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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음식과의 전쟁을 벌이는 이유? - 中 '음식 많이 남기면 벌금', 또 불거진 식량안보 - 먹방까지 규제한 중국, 13600여개 사이트 폐쇄 - 매년 늘어나는 곡물수입, 미국과 충돌시 당장 대기근 일어날 수도
  • 기사등록 2021-11-08 21:12:22
  • 수정 2021-11-09 08: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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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하면 벌금? 먹방까지 규제한 중국]


중국이 먹는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음식 관련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계획안에는 식당을 방문한 고객들은 필요 이상으로 주문하지 말아야 하고 남긴 음식물은 매장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행동계획에 따르면 출장 뷔페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적정량의 음식 주문을 권장하고, 소량의 메뉴를 준비해야 하며, 가정에는 식품을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재료들을 충분히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더불어 기업들에게는 회의와 훈련을 이유로 호화로운 연회를 열지 못하도록 했으며, 공식 행사도 연회보다 뷔페로 치를 것을 권장했다.


중국은 이러한 행동계획을 2025년까지 시행하도록 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임으로 인해 식량안보를 강화하라는 시진핑 주석의 의지를 실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중국은 먹방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13600여개가 넘는 사이트를 폐쇄조치했다.


이 계획대로 중국은 이미 음식물쓰레기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음식물 낭비 금지법’이 제정됐다. 중국은 이 법을 통해 폭식을 초래할 수 있는 ‘먹방(먹는 방송)’을 제작하거나 배포할 때, 최대 10만위안(약 1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했다. 이 조치 이후 중국내에서는 13,600여개의 먹방 계정들이 전면 삭제됐다.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抖音)도 음식 비디오를 모니터링하면서 관련된 영상들이 올라오면 무조건 삭제하기 시작했다.


이뿐 아니다. 만약 음식점에서 과도하게 음식 주문을 유도하면 그 음식점에는 최대 1만 위안의 벌금도 매긴다. 또한 고객이 새로운 메뉴를 추가할 때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이런 식으로 식당에서 많이 주문해도 안되고 또 남으면 반드시 동물용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출해야 한다는 강제규정도 들어 있다.


이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전쟁은 학교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중국의 중학교 급식실에서 찍은 한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이 남기려던 잔반을 싹싹 먹어치우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던 것이다. 당황한 학생들이 이 모습을 보고 제자리로 돌아가 급식판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중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학교에서 잔반없애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면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학교에서 규정한 이상의 양을 음식물 쓰레기로 배출하는 학생은 아예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면서 “이러한 일들은 지난해 8월 시진핑 주석이 음식물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인 이후 생겨난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사실 중국에서 ‘음식물 낭비 금지법’이 제정되었다는 것 자체가 중국의 전통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중국은 식사 대접을 하게 되면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많이 차린다. 식당에 가도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양을 주문한다. 그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식사를 한 후 많이 남아 있어야 기분 좋게 여기기도 한다. 문화가 이러니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9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중국의 경우, 가정에서만 약 9165만t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했다고 발표했다. 2위인 인도(6876만t)보다 33%나 많은 양이다. 특히 이러한 음식물 쓰레기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베이징,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대도시 네 곳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양만 해도 매년 500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고 중국과학원은 밝혀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진핑 주석이 “음식 낭비는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수준”이라면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펼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판단된다.


[중국이 음식물 쓰레기 규제에 적극 나서는 이유?]


그렇다면 중국이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법까지 만든 이유가 단순하게 중국의 잘못된 문화를 바꾸기 위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중국의 식량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강대국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식량과 에너지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 두 가지 조건 모두 자급자족과는 형편없이 거리가 멀다. 식량만 하더라도 갈수록 미국에 더욱 더 의존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올해 중국의 옥수수 수입량은 사상 최대인 3000만t을 넘어설 수 있으며, 미국이 최대 공급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입 옥수수에 대한 중국의 수요는 돼지 생산의 반등과 함께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7일, “중국은 2014년 이후 1억톤 이상의 곡물 수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2021년 올해는 이미 지난 9월까지 1억 2827만톤을 수입해 지난해보다 29.3%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중국내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이상저온, 그리고 기상이변 등에다 코로나 팬데믹 같은 사회적 요인은 중국의 식량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강경하게 나갈 수 없는 정말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 특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에 대해 중국이 정말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식량 문제다.


