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부니아의 은혜성모 성당 (부니아 [콩고민주공화국] AP=연합뉴스) 2026년 5월 24일 콩고민주공화국 부니아에 있는 은혜성모성당에 주일 미사를 드리려고 온 여성들의 모습
아프리카 대륙 내부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정부 공보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 23일 시점을 기준으로 감염 증세를 보이는 누적 의심 환자의 숫자는 90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누적 의심 사망자의 규모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해당 당국이 발표한 보고서 서식에는 의심 사망자 합계가 119명으로 오기되어 있으나, 이투리 행정구역 내 몽그발루 지역의 88명과 르왐팔라 지역의 69명 등 보고서에 기재된 하부 지역별 수치를 직접 합산하면 실제 의심 사망자는 총 220명으로 도출된다. 감염 지표는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1일에는 의심 환자 746명에 사망자 176명이었던 수치가 이튿날인 22일에는 환자 867명, 사망자 204명으로 불어났으며 이 같은 가파른 증가세가 지속되는 형국이다. 아울러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병원체 감염이 명확하게 입증된 누적 확진 환자는 101명이며, 이들 중 확진 사망자는 10명으로 파악됐다.
국경을 맞댄 인접 국가로의 전파도 현실화되었다. 우간다 보건당국은 25일 공식 성명을 내고 자국 영토 안에서 2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은 수도 캄팔라 소재의 민간 병원에서 종사하는 의료진으로 확인되었으며, 현재 격리 치료를 위한 전용 병동으로 이송되어 처치를 받고 있다. 이로써 우간다 내의 전체 누적 확진 인원은 기존 5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국제 보건 기구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통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발병지인 민주콩고 내부의 위험 등급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번 감염증이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을 뜻하는 글로벌 확산 위험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전염병의 발원지이자 주요 확산 거점은 민주콩고 동부에 위치한 이투리 주 일대다. 방역 당국은 감염 차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내전과 치안 부재, 재정 악화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쳐 방역 전선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무장 조직들의 무차별적인 폭력 행위가 지속되는 데다 국제사회의 보건 원조 기금까지 줄어들었고, 오랜 고통에 시달린 현지 부족들의 적대감까지 폭발하면서 구호 활동이 가로막힌 상태다.
실제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이투리 주 산하 르왐팔라와 몽그발루에 개설되어 운영 중이던 에볼라 전문 격리 병동 두 곳이 성난 현지 주민들의 방화 습격을 받아 소실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의료 안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집단행동을 두고 단순한 방역 거부가 아니라 오랜 무장 투쟁에 따른 피로감, 대규모 피란민 발생으로 인한 삶의 터전 상실, 지방 행정 체계의 붕괴, 그리고 외부 지원 감소 등이 맞물려 쌓인 대중의 절망감이 표출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현재 민주콩고 동부 지역은 중앙정부의 행정력과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무법지대에 가깝다. 이 영토 안에서는 르완다 당국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M23 세력을 비롯하여 국제 테러 집단인 이슬람국가(IS)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민주동맹군(ADF) 등 정체성이 다양한 반군 단체들이 난립해 무력 충돌을 일삼고 있다. 특히 전염병의 확산세가 가장 거센 이투리 주 한 곳에서만 상시적인 생명의 위협을 피해 집을 떠난 피란민의 수가 대략 1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어 방역 체계 유지와 환자 추적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