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부산에서 만난 트럼프·시진핑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주 베이징에서 만나 인공지능 고도화에 따른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인공지능(AI)을 정식 의제로 다루는 방안을 긴밀히 조율 중이다. 이번 논의는 양국이 기술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AI가 초래할 수 있는 통제 불능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양국 정상이 마주 앉게 되면 AI의 예기치 않은 오작동 사례나 인간의 개입이 배제된 자율 무기 시스템의 위험성, 그리고 테러 집단 등 비국가 행위자들이 오픈소스 AI 도구를 악용해 감행하는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선보인 차세대 모델들이 정교한 보안 취약점 탐색 기능을 갖추면서, 소규모 해커 조직이 적은 비용으로 국가 기간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태다.
실효성 있는 협력을 위해 양국은 공식적인 대화 채널 신설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대표로 내세워 준비를 마쳤으며, 중국 측에서는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이 관련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거에 설치됐던 여러 분야의 핫라인에 대해 중국이 실제 이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은 향후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는 이 달 5일 게재한 글에서 이번 회담을 "1972년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의 회동 이후 가장 중요한 만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50여 년 전의 만남이 냉전 체제에서 구소련에 대항하는 전략적 동맹의 토대를 닦았다면, 이번 만남은 AI가 초래할 비대칭적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무역 전문가 마이런 브릴리언트는 최근 중국 고위 관리들을 접촉한 결과를 토대로 "중국은 미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안전 프로토콜과 기술적 보호 조치, 거버넌스 대화에 대해서는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양국은 2023년 11월 캘리포니아 정상회담 당시에도 핵무기 사용 결정권만큼은 AI가 아닌 인간이 보유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하며 협력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한편 양국은 협력의 손길을 내밀면서도 AI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기싸움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 행사에서 미국의 기술 우위를 강조하며 중국을 "우호적인 경쟁자"라고 지칭했다. 반면 천자창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은 유엔 회의에서 중국이 전 세계 AI 특허의 60%를 점유하고 있음을 과시하며, 기술이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