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선거날 모스크바에 사상 최대 공습…푸틴의 ‘전쟁 러시아’ 심장부가 뚫렸다 - 푸틴의 ‘승리 선거’ 날 모스크바가 뚫렸다 - 더 무서운 변화는 ‘우크라이나산 무기’ - 이제 공은 뉴욕으로 간다
  • 기사등록 2026-09-21 12:00:01
기사수정


[푸틴의 ‘승리 선거’ 날 모스크바가 뚫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총선을 통해 전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과시하려던 바로 그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가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받았다. 1천대가 넘는 드론이 러시아 각지로 날아갔고 모스크바 정유시설까지 불길에 휩싸였다. 더 주목할 부분은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드론과 미사일을 대거 동원하면서 서방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일단 총선으로 국내 정치 기반을 재정비한 푸틴이 전쟁과 NATO를 상대로 어떤 카드를 꺼낼지가 이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를 향한 대대적 공격의 시점부터 상징적이었는데,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처음 실시한 국가두마 선거 마지막 날인 20일 새벽,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곳곳에 대규모 우크라이나 드론이 날아들었다”면서 “이번 공격은 개전 이후 모스크바를 겨냥한 최대 규모의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었다”고 보도햇다.


AP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와 점령지역 상공에서 1,110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전날부터 러시아 방공망이 1,600대 이상의 드론을 요격했으며, 이 가운데 450대가 모스크바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 주장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어느 수치를 적용하더라도 이번 공격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로이터 역시 “방공망을 뚫은 일부 드론은 실제 목표물까지 도달했다”면서 “모스크바 남동부 카포트냐에 있는 가즈프롬네프트 정유시설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시설은 2024년 약 1,160만t의 원유를 처리한 러시아의 핵심 정유시설 가운데 하나로,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뿐 아니라 연료 공급과 재정 기반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더 무서운 변화는 ‘우크라이나산 무기’]


이번 공격에서 규모만큼 중요한 것은 무기의 출처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만 해도 러시아 본토의 먼 목표물을 공격하려면 미국과 유럽이 제공하는 장거리 무기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장거리 공격에 FP-1·플라밍고 등 우크라이나산 무기체계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AP 역시 “이번 공격에 우크라이나가 자체 생산한 드론과 미사일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우크라이나 방산기업 파이어포인트(Fire Point)의 FP-5 ‘플라밍고’와 FP-7이다. 다만 두 무기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파이어포인트 공식 제원에 따르면 FP-7은 탄두 최대 150㎏, 사거리 최대 200㎞의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모스크바를 직접 공격하는 장거리 미사일로 볼 수는 없다.


반면 FP-5 ‘플라밍고’는 최대 1,150㎏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이다. 뉴욕포스트는 “이번 공격에 플라밍고와 더 짧은 사거리의 펠리컨 탄도미사일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이번 공격의 핵심은 특정 미사일 하나가 아니라 드론과 서로 다른 미사일을 대규모로 결합한 복합타격 능력에 있다.


이것이 이번 공격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러시아 방공망에 대규모 부담을 주면서 서로 다른 속도와 사거리를 가진 자체개발 무기를 동시에 운용할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 초기의 질문이 “서방이 어떤 무기를 줄 것인가”였다면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자체 무기로 러시아 어디까지 타격할 수 있는가”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왜 하필 정유시설인가?]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뒷받침하는 에너지·물류 기반에 타격을 주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핵심 석유 및 물류 인프라를 겨냥했다”고 밝혔고, AP는 “키이우가 장거리 공격을 통해 러시아의 군사능력뿐 아니라 경제에도 압박을 가하려 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잇따른 공격은 실제 연료 공급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 능력이 타격을 입으면서 러시아 국내에서 연료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모스크바 정유소는 수도권 연료 공급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상징성과 실질적 가치가 모두 큰 표적”이라고 밝혔다.


