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흑해로 이동하던 미 해군 구축함 USS 트럭스턴호의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민감한 시기에 미 해군 구축함 3척을 호르무즈 해협에 전격 통과시키며 대이란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유도미사일 구축함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향하던 중 이란의 이유 없는 공격을 저지하고 자위권 차원의 반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함정은 트럭스턴함, 라파엘 페랄타함, 메이슨함 등 총 세 척이다. 미국이 기뢰와 드론 위협이 도사리는 이 구역에 방공망의 핵심인 미사일 구축함을 투입한 것은 이란의 해상 통제권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날 미군 구축함의 기습적인 통과에 대응해 이란군도 다수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며 격렬히 저항했다. 이에 중부사령부는 접근하는 위협 요소를 즉각 제거했으며, 미군을 공격한 발사 기지와 지휘통제소, 정찰 및 정보 기지 등 이란군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양측의 발표를 종합하면, 이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서 미국의 무력시위가 발단이 되어 원점 타격까지 이어지는 제한적 교전이 발생한 셈이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간접적인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전후 통제권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이번 충돌은 단순한 군사적 우발 상황을 넘어 해상 통행 질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양국의 거친 신경전이 실전으로 번진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란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인 해협 봉쇄 능력을 무력화함으로써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이 날 통과를 감행한 구축함들은 앞서 지난 4일, 이란의 봉쇄로 고립된 각국 선박들을 구출하기 위한 '해방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했던 전력이 있다. 당시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트럭스턴함과 메이슨함이 아파치 헬기 등의 공중 지원을 받으며 이란의 포격을 뚫고 작전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브래들리 쿠퍼 중부사령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 소형선박 6척을 격침하고 순항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교전 직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다시 한번 그들을 제압했듯이 만약 그들이 빨리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잔혹하게 그들을 제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며 "빨리"(FAST)라는 단어를 대문자로 표기해 이란 행정부를 향한 압박의 강도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 CNN 방송은 이러한 행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 구축함이 공격받은 후 이란에 빨리 합의안에 서명할 것을 경고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군사 행동은 항행의 자유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란의 군사적 자존심을 꺾고,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종전안을 수용하게 만들려는 고도의 압박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