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 11억달러 투자에도 웃지 못하는 캐나다…‘자동차 50% 관세’가 다음 폭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던졌던 승부수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중견국들이 공동 대응하고 중국과의 경제관계까지 확대하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카니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작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터지자 다른 나라들이 캐나다와 함께 대미 관세전쟁에 뛰어드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고, 캐나다가 최전선에서 충격을 감당하는 형국이 됐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9일, “캐나다 경제가 예상 밖의 강한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캐나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3.3% 증가해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면서 “수출도 3.6% 늘었고 소비와 기업투자까지 살아났는데, 숫자만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마크 카니 총리에게 상당한 호재인 듯 보이지만, 그런데 이 숫자에는 결정적인 함정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캐나다 경제의 진짜 시험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미국이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 상품에 새로 부과한 50% 관세는 8월 22일부터 발효됐는데, 따라서 4~6월을 대상으로 하는 2분기 성장률에는 이번 관세전쟁의 충격이 사실상 들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새 관세가 지금까지의 경제회복세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더 의미심장한 신호는 캐나다 중앙은행에서 나온다”면서 “Reuters가 28일 경제전문가 35명을 조사한 결과 전원이 9월 2일 기준금리를 2.2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고, 시장에서는 적어도 내년까지 금리가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됐는데,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캐나다 경제가 어디로 움직일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강한 2분기 성장률 뒤편에서 캐나다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오히려 신중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29일에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뉴스가 나왔다. GM이 캐나다 자동차 공장에 약 11억 캐나다달러를 투자하기로 노조와 잠정 합의한 것이다. 오샤와 공장에서는 차세대 GMC 시에라 대형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세인트캐서린스 공장에는 변속기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얼핏 보면 캐나다 자동차산업에는 대형 호재다.
그러나 이 뉴스 역시 뒤집어 보면 카니가 처한 위기를 보여준다. 트럼프는 캐나다산 자동차·트럭·부품에 대한 관세를 내년 1월부터 50%까지 올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도 미국과 어떤 협상을 하더라도 자국 자동차 조립·부품산업의 생존이 보장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금 미·캐 관세전쟁의 다음 최대 격전지가 자동차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캐나다는 왜 미국과 이 지경까지 왔나?]
바로 여기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충돌을 단순히 ‘트럼프가 캐나다를 일방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프레임으로만 보면 중요한 배경 하나가 사라진다. 카니 정부가 추진한 미국 의존 축소와 대중국 접근,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차단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물론 이번 관세전쟁의 원인을 캐나다의 친중정책 하나로 돌릴 수는 없다. 실제 최근 협상 결렬 과정에서는 미국 측이 막판 조건을 변경했고, 캐나다는 이를 불공정하고 경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주장했다. 결국 카니는 협상을 중단했고 미국은 8월 22일부터 276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캐나다 상품에 50% 관세를 발동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선 전략적 갈등을 보면 중국 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로이터에 따르면 카니 정부는 지난 1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기존 장벽을 대폭 낮춰 최대 4만9000대를 낮은 관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캐나다의 결정이 문제가 있다며 중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이 중국 자동차를 북미 공급망에서 차단하려는 상황에서 캐나다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카니에게 중국은 ‘보험’이었지만 미국에는 ‘옆문’이었다]
카니에게 중국과의 관계개선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캐나다 경제가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만큼 중국과 유럽, 아시아로 시장을 다변화하면 미국의 압력에도 버틸 수 있는 경제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 로이터는 “미국이 정문에서 중국산 자동차와 전략산업을 막고 있는데 북미 경제권을 공유하는 캐나다가 중국산 EV에 문을 열면 캐나다가 중국의 북미 진출을 위한 ‘옆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면서 “실제 미국 정부가 캐나다의 중국산 EV 개방 결정 직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짚었다.
