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트민스터 시대 끝난다”…카디프에서 터진 폭탄]
영국을 떠나겠다는 목소리가 이제 런던의 북쪽과 서쪽에서 동시에 연결되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에서 독립 또는 아일랜드 통일을 추구하는 정당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자결권을 공동으로 천명하고 영국 정부에 향후 헌정변화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당장 영국이 세 조각으로 갈라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세 지역의 집권세력이 동시에 ‘연합왕국 이후의 미래’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공동전선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영국 정치에서는 이례적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왜 300년 넘게 이어져 온 연합왕국에서 이런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났고, 실제 분리로 이어진다면 영국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영국의 가디언지는 15일, “14일 웨일스 카디프에 존 스위니 스코틀랜드 수석장관 겸 SNP 대표, 룬 압 이어워스 웨일스 수석장관 겸 플라이드 컴리 대표, 미셸 오닐 북아일랜드 수석장관 겸 신페인 부대표가 모였으며, 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 대표도 합류했다”면서 “이들은 ‘우리 국민은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어떤 웨스트민스터 정부도 민주주의를 가로막을 권리가 없다’는 취지의 MOU에 서명하고, 영국 정부에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의 헌정변화를 준비하고 지원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중요한 것은 세 사람이 자치정부를 대표해 정부 간 협정을 맺은 것이 아니라 각 정당 지도자 자격으로 서명했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이어 “이번 회동이 주목되는 이유는 세 지역에서 독립 또는 아일랜드 통일을 지향하는 정당들이 동시에 정부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MOU는 처음으로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의 수석장관들이 모두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또는 이탈을 지향하는 정치세력에 속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웨스트민스터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세 정당은 자결권뿐 아니라 유럽과의 관계, 경제개발,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디언은 또한 “그러나 이것을 곧바로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가 영국 탈퇴를 결의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면서 “세 지역의 목표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독립 스코틀랜드를, 플라이드 컴리는 독립 웨일스를 지향하지만 신페인의 목표는 독립된 북아일랜드 국가가 아니라 북아일랜드가 영국을 떠나 아일랜드공화국과 통일하는 것”이라 짚었다.
가디언은 “국민투표의 시기와 전략 역시 다르다”면서 “따라서 카디프 회동의 핵심은 ‘영국 해체 합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 민족주의 정치세력이 ‘자결권’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공동전선을 구축했다는 것”이라고 짚었이다.
[버넘의 한마디가 스코틀랜드를 깨웠다]
불씨를 키운 것은 앤디 버넘 영국 총리의 발언이었다. 버넘은 지난 9일 하원 총리질의에서 스코틀랜드 제2차 독립 국민투표 문제를 질문받자 “현재 재투표에 대한 다수의 지지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그것이 바뀌기 전까지는 국민투표가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SNP는 바로 이 표현을 파고들었다. 존 스위니는 이를 ‘다수의 지지가 생기면 국민투표를 인정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해석하며 중앙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버넘 정부는 곧바로 물러섰다. 정부는 제2차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가 여전히 ‘논외’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버넘의 발언을 영국 정부가 재투표를 허용하기로 정책을 변경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독립 진영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치적 소재가 생겼다. ‘얼마나 많은 스코틀랜드 국민이 원해야 다시 투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웨스트민스터에 던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까지…“통일 아일랜드 보고 싶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 발언까지 가세했다. 로이터는 “트럼프는 아일랜드 방문 중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고, 13일에도 아일랜드 통일을 지지하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면서 “반면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해서는 의견을 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겠다며 즉답을 피했는데, 이후 북아일랜드의 친영국 통합주의 정치세력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의 발언을 곧바로 미국 정부의 대영국 정책 전환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며 미국 정부가 영국의 분리나 아일랜드 통일을 새로운 공식 외교정책으로 채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이 핵심 동맹국인 영국의 영토·헌정 문제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시했다는 점 때문에 영국 내부의 논쟁에 또 하나의 변수가 추가됐다.
[그런데 정말 영국이 쪼개질 수 있을까?]
현실은 정치적 구호보다 훨씬 복잡하다. 우선 스코틀랜드는 독자적으로 독립 국민투표를 추진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영국 대법원은 2022년 11월23일 “스코틀랜드 의회가 웨스트민스터의 동의 없이 독립 국민투표 법안을 추진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독립 문제는 영국 연합 자체와 영국 의회라는 중앙정부의 유보사항에 관련된다”는 판단이었다. 따라서 2014년과 같은 합법적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하려면 중앙정부와의 합의가 핵심 변수가 된다.
