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상은 끝났다”-크렘린 내부에서 처음 터진 공개 경고]
우크라이나 전쟁 4년 4개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25년 만에 최대의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의회 안에서는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퇴진을 압박하고,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군의 정밀 마비전에 단 하룻밤 만에 고립됐으며, 231기의 드론이 러시아 건국 기념일을 불태웠다. 전장·경제·민심이 동시에 무너지는 지금, 크렘린의 시계는 빠르게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고의 독립뉴스 통신사인 RBC-Ukraine는 14일, “균열은 크렘린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겼던 공간, 국가두마(하원) 안에서 먼저 폭발했다”면서 “러시아 국가두마 공산당 소속 의원 뱌체슬라프 마르하예프(Vyacheslav Markhayev)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공개 계획을 즉각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러시아가 사회적 폭발 직전 상태라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RBC-Ukraine는 이어 “뱌체슬라프 마르하예프는 ‘환상의 시대는 끝났다. 나라는 사회 폭발 직전에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기득권 세력에게 있다’고 직격했다”면서 “부패 스캔들, 과두정치, 청년층의 대규모 유출, 우크라이나 드론의 본토 타격을 전시 러시아의 고질병으로 나란히 열거했다”고 짚었다.
RBC-Ukraine는 “발언의 수위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며 “마르하예프는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회 불안과 혼란의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이며, 서방은 이를 러시아 국가 체제의 잔재를 파괴하는 데 반드시 이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내부 분열이 곧 외부의 칼날이 된다는 이 경고는, 역설적으로 체제 붕괴의 현실적 가능성을 크렘린 안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모스크바타임스는 “마르하예프는 ‘25년째 같은 세력이 정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의 필요로부터 완전히 유리돼 버렸다’며 강력하게 규탄했는데 이는 단순한 정책 불만이 아니라 25년 푸틴 체제 자체를 겨냥한 것이었다”며 “그는 집권 엘리트의 부패와 재벌들의 치부를 ‘자원을 빼앗고 제조업을 약탈하며 공공요금을 올리고 개인 저택을 짓는 외부 침략자’에 빗댔다”고 꼬집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이어 “그는 국민의 세금이 노후 인프라 수리가 아닌 요트, 궁전, 해외 자산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직격탄도 날렸다”면서 “71세의 마르하예프는 공공요금 인상 즉각 동결과 러시아 국익에 기반한 특별군사작전 종식을 위한 명확하고 공개적인 계획을 요구하며 사실상 지도부 교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또 “마르하예프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면서 “지난 5월 같은 공산당 소속 의원 레나트 술레이마노프(Renat Suleymanov)도 경제가 전쟁 지속을 ‘감당할 수 없다’며 ‘가능한 한 빠른 종전’을 촉구하고 나섰다”며 “러시아 의원이 공개적으로 전쟁 지속 능력의 한계를 인정한 초유의 사례였다”고 짚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3월에는 오랜 크렘린 지지자였던 일리야 레메슬로(Ilya Remeslo)가 돌연 입장을 바꿔 푸틴을 ‘전범이자 도둑’이라 부르며 그를 재판에 넘기라고 공개 요구했다”면서 “체제 내부의 균열은 이제 산발적 이탈이 아닌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지율 29.5% 최저치-크렘린, 숫자를 아예 감췄다]
반기(反旗)의 배경에는 빠르게 무너지는 민심이 있다. 그리고 크렘린의 대응은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수치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러시아 국책 여론조사기관 전러시아여론연구소(VTsIOM)는 응답자에게 신뢰하는 정치인을 자유롭게 지목하게 하는 '공개 신뢰도' 조사 발표를 전격 중단했다. 이 방식으로 측정한 푸틴의 신뢰도는 4월 초 29.5%로 추락해 전면 침공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름을 먼저 제시하고 묻는 '폐쇄형' 설문 결과(73.8%)와 44포인트 넘게 벌어진 이 수치는, 러시아인들이 자발적으로는 더 이상 푸틴을 신뢰할 지도자로 떠올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날것으로 드러낸다. 올해 초 대비 5.5포인트, 2024년 3월 최고치 대비 19.5포인트, 2014년 기록적 지지율 68%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수치다.
이에 대해 뉴보이스오브우크라이나는 “마지막 공개 발표는 3월 결과를 담은 4월 5일자였다”면서 “이후 4월과 5월 수치는 통보 없이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뉴보이스오브우크라이나는 “그 이전부터 조짐은 있었다”며 “전러시아여론연구소(VTsIOM)는 7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던 지지율이 4월 24일 추가 하락하자 두 시간 지연 끝에 수치를 공개했고, 이후 아예 주간 발표를 중단했다”고 짚었다. 국가가 통제하는 여론조사기관이 불리한 숫자를 감추는 순간, 오히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모스크바타임스도 “경제 지표는 더 가혹하다”면서 “러시아 정부는 2026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4%로 급격히 하향했는데, 1분기 경제는 이미 0.3% 역성장했고, 물가는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2026년 국방·안보 지출은 16조 8,000억 루블(약 2,040억 달러)로 계획됐으며, 이는 냉전 이후 최고 수준의 군사 지출 비중”이라면서 “총칼에 쏟아붓는 돈이 늘수록 민생은 더 빠르게 무너지는 구조, 그 악순환에서 러시아는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룻밤 만에 고립된 섬-크름반도를 질식시킨 마비전]
내부에서 균열이 확산되는 동안, 전장에서 우크라이나는 한 방으로 러시아의 남부 전략 축을 뒤흔들었다. 최전선에서 정면 돌파하는 대신, 보급선을 끊어 전투력 자체를 고사시키는 방식이었다.
