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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19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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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에서 언론이 만든 스타 이정미 헌재 권한대행의 우상화 신격화가 헤어롤 해프닝에서 절정
-기사가 모는 승용차에 수행비서까지 둔 장관급 공무원이 시간에 쫓겨서 자기 머리조차 못 챙겼다니
-대통령의 탄핵 용인 여부를 선고하는 날, 머리손질도 못하고 등청한 재판관을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 이정미 우상화는 헤어롤 해프닝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탄핵 정국에서 언론이 만든 대 스타였다.

그녀에 대한 언론의 칭송은 끝이 없었다. 그녀가 하는 말, 하는 행동마다 언론은 칭찬하느라 침이 말랐다. 거의 우상화, 신격화 수준이었다,


그녀에 대한 언론의 칭송은 헤어롤 해프닝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그것은 칭송을 넘어서 미화였다.

과장이 지나쳐 아부로 비칠 정도였다.

언론의 편견과 선정주의가 도를 넘어 왜곡의 수준에 도달했다.


머리 손질을 제대로 끝내지 않은, 실수 또는 부주의한 행동이 어떻게 ‘일하는 여자의 참모습’으로 미화되는가.

더욱이 헤어롤러가 달려 있는 머리를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와 비교하는 기사에 이르러서는 악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모를 제대로, 단정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세상의 지극히 평범한 상식 중의 하나다.

비싼 옷에 짙은 화장의 화려한 외양을 갖추고 출근한다고 해서 돋보이고 칭찬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금 흐트러짐이 있다고 해서 크게 흉이 되거나 비판받을 일은 더 더욱 아니다.

두 경우 모두 웬만해서는 그냥 지나칠 평범한 일상사일 뿐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못 본 채 그냥 넘어가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아무리 언론이라도 여자든 남자든 사람의 외양을 건드려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헤어롤을 머리에 꽂은 채 출근하는 여자를 보기가 어려우니 재미있는 기삿거리고 생각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더도 덜도 없이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 될 일이었다.

설명 없이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한 것이었다.


독자들이 “헌법재판관도 깜빡 실수를 하는구나. 보통사람들이랑 똑같네”라고 느낄 정도면 정상적인 보도였을 것이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여느 일하는 주부와는 달리, 장관급 예우를 받는 최고급 공무원이었다.

평범한 직장 여성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도 않으며, 손수 운전할 필요도 없었다.

운전기사가 모는 최고급 승용차로 출근하므로 시간에 쫓길 이유도 없었다.

수행비서도 데리고 출근하니 따로 챙겨 줄 사람도 있는 셈이다.


헌재 재판관의 순수 월급만 6백80만 8천 6백원, 여기에 직급보조비, 특정업무경비 등 기타 보수를 합치면 월급은 1천만 원이 넘는다. 개인 집무실은 약 50평 크기다.


해프닝이 일어난 작년(2017년) 3월 10일은 대통령의 탄핵 용인(容認) 여부를 선고하는 날이었다.

국가적 대사일 뿐 아니라 그녀 개인적으로도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중차대한 일을 수행하는 날이었다.


그토록 중요한 날이라면 그 어느 때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의관을 정제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출근했어야 했다.

머리 손질도 제대로 못하고 등청한 재판관을 우리는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은 헤어롤을 칭찬의 도구로 활용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희망”이라느니,

“청와대가 자초한 여성의 모멸감을 위로한 탄핵의 결정적 장면”이라느니 했고,

종편에 출연한 한 여성 변호사는 “일하는 여성의 참모습”이라고 감동에 찬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당일에도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다듬었”는데 그에 비해 “이 권한대행은 참으로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고 쓴 기사도 있었다.


(2018.3.10. 언론의 편파적 탄핵 보도를 기록한 필자의 저서 [바람보다 먼저 누운 언론]에서 이정미의 헤어롤 부분을 탄핵 1주년을 맞아 인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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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자 '제3의 길' 칼럼니스트 박정자 '제3의 길' 칼럼니스트의 다른 기사 보기
  • 상명대 명예교수.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학사, 석사, 박사.

    역서 :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 ‘현대세계의 일상성’, ‘사상의 거장들’ 외 다수.
    저서 : ‘빈센트의 구두’,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시선은 권력이다’, ‘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 ‘잉여의 미학’, ‘이것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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