로이터는 이어 “카니의 대중국 접근이 이번 관세전쟁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지만, 이미 존재하던 미·캐 무역갈등을 ‘중국의 북미 공급망 진입’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더 큰 전략과 연결시킨 중요한 촉매였다고 보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바로 이 부분을 빼고 트럼프의 50% 관세만 보면 이번 갈등이 왜 이 정도까지 확대됐는지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중견국들이 뭉치자”…이에 대한 캐나다의 착각]
여기에 카니가 올해 초 다보스에서 야심차게 제시했던 또 하나의 전략이 있다. 바로 ‘중견국 연대’다. 카니는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캐나다와 유럽·아시아 등의 중견국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대국과 중견국이 일대일로 협상하면 결국 힘의 차이 때문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중견국끼리 힘을 합쳐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카니의 주장에 공감하는 것과 미국을 상대로 함께 관세전쟁에 뛰어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의 협상이 깨지고 50% 관세가 발동된 뒤 캐나다의 대미 보복관세에 다른 중견국들이 동참해 공동 관세전선을 형성하는 상황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카니가 다보스에서 제시한 ‘중견국 연대론’의 가장 큰 약점이 현실에서 드러난 셈이다. 미국의 압박에 대한 정치적 공감대를 만들 수는 있어도,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을 단기간에 대신해 줄 경제권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결국 캐나다 혼자 276억달러 보복관세]
그래서 캐나다가 선택한 것은 결국 독자적인 맞대응이었다. 캐나다 정부는 오는 9월 8일부터 미국산 276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상품에 15%, 25%, 50%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 철강과 유제품, 가전제품, 농업장비, 펄프·제지, 전자제품 등이 대상이다. 미국이 캐나다 상품에 부과한 관세를 달러 대 달러로 맞받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주목해야 할 숫자가 있다. 캐나다 정부는 관세 피해를 입는 근로자와 기업을 위해 75억 캐나다달러의 추가 지원책까지 내놓았다. 이미 미국 관세 시행 이후 약 250억 캐나다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추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다. 관세전쟁의 비용이 추상적인 외교갈등을 넘어 캐나다 정부의 재정과 기업, 노동자의 현실적인 부담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국민 76%는 카니 지지…그러나 ‘시한폭탄’은 경제]
현재 국내 정치만 보면 카니가 밀리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가 26일 전한 여론조사에서는 캐나다 국민 대부분이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트럼프에게 강경하게 맞선 카니의 대응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트럼프 정서와 캐나다의 주권 문제가 결합하면서 오히려 카니에게 강한 정치적 지지기반을 만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로이터가 지난 27일 기사의 제목을 ‘카니에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Carney faces ticking clock)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관세전쟁의 실제 경제적 피해가 누적되기 시작하면 지금의 높은 지지가 수개월 안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도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된다면 카니의 협상력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리고 27일에는 양국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트럼프는 온타리오호를 미국 연방정부 문서에서 ‘Lake America’로 부르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나 국제기구의 명칭까지 바꿀 권한은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밀했던 이웃 국가 간의 무역분쟁이 호수 이름을 둘러싼 신경전으로까지 번졌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의 관계를 보여준다.
[Why Times Insight]
카니의 가장 큰 오판은 미국과 싸울 용기를 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충돌했을 때 캐나다를 지탱해 줄 대체 카드의 힘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했을 가능성에 있다. 카니가 구상한 전략은 분명했다. 중견국들을 결집해 강대국의 압박에 공동 대응하고,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며, 유럽과 아시아로 시장을 넓혀 캐나다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관세전쟁이 터지자 냉혹한 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견국들의 정치적 공감은 미국을 상대로 한 공동 관세전선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중국은 미국 시장을 대신할 수 없으며, 오히려 중국산 EV에 문을 연 결정은 워싱턴의 전략적 경계심을 자극했다. 미국 정부가 캐나다의 중국산 EV 수입 결정을 즉각 공개 비판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캐나다는 276억 캐나다달러의 보복관세를 독자적으로 준비하면서 피해기업과 노동자를 위해 75억 캐나다달러의 추가 지원금까지 투입하고 있다. 카니가 꿈꿨던 ‘중견국 연대’의 정치적 구호와 실제 관세전쟁에서 캐나다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사태를 단순히 ‘트럼프의 과도한 캐나다 압박’으로만 설명하는 보도 역시 전체 그림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트럼프의 50% 관세가 과격한 조치인지 평가하는 것과 별개로, 카니 정부가 왜 미국과 보조를 맞췄던 중국산 EV 장벽을 낮췄는지, 미국은 왜 즉각 반발했는지, 카니의 중견국 연대가 실제 관세전쟁에서는 왜 경제적 방패가 되지 못하고 있는지도 함께 짚어야 이번 갈등의 구조가 보인다.
무엇보다 28일 발표된 3.3% 성장률에 속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8월 22일 시작된 새로운 50% 관세전쟁 이전의 경제를 보여주는 숫자다. 지금부터 발표되는 고용·수출·제조업·자동차산업 지표가 카니의 전략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갈등 때문에 캐나다 중앙은행조차 정책 판단에 신중해지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결국 카니에게 던져진 질문은 더 이상 “트럼프에게 맞설 수 있느냐”가 아니다. “중국도, 중견국 연대도 미국 시장을 대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캐나다가 미국과 맞선 비용을 과연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답이 앞으로 카니의 운명뿐 아니라 그가 다보스에서 야심차게 제시했던 ‘중견국 제3의 길’의 운명까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