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더미에 갇힌 중국, 그런데 시진핑의 처방은 또다시 건설]
중국을 세계 최강의 인프라 국가로 만들겠다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던 시진핑의 국가주도 성장전략이 이제 거대한 부채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공항, 도시철도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지만 곳곳에서 수익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시진핑의 대표적 치적사업인 슝안신구에도 막대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산업기업의 매출채권은 29조 위안을 넘어섰다. 과연 시진핑은 중국을 부강하게 만든 것인가, 아니면 중국경제를 감당하기 어려운 빚더미 위에 올려놓은 것인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중국경제가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기업 수익성 악화라는 복합위기에 빠져 있지만 시진핑 지도부는 여전히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소극적”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주택대출 지원과 은행 자본확충, 인프라 투자 등 제한적인 처방을 반복하고 있지만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경제학자들의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경제의 문제는 더 이상 돈을 얼마나 풀 것인가가 아니라, 기존 성장방식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익숙한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는 9월 28일 “중국 국무원이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채권 발행과 핵심 인프라 사업의 조기 착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도 중국은 경기가 둔화될 때마다 도로와 철도,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떠받쳤다. 그러나 투자 효율이 떨어지고 지방정부 부채가 누적된 상황에서 같은 처방을 반복한다면 단기 성장률을 방어하는 대가로 장기적인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월 25일 발표한 중국 지방정부 재정 분석에서 “지방정부와 지방정부융자기구(LGFV)의 부채가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히 빚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저금리 채권으로 갈아타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과거의 건설사업에서 발생한 빚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건설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시진핑의 미래도시 슝안…8600억 위안 쏟아부었지만...]
시진핑의 국가주도 성장전략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은 허베이성 슝안신구다. 2017년 시진핑의 주도로 출범한 이 신도시는 베이징의 과밀 기능을 분산하고 새로운 첨단산업 거점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2025년 2월까지 누적 투자액이 8600억 위안을 넘어섰음에도 도시의 자생력과 투자 효율성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3월 24일 시진핑의 슝안신구 방문을 보도하면서 “이 사업이 시진핑 자신의 정치적 유산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큰 문제는 슝안신구가 단순한 도시개발사업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치적이라는 점이다. 시진핑의 정치적 권위와 국가사업의 성공이 하나로 묶일수록 경제성에 대한 냉정한 판단보다 사업의 지속 자체가 우선될 위험이 커진다.
[고속철도 6만km까지 더 깐다…누적 부채에도 멈추지 않는 확장]
고속철도 역시 중국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국가사업이다. 중국 국가철도집단에 따르면 고속철도 운영거리는 2021년 3만7900km에서 2025년 말 5만400km로 늘어났다. 불과 5년 사이 1만2500km가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중국은 2030년까지 고속철도망을 6만km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문제는 노선망이 커질수록 경제성이 낮은 지역까지 철도가 확장된다는 점이다. 철도 부채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됐다.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한 중국 국가철도집단의 2021년 말 총부채는 약 5조9100억 위안이었다. 고속철도는 지역 간 이동시간을 줄이고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사회적 편익이 있지만, 모든 노선이 자체 수입으로 건설비와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유료도로 사업은 2010년 32억 위안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7년에는 4027억 위안의 적자로 돌아섰다. 당시 유료도로 건설 관련 부채는 5조2000억 위안에 달했다. 과거 통계이므로 현재의 손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지만, 중국의 부채 주도형 인프라 투자가 이미 오래전부터 재정적 부담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선전 지하철의 충격적 손실…부동산 부실까지 떠안은 국유기업]
도시철도에서는 중국의 인프라 투자와 부동산 위기가 서로 얽힌 구조가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전 지하철이다. 선전 지하철은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의 주요 주주로, 지하철 운영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와 개발사업에도 깊이 관여해 왔다.
