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럽 지도자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친러시아 성향으로 유럽연합 내 불협화음을 주도했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퇴진이 확정되면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위한 절차가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3일 키프로스에서 개최된 EU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유럽 복귀를 위한 다음 단계의 논의를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코스타 의장은 이번 발언을 통해 그동안 지체되었던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을 위한 첫 공식 협상을 조속히 개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논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금융 지원안이 타결된 직후에 이루어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EU는 이번 정상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22일, 오르반 총리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900억 유로(한화 약 156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대출 지원안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장애물이었던 헝가리의 반대 기류가 사라지자 경제적 지원에 이어 정치적 통합 논의까지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유럽의 주요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위한 1차 협상을 이르면 수 주 내, 늦어도 수개월 안에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받은 직후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당초 2030년으로 설정했던 가입 목표 시점을 내년인 2027년으로 대폭 앞당기며 조속한 승인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가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EU는 신규 회원국에 삼권분립 확립, 엄격한 법치주의 이행, 안정적인 시장경제 체제 구축, 그리고 보편적 인권 보호 등 매우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요구한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여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10년 안팎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인 특수 상황을 고려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 적용을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부 회원국은 여전히 원칙론을 고수하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가입 자격은 반드시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신속 가입 절차에 선을 그었으며,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총리 역시 필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가입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완전한 회원국이 되기 전 단계로 낮은 지위의 가입 모델을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