뉴보이스오브우크라이나는 “지난 7일 밤, 우크라이나군 제1독립공격연대 팔랑가 다영역작전센터와 제475독립공격연대 코드9.2가 FP-2 드론과 당시 처음으로 실전 투입된 신형 자폭 드론 '베헤모트(Behemot)'를 동원해 크름반도와 점령지를 잇는 핵심 보급로, 초나르(Chonhar) 교량을 정밀 타격했다”면서 “이 교량은 러시아가 점령지 돈바스를 경유해 크름반도로 연결한 R-280 국도의 심장부로, 반도에 주둔하는 러시아군 전체의 보급 동맥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뉴보이스오브우크라이나는 “작전은 치밀하게 설계된 함정이었다”며 “초나르 교량이 막히자 러시아 점령 당국은 수송 흐름을 아르먀얀스크와 페레코프 검문소로 우회시켰는데, 우크라이나군은 바로 그 우회로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짚었다.
실제로 제475연대 지휘관 콜사인 '플린트(Flint)'는 “이 교량은 제37차량화소총여단에 병력·탄약·연료를 수송하는 유일한 보급로였다. 특히 연료·윤활유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타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좁은 우회로로 몰린 러시아 군수 차량들은 독 안에 든 쥐였다. 드론 편대의 첫 타격이 전방 교량을 붕괴시켜 퇴로를 막고, 두 번째 타격이 차량 후미를 강타해 탈출구를 차단했다. 이어진 자폭 드론이 연료 탱크로리와 탄약 차량을 직격하면서 연쇄 폭발이 밤하늘을 갈랐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해상 페리는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과 무인 수상정에 의해 대부분 이미 파괴된 상태이며, 크름 대교는 이전 공습의 구조적 손상으로 중장비 군수물자 수송이 불가능한 상태다. 세바스토폴에선 연료 배급 이차(二次) 코드 시스템이 발동됐다가 공급 차량 자체가 진입하지 못해 당일 중단됐고, 슈퍼마켓 선반에서는 설탕·메밀·밀가루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 여러 도시는 1인당 구매 수량 3개 제한이라는 응급 배급제를 도입했다. 푸틴이 ‘영원히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라 불렀던 전략 요충지가, 드론 몇 기의 정밀 타격에 보급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우크라의 231기 드론-본토 군수 심장부가 화염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크름반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건국 기념일인 '러시아의 날(6월 12일)'을 정조준해 본토 심장부를 강타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2일 밤 타타르스탄의 타네코(Taneko)·타이프-NK(Taif-NK) 정유소와 사마라주 톨야티카우추크(Togliattikauchuk) 화학 플랜트를 동시에 타격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참모총장은 세 곳 모두에서 화재 발생을 확인했으며, 러시아 국방부는 15개 지역과 크름반도, 아조프해 수역 전역에서 231기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이어 “특히 사마라주 톨야티에서는 주민들이 최소 40분간 연속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며 “러시아 항공교통청은 볼고그라드·카잔·니즈네캄스크·펜자·사마라 등 8개 도시 공항의 운항을 긴급 제한했다. 타타르스탄 니즈네캄스크 일대에는 두 개의 대형 정유 단지가 집중돼 있으며, 이날 공격으로 시 상공에 짙은 연기 기둥이 솟아올랐다. 국가 경축일에 울려 퍼진 폭발음과 연기 기둥은, 러시아 국민에게 전쟁이 후방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각인시켰다”고 보도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사마라 쿠이비셰프 정유소의 핵심 처리 설비 AVT-4와 AVT-5를 파괴해 가동을 완전히 중단시킨 데 이어, 본토 정유소·내륙 펌프장·흑해 수출항을 동시에 겨냥하는 입체 전략으로 러시아군의 연료 공급선 전체를 체계적으로 조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무인 시스템 부대는 2026년 5월 한 달에만 약 18만 개의 검증된 표적을 타격했으며, 이는 전월 대비 27% 증가한 수치”라고 짚었다.
푸틴은 4년 4개월 전, 단기 속전속결을 자신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지금 그의 의원들은 ‘물러나라’고 공개 압박하고, 그의 군대는 드론에 보급선이 잘리고, 그의 국가 여론기관은 낮아진 지지율을 스스로 감추고 있다. 의회·전장·민심이 동시에 무너지는 지금, 이것은 더 이상 전쟁의 위기가 아니라 체제의 위기다. 그리고 시간은 더 이상 푸틴의 편이 아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