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투입된 니미츠 항모전단[미 남부사령부 엑스 계정 영상 캡처]
미군 항공모함 전단이 쿠바 인근 카리브해에 진입하면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미군 남부사령부는 이달 20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니미츠 항공모함과 구축함 그리들리(DDG 101), 보급선 퍼턱선트(T-AO 201)로 짜인 항모강습단이 카리브해 작전 구역에 배치되었다고 발표했다. 남부사령부는 이번 배치를 두고 니미츠 항모강습단이 "대비 태세와 존재감, 견줄 수 없는 작전 범위와 치명성, 전략적 우위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니미츠함은 대만해협에서 아라비아만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전투 역량을 입증하며 지역 안정 보장과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해왔다"고 덧붙였다.
카리브해에 나타난 니미츠함은 1975년 실전 배치된 미 해군의 가장 오래된 현역 항공모함이다. 원래는 선체 노후화로 인해 올해 안에 임무를 마치고 퇴역할 예정이었으나, 중동 지역에서 터진 이란 전쟁의 여파로 미 해군의 전력 운용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퇴역 일정이 전격 연기되었다.
이번 무력시위는 조만간 전개될 수 있는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를 향한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깊이 있게 따져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 항모의 전진 배치가 단행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제재나 에너지 공급망을 차단하는 식의 압박만으로는 쿠바 정권을 무너뜨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군 수뇌부가 단순한 요인 체포나 압송 작전의 수준을 뛰어넘어 전면적인 군사적 시나리오까지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공산주의 체제인 이웃 나라 쿠바를 실패한 국가로 강하게 몰아세우며 고강도 제재를 가해왔다. 그는 중남미 반미 전선의 축인 베네수엘라를 처단한 데 이어 다음 타깃은 쿠바가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특히 이란과의 전쟁이 마무리되면 다음 군사 타격 대상은 쿠바가 될 수 있다고 공개적인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항모가 카리브해 물살을 가른 이 날은 미국 행정부가 쿠바 혁명의 상징이자 정권의 막후 실력자인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사법 처리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 법무부는 1996년 마이애미에 기반을 둔 쿠바 망명자 단체 '구출의 형제들' 소속 항공기 2대가 쿠바 공군기에 의해 격추되어 탑승자 4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꺼내 들었다. 법무부는 해당 격추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적용해 95세의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정식 기소했다.
이 같은 행보는 미국의 과거 군사 행동 패턴과 매우 닮아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전격적인 특수 작전을 감행하여 마약 테러 공모 혐의를 받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뒤 미국 법정에 강제로 세우는 충격적인 작전을 성공시켰다. 미국은 당시에도 작전 직전 카리브해 공해상에 거대한 '바다 위의 공군기지'로 불리는 항모전단을 대기시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이번 니미츠함의 전개 역시 카스트로 전 대통령 기소와 맞물려 쿠바 지도부를 겨냥한 강도 높은 군사 압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