선전 지하철의 2025년 순손실은 약 375억 위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지하철 운행 자체에서 발생한 적자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완커의 경영 악화에 따른 투자손실과 자산가치 하락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시민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공공 교통기업이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실에 노출된 구조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이는 중국의 이른바 '철도+부동산' 개발모델이 직면한 위험을 보여준다. 지하철을 건설하고 주변 토지를 개발해 얻은 수익으로 교통 인프라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 교통시설의 재정 부담에 부동산 투자손실까지 더해진다.
[공항 두 개 지었더니 적자만 쌓였다?…베이징의 불편한 성적표]
시진핑 시대의 또 다른 상징적 사업은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이다. 약 800억 위안의 사업비가 투입된 이 공항은 2019년 개항 당시 중국의 기술력과 국가적 위상을 과시하는 대표 시설로 소개됐다. 그러나 다싱공항이 등장하면서 기존 서우두국제공항과의 수요 분산, 시설 중복, 운영비 부담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생겨났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베이징서우두국제공항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세후 손실은 약 94억 위안이었다. 물론 이를 전부 다싱공항 건설의 결과로 볼 수는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운항 중단과 이후 회복 지연도 주요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대규모 공항을 추가 건설한 뒤 두 공항의 시설과 운영비를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은 공항 확장 정책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중요한 문제다.
중국 지방공항들 역시 충분한 항공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지방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항은 건설하는 순간부터 유지보수와 안전관리, 인력 운영에 막대한 고정비가 발생한다. 결국 공항을 많이 건설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공항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승객과 항공편을 확보하는 일이다.
[12조 위안 부채 대응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중국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2024년 11월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정리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지방정부 부채 한도를 6조 위안 확대하고 기존에 승인된 4조 위안의 특별채권 발행분을 활용해 총 10조 위안의 부채를 차환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2029년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판자촌 개조 관련 부채 2조 위안을 포함해 모두 12조 위안 규모의 대응책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부채 차환은 채무 자체를 없애는 것과 다르다. 높은 금리의 장부 밖 부채를 낮은 금리의 공식 지방채로 바꾸면 당장의 이자 부담과 상환 압력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부실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IMF 역시 중국 정부의 부채 차환이 단기적인 부담을 완화하지만, 지방정부융자기구의 사업 수익성 부족과 채무상환 능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IMF가 9월 30일 공개한 중국 지방정부 부채 분석이다. IMF에 따르면 공식 지방정부 부채와 LGFV 부채를 합친 규모는 2024년 GDP의 80%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약 1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다. IMF는 지속 불가능한 LGFV 부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이를 재정제도 개혁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y Times Insight | 중국을 빚더미에 올려놓은 시진핑]
중국의 부채 문제는 시진핑이 처음 만든 것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대규모 경기부양과 지방정부의 차입 확대가 오늘날 부채 문제의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기존 성장모델의 한계가 드러난 뒤에도 국가주도 투자에 의존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자신의 정치적 유산과 연결된 대형사업을 계속 추진한 책임은 시진핑 체제에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업들의 실패 가능성을 인정하고 방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슝안신구처럼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권위와 연결된 사업은 경제적 수익성뿐 아니라 정치적 성과라는 기준으로도 평가받는다.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이 수익성보다 정책 목표 달성을 우선시한다면 비효율적인 투자가 장기간 지속될 위험이 있다.
결국 시진핑은 두 가지 선택 앞에 서 있다. 자신의 국가주도 성장전략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부실사업 정리와 재정개혁, 민간경제 회복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기존 정책을 고수하면서 부채의 만기만 연장하고 새로운 건설사업으로 성장률을 떠받칠 것인가.
중국경제의 진짜 위기는 빚이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빚을 만들어낸 성장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시진핑이 자신의 정치적 치적을 지키는 일을 경제적 효율성보다 우선한다면 중국은 미래의 성장에 사용해야 할 자원을 과거 투자에서 발생한 부채를 감당하는 데 소모하게 될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을 세계 최강의 인프라 국가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그가 답해야 할 질문은 전혀 다르다. 그 화려한 건설의 청구서를 과연 누가, 어떻게 갚을 것인가.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