그러나 북아일랜드는 완전히 다르다. 1998년 북아일랜드법은 담당 장관이 북아일랜드 주민 과반이 영국을 떠나 통일 아일랜드를 원하는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국민투표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웨일스에는 스코틀랜드의 2014년 국민투표나 북아일랜드의 이른바 ‘보더 폴(border poll)’과 같은 독립 국민투표 경로가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 세 지역이 정치적으로 손을 잡았지만 실제 영국을 떠날 수 있는 법적 경로는 서로 다른 셈이다.
[여론은 아직 ‘영국 해체’와 거리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주민들의 선택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서는 스코틀랜드 유권자의 약 47%가 독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웨일스에서는 약 32%, 북아일랜드에서는 아일랜드 통일 지지가 약 36%로 조사됐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독립 지지가 2014년 국민투표 이후 대체로 45~50% 사이를 오가고 있다. 즉 세 지역 모두에서 헌정변화 요구가 존재하지만 현재 수치만으로 ‘영국 해체가 임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웨일스의 상황은 스코틀랜드와 상당히 다르다. 플라이드 컴리는 “현 임기 중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우선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수준으로 자치권을 확대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역시 아일랜드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가 존재하지만, 현재 여론이 통일을 확실한 다수로 지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 지도자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고 해서 세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선택까지 하나가 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도 영국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럼에도 이번 회동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영국 정치의 구조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금까지 스코틀랜드 독립, 웨일스 민족주의, 아일랜드 통일은 각각 다른 역사와 법적 구조 속에서 움직여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 지역에서 자결권을 주장하는 정당들이 동시에 정부를 이끄는 상황에서 그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웨스트민스터를 상대로 공동 메시지를 내놨다. 정치적 목표와 시간표는 다르지만, 서로 별개였던 세 흐름이 처음으로 하나의 정치적 압박축을 만들었다는 것이 카디프 회동의 핵심이다.
그리고 만약 장기적으로 스코틀랜드 독립이 현실화한다면 문제는 국경선 하나를 새로 긋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정부 스스로도 독립 이후 초기에는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하다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스코틀랜드 파운드’를 도입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영국 국가채무와 자산 분담 역시 협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여기에 무역, 재정, 금융안정, EU와의 관계 같은 거대한 문제가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게 된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사태를 ‘내일 영국이 해체된다’는 식으로 읽으면 본질을 놓친다. 더 중요한 변화는 연합왕국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더 이상 스코틀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스코틀랜드 독립, 웨일스 민족주의, 아일랜드 통일이 서로 다른 정치문제로 움직였다. 그런데 카디프에서 이 세 흐름이 처음으로 ‘자결권’이라는 공통 언어를 찾아냈다.
그렇다고 세 지역의 이해관계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는 독립 지지가 절반에 근접해 가장 현실적인 정치 쟁점으로 자리 잡았지만, 웨일스에서는 아직 독립 지지가 소수이고, 북아일랜드의 미래는 성금요일협정과 1998년 북아일랜드법이라는 별도의 제도적 틀 속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독립 삼각동맹’의 현재 실체는 당장의 공동 탈퇴계획이라기보다 웨스트민스터를 상대로 자결권과 헌정변화의 권리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연대에 가깝다.
그러나 영국 정부로서는 무시하기도 어렵다. 지금은 독립·통일 여론이 결정적인 수준에 이르지 않았지만, 세 지역에서 자결권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동시에 정부를 이끄는 구도가 장기간 지속되고, 독립·통일 지지율까지 상승한다면 연합왕국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특히 이번 MOU가 영국 정부에 요구한 것은 즉각적인 독립 승인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헌정변화를 준비하고 계획하고 촉진하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 대목이 카디프 회동의 정치적 의미다.
결국 카디프에서 시작된 질문은 ‘영국이 곧 쪼개지는가’가 아니다. ‘앞으로도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주민들이 계속 영국에 남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이다.
1707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연합 이후 319년. 당장 연합왕국의 해체가 임박했다고 볼 근거는 없지만, 그 연합의 미래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