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백악관의 찰스 3세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 부부 [로이터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미 의회 연설을 통해 대서양 동맹의 역사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동맹으로서의 결속을 강조한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는 방문 이틀째를 맞이한 이 날 오후, 미 의회 연단에 올라 양국 관계의 화해와 갱신을 주제로 메시지를 던진다. 버킹엄궁이 사전 공개한 연설문에 따르면, 국왕은 "우리 두 나라는 언제나 함께할 방법을 찾아 왔다"고 운을 떼며 양국의 파트너십이 인류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위대함을 역설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이란 전쟁을 둘러싼 이견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할론 등으로 인해 균열 조짐을 보이던 양국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대서양 동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대외 정책으로 인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과정에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동맹국들의 협조가 미진하다는 점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으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직접 저격하거나 나토를 '종이 호랑이'라고 지칭하며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다. 이러한 냉기류 속에서 찰스 3세는 민주주의적 가치 수호라는 근본적인 원칙을 앞세워 미국의 적극적인 국제 연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왕은 약 20분간 이어질 연설에서 나토의 중요성과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안보 현안을 정면으로 다룬다. 영국 방송 BBC는 버킹엄궁 소식통을 인용해 찰스 3세가 양국이 공유하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나토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 보호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안보 분담금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공동의 적과 위협에 맞서는 동맹의 본질적 가치를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치적 현안 외에도 찰스 3세는 최근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준 백악관 기자협회 만찬장 총격 사건에 대해 깊은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영적인 관대함과 연민을 키우고 평화를 촉진하며, 상호 이해를 심화하고 모든 신앙인과 비신앙인 모두를 소중히 여길 의무"를 언급하며 치유와 통합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번 연설은 영국 정부의 자문을 바탕으로 하되, 국왕 본인이 직접 표현과 어조를 다듬어 진정성을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국왕이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지난 1991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35년 만에 이루어지는 두 번째 사례다. 왕실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설이 단순한 외교적 의례를 넘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영미 동맹의 영속성을 확인하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찰스 3세의 이번 행보는 전통적인 외교 관계의 틀 안에서 영국의 소프트 파워를 활용해 동맹의 균열을 봉합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