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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11조 원 규모 암호화폐 '큰 손' 부상… 제재 회피·자산 보호 수단 - 혁명수비대, 무기 구매 및 비트코인 채굴 주도 - 호르무즈 통행료 암호화폐 요구에 시장 가격 들썩 - 인플레 시달리는 일반 시민들도 테더 등 활용 급증
  • 기사등록 2026-04-10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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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자국 통화가치 하락에 직면한 이란이 암호화폐를 국가 운영과 민간 자산 보호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며 연간 11조 원이 넘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약 78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활동의 절반 이상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관련 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달러 기반의 국제 금융망에서 차단된 혁명수비대는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삼아 무기와 필수 원자재를 조달하고 있으며, 직접 비트코인 채굴 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암호화폐로 통행료를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국제사회의 자금 추적을 무력화하려 시도 중이다. 이 같은 방침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운사들이 통행료 납부를 위해 단기간에 대규모 비트코인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7만 2,000달러 선을 돌파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민간 영역에서도 암호화폐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도구가 됐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자, 일반 시민들은 자산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해외 송금이 제한된 상황에서 암호화폐는 사실상 유일한 외화 환전 및 송금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자산 압류나 인터넷 차단 등 비상조치에 대한 불안감은 자금 유출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직후, 1,1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이란 최대 거래소 노비텍스에서는 평소보다 700%나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자산가들이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개인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급히 옮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체이널리시스의 케이틀린 마틴 수석 분석가는 이란의 상황을 베네수엘라와 비교하며 "제재 대상 국가에서 암호화폐는 매우 유용한 도구"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처럼 암호화폐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국가에서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빠르고 쉽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생명줄로 활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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