만약 미국과의 전쟁이 일어난다든지 아니면 중대한 충돌사태로 미국에서의 곡물 수입 등이 중단된다면 당장 중국의 14억 인구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시진핑 주석이 식량안보를 내세우면서 자국내에서의 식량 증진과 함께 곡물 수입처 다변화,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 지난 1일, 중국 상무부의 ‘올겨울과 내년 봄 채소 등 생필품 공급 및 가격 안정에 관한 통지’였다. 중국을 대혼란으로 빠뜨렸으며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내린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정부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상황은 중국 정부가 사실 대처할 수 없는 영역이라 문제가 될 수 있는 식량의 비축말고는 뾰쪽한 대책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입장에서는 4500여만 명이 굶어 죽은 ‘대약진 운동’의 트라우마 때문에 식량 안보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약진 운동은 마오쩌둥의 주도 아래 1958년부터 4년간 추진된 농·공업 증산 정책인데 이 정책의 실패로 인해 엄청난 아사자가 나왔고, 이로인해 마오쩌둥은 대약진 운동 실패의 책임을 지고 국가주석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또다른 황제로 취임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 미중 충돌 상황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잠재해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금 미국으로부터의 곡물 수입이 중단되면 21세기판 ‘대약진운동 실패’가 재현될 수 있다. 미국을 넘어 세계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시진핑판 ‘대약진 운동’이 식량 문제로 처절하게 붕괴될 수도 있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식량 안보’를 적극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갈길 먼 중국의 식량안보]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생각과는 달리 중국의 식량안보를 향한 대장정은 너무나도 멀고 험난하다. 중국의 농산물 자급률은 80% 안팎이다.


그래서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올해 7월만 하더라도 중국의 주요 곡창지대인 중부 허난(河南)성 일대의 기록적인 대홍수로 인해 대규모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당연히 가을철 곡물수확에 변수가 생긴 것이다.


지난 7월 2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메이신위(梅新育)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허난성은 중국 곡물의 10% 가까이와 여름 곡물의 25% 이상을 생산하는 만큼, (폭우에 따른) 허난성의 생산량 격차를 대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허난성 카이펑(開封)의 한 농민도 "올해 (자신의) 야채 수확량은 전년 대비 50~60%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파종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보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7월 28일, “중국의 곡창지인 허난성은 전국 밀 공급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옥수수와 채소, 돼지고기 생산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밀 생산은 이미 마무리가 되었지만 아직 수확하지 못한 옥수수와 채소는 이번 홍수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 여파가 지금의 채소 부족으로 나타나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채소값이 돼지고기값을 넘어서는 일까지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중국 사회과학원(CASS)은 최근, “곡물 부족은 도시화 가속화 및 농촌인구 고령화에 따른 현상”이라며 “오는 2025년까지 1억3000만t의 곡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농민들이 갈수록 형편이 나아지지 않고 어려운 생활이 가속화되자 아예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올라오는데다가 농촌에 남아 있는 4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식량 수급에 엄청난 차질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앞으로 5년 내 8000만 명의 농촌 주민들이 도시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이유로 “쌀, 밀, 옥수수 등 3가지 주요 곡물의 경우 2025년까지 공급이 수요보다 2500만t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당장 식량의 수입 물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식량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이렇게 중국내에서의 식량생산이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지난해나 올해처럼 곡창지역에서의 대홍수로 인한 피해까지 겹친다면 중국 당국으로서는 그야먈로 엎친데 덮친격이 된다.


지난해만 해도 양쯔강의 대홍수로 희토류산업과 비료산업 기반이 초토화되었고 여기에 남부의 주요 곡창지대마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올해도 허난성이 또 피해를 입었다. 이런 피해가 매년 반복된다면 중국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앞장서서 식량안보를 거론하고 더불어 농촌중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민심을 얻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중국 공산당의 2021년 1호 문건도 ‘농촌진흥의 전면적인 추진과 농업현대화의 가속화에 관한 의견’이었다. 1호 문건이 공산당과 국무원이 매년 연초에 발표하는 핵심 국정과제로 업무상 강령과 지침의 지위를 갖는다는 점에서 지금의 시진핑 정부가 최우선으로 삼는 정책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만든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한 중국. 식량자급과는 갈수록 거리가 멀어지는 현실을 보며 “중국의 밥그릇은 중국인의 손에 단단히 쥐어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시진핑의 속내도 타들어 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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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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