AP에 따르면, 결국 키이우가 노리는 효과 가운데 하나는 전쟁의 비용을 러시아 본토에서도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유소가 불타고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고 수도권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전쟁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게 된다. 결국 이번 장거리 공격전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러시아 국민과 지도부에 전쟁 비용을 체감시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같은 날 푸틴은 ‘압승’을 준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스크바가 공격받은 바로 그날 푸틴의 국내 정치 기반은 오히려 더욱 단단해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비록 조작되고 또한 형식적인 선거이기는 하지만, 개표 초반 친푸틴 집권당 통합러시아당은 약 57.5%를 기록했다. 이번에 선거에 참여한 공산당과 자유민주당, 신인민당 등 다른 원내 정당들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 정책에서 크렘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전쟁 반대 정당들은 이미 푸틴에 의해 강제적으로 해산되거나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P는 “반전 후보들이 체포되거나 해외로 떠나는 등 실질적인 야권이 크게 제한된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선거 결과를 러시아 사회 전체의 전쟁 지지율과 그대로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 다음 날’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제 시선은 선거 이후 푸틴의 행동으로 옮겨간다. 러시아 지도부는 선거 결과를 전쟁 정책에 대한 국내 지지의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정치적 공간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다.


특히 최근 유럽 정보당국의 경고가 심상치 않다. 가디언은 “발트지역 정보기관 수장들은 러시아가 앞으로 수개월 안에 NATO의 대응 의지를 시험할 보다 과감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했다”면서 “여기에는 드론이나 미사일을 이용한 제한적 도발, 사보타주 등 이른바 ‘회색지대’ 행동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우려는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다. 가디언은 “지난 6월에도 NATO 동부전선 국가들의 정보 소식통들은 러시아가 발트 3국이나 폴란드를 상대로 군사적·하이브리드 도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당시에도 전면 침공보다는 NATO의 결속과 미국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는 제한적 행동 가능성이 주요 우려로 제기됐다”고 짚었다.


[이제 공은 뉴욕으로 간다]


전장에서 모스크바가 흔들린 직후 외교전의 무대는 뉴욕으로 이동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와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결정까지 겹치면서 이번 회담은 향후 협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쟁점은 역설적으로 이번 모스크바 공격과 직결돼 있다. Axios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젤렌스키와의 통화에서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이 국제 디젤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측의 우려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어렵게 확보한 러시아 에너지 시설 타격 능력을 계속 사용할 것인지가 미·우크라이나 협상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따라서 뉴욕 회동에서 주목할 질문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가 어렵게 확보한 러시아 본토 타격 능력을 협상 과정에서 제한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푸틴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지렛대로 계속 활용할 것인가. 모스크바 최대 공습 직후 열리는 트럼프·젤렌스키 회동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더욱 민감해졌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모스크바 대공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드론 숫자 자체가 아니다. 전쟁 초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깊숙한 곳을 일방적으로 타격했던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이제 자체개발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후방의 정유·물류시설을 공격할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푸틴은 국내에서는 반전 정치세력이 크게 제한된 선거를 통해 의회 지배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밖에서는 전쟁 비용이 러시아 본토로 돌아오고 있지만, 안에서는 정치적 견제 세력이 약화된 구조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더 중요한 것은 득표율 자체보다 선거가 끝난 뒤 크렘린이 강화된 국내 정치적 통제력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다. 특히 유럽 정보당국이 NATO를 시험하려는 러시아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선거 이후 러시아의 행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뉴욕에서 만난다. 모스크바 최대 공습은 군사작전인 동시에 협상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새롭게 확보한 자체 장거리 타격 능력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키이우는 신형 무기로 협상 지렛대를 키우려 하고, 모스크바는 압도적 방공 부족을 노린 민간 표적 공습으로 맞서고 있다. 총선이 끝난 러시아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 뉴욕 회동이 감산 성격의 '에너지 휴전'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이번 가을 전황의 방향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2813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북한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