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쿠바 의사들 떠난 중남미 의료 현장, 빈곤층 생존권 위협 - 미국 압박에 의료 협정 줄파기 - 대책 없는 철수로 의료 공백 심화 - 사립 병원비 감당 못 하는 서민들 신음
  • 기사등록 2026-04-27 12:00:02
기사수정

쿠바 의료진 [AP=연합뉴스]

수십 년간 중남미 빈곤 지역의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해온 쿠바 의료진이 미국의 압박으로 대거 철수하면서 현지 소외계층이 심각한 의료 공백 사태에 직면했다.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못 이겨 쿠바와 체결했던 의료 협정을 잇달아 파기함에 따라 지역 공립병원과 외곽 지역의 의료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 보도를 통해 자메이카와 과테말라 등 10여 개 국가에서 쿠바 의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저소득층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쿠바 정부가 파견 의료진 급여의 약 80%를 원천 징수하는 점을 들어 이를 '21세기 노예제'이자 강제 노동이라고 비판해 왔다. 특히 미국은 이 수익이 쿠바 정권 유지와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보고, 협정을 유지하는 국가 관리들에게 비자 취소 등의 보복 조치를 예고하며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쿠바는 현재 전 세계 50여 개국에 2만여 명의 의료진을 파견해 연간 약 5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메이카 세인트 조지프 병원에서 안과 수술을 기다리던 노블린 이뱅크스(73) 씨는 쿠바 의사들이 떠나면서 수술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는 처지에 놓였다. 그는 사립 병원에서 수술받으려면 최저임금 기준 5개월 치 급여에 해당하는 35만 자메이카 달러가 필요하다며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과테말라 등지에서도 올해 말까지 수백 명의 의사가 단계적으로 철수할 예정이지만, 현지 정부는 이를 대체할 인력이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데이미언 고든 자메이카 서인도제도대학교 강사는 비상 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의료진이 철수하면서 지역 공동체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정작 당사자인 쿠바 의료진은 미국의 '노예 노동'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베네수엘라에서 근무했던 쿠바 의사 야닐리 멘데스는 본국에서 월 40달러를 벌던 것과 달리, 정부 공제 후에도 해외 파견을 통해 월 1,000달러를 손에 쥐어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가져가는 공제금이 쿠바 내부의 무상 교육과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는 재원으로 쓰이는 점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와 의료 전문가들은 대안 없는 의료진 퇴출이 세계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의료 접근권을 앗아가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런 커스버트 박사는 단순한 정치적 논리로 의료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 빈곤 지역에 미칠 파괴적인 결과를 경고했다. 현지 주민들은 겸손하고 헌신적이었던 쿠바 의사들의 빈자리를 실감하며 국가적 의료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2592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