번 경고 파업으로 특정 빅테크가 이미 납품 차질을 겪었다는 구체적인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HBM 거점인 타이중은 상황이 다르다. 마이크론과 타이중 노조는 21일 합의서에 서명하고 예정된 조정 절차를 철회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타오위안은 D램 전공정에, 타이중은 첨단 D램·HBM 생산과 패키징·테스트에 관여한다. 타이중 합의는 결과적으로 HBM 생산거점의 노사 불확실성을 낮췄다.
타오위안 노조는 타이중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사안에 대한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이중의 합의 파기나 파업 재개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타오위안 협상 결렬을 곧바로 엔비디아용 HBM 공급 중단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두 사업장의 노사 상황과 실제 공급 영향을 나눠 살펴야 한다.
[삼성·하이닉스에는 기회…추가 공급 여력이 관건]
추가 차질이 발생한다면 가격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일 대만 공상시보는 4분기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약 2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률은 둔화하지만 AI 수요와 제한된 공급이 가격을 지지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불확실성이 커지면 고객사의 물량 확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한국 업체의 반사이익은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고객이 대체 물량을 요청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해당 규격을 추가 공급할 여력이 있어야 한다. 기존 계약과 고객별 제품 검증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생산 감소와 대체 주문이 확인돼야 가격 협상력 강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판단할 수 있다.
[Why Times Insight | 마이크론이 지켜야 할 것은 공급 신뢰다]
마이크론이 27일 협상에서 지켜야 할 것은 보상 비용만이 아니다. 고객이 믿고 주문할 수 있는 공급 안정성도 걸려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고성능 메모리를 개발하는 능력과 약속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이 함께 결정한다.
협상이 결렬됐다고 고객이 곧바로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갈등이 반복되고 납기까지 흔들리면 고객은 구매 기준에 새로운 위험을 반영하게 된다. 경쟁사로 물량을 분산하거나 추가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기회가 열리는 지점도 그때다.
한국식 이익공유제가 해외의 비교 기준이 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다만 이익연동 성과급 자체가 고정비인 것은 아니다. 향후 부담은 기본급·수당 인상과 불황기 보상 조정을 둘러싼 갈등에서 따져야 한다.
27일은 마이크론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날은 아니다. 하지만 경고 파업 단계에서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확인할 중요한 시험대다. 회사가 배분 원칙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분쟁이 실제 생산 차질로 번진다면, 협상장에서 시작된 문제가 고객의 공급 신뢰를 흔드는 문제로 커질 수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