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유권자들 사이에서 현재 집권 중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헌법 개정 추진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반대 의견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헌법기념일을 하루 앞둔 이 날,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전국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편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 체제에서의 개헌 실현에 대해 찬성한다는 답변이 47%를 기록하며 반대한다는 응답인 43%를 앞질렀다. 해당 매체는 개헌론자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인 2016년부터 동일한 문항으로 매년 조사를 진행해 왔으나,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현 정권의 개헌 추진 방향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됐으나, 개헌의 시급성이나 구체적인 조항 변경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기류가 강하다. 개헌을 서둘러 진행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유권자의 62%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그렇다"는 응답인 33%를 두 배 가까운 수치로 압도했다. 특히 전쟁과 무력 행사를 영구적으로 포기하는 내용을 담은 '평화헌법'의 상징인 헌법 9조와 관련해서는 "변경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63%에 달해 30%에 그친 개정 찬성 의견을 크게 상회했다.
집권 자민당은 그동안 자위대 존재 명기, 긴급사태조항 신설, 선거구 합구 해소, 교육 환경 충실 등 네 가지 항목을 개헌의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으며, 이 중 다카이치 총리는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월 중의원 선거 유세 현장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자민당 당대회에서도 "내년에는 헌법 개정안 발의를 전망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를 바란다"며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시사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교도통신이 실시한 별도의 우편 설문 조사에서도 개헌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는 유사하게 나타났다.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개헌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답변은 69%로 나타나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인 31%를 크게 웃돌았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는 헌법 9조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50%를 기록해 "그렇지 않다"는 답변 48%와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9조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응답자들은 주된 이유로 "안보 환경의 변화"를 66%의 비율로 꼽았으며, "현행 헌법 하에서 자위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0%로 뒤를 이었다. 반면 개정에 반대하는 측은 "헌법의 평화주의가 붕괴할 우려 때문"이라는 의견이 41%로 가장 많았고, "다른 나라의 전쟁에 휘말릴 우려 때문"이라는 답변도 35%에 달했다. 일본 내에서 개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나, 안보 정책의 근간인 9조 개정을 두고는 여전히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