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하는 영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예비선거(프라이머리)가 임박하면서 이 지역에 출마한 한국계 정치가들의 본선행 향방이 전면에 부각됐다. 캘리포니아주의 독특한 선거 제도는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전체 출마자 중 득표수 기준 1위와 2위를 기록한 후보만 오는 11월 3일에 열리는 본 선거에 진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시작부터 치열한 생존 경쟁을 유발한다. 외신 분석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이목이 쏠리는 곳은 한국계 여성 정치인 간의 정면 대결과 당내 중진과의 경합이 동시에 벌어지는 제40선거구다.
이 선거구에서는 공화당 소속으로 4선 고지를 노리는 현역 영 김(한국명 김영옥) 의원과 민주당의 40대 신인 에스더 김 바레 후보가 동시 출격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그동안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를 중심으로 굵직한 의정 성과를 내며 지역구 내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그러나 한인 인구 밀집 지역인 남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한국계 여성'이라는 동일한 상징성을 내세운 바레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단행된 선거구 재획정 조치는 선거 판세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기존에 각자 다른 선거구에 기반을 두었던 공화당 소속 현역 의원들이 구역 조정으로 인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된 탓이다. 오렌지카운티의 미션 비에호부터 리버사이드카운티의 우드크레스트, 메니피, 무리에타 등이 제40선거구로 통합되면서, 김 의원은 같은 당의 거물급 인사인 켄 캘버트 의원과 한 장의 본선 티켓을 두고 다투는 처지가 됐다. 이 지역은 캘리포니아 내에서 보기 드문 공화당의 절대적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실제 표심도 예측 불허의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여론조사기관 툴친 리서치가 실시한 가상 대결 조사에서 캘버트 의원이 24%의 지지율로 간신히 선두를 달렸고, 김 의원이 22%, 바레 후보가 20%로 그 뒤를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1993년부터 하원의원으로 활동해 온 공화당의 상징적 중진 캘버트 의원은 김 의원에게 매우 버거운 경쟁 상대다. 만약 두 공화당 현역 의원이 나란히 예비선거를 통과하더라도 최종 본선에서 단 하나의 의석을 두고 동당 간 잔혹한 혈투를 벌여야 하는 구조다.
이처럼 성향이 유사한 공화당 현역 의원 둘이 표를 나누어 갖는 구도가 형성됨에 따라, 오히려 민주당의 바레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공화당 측 정치 전략가인 롭 스터츠먼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유권자는 두 후보를 모두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비슷한 성향의 두 후보를 어떻게 구분할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분석하며 유권자들의 고심 깊은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제47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소속 현역 데이브 민 의원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성 태세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당 지역구는 과거 대표적인 경합지로 분류되었으나, 선거구 재획정을 거치며 어바인과 라구나비치 등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들을 대거 포함하게 되면서 정치적 지형 자체가 민주당 쪽에 유리하게 재편됐다. 선거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도 민 의원은 다른 경쟁 후보들의 후원금 총액을 모두 합산한 것보다 더 많은 액수의 기부금을 확보하며 독보적인 격차로 선거전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