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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이 핵합의 협상을 어쩔 수 없이 재개하는 이유? -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압박으로 이란, 협상장 복귀 - 반미 선동하며 ‘벼랑끝 전술’ 쓰는 이란 - 美, 이란의 제재 해제 요구 완전 무시 압박 강행
  • 기사등록 2021-11-06 00:05:37
  • 수정 2021-11-06 08: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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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합의 복원협상, 11월 말 다시 열린다]


지난 6월 이란 대선에서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가 승리한 직후 중단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협상이 중단된 지 5개월 만인 11월 말 전격 재개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란 핵합의 재개 협상을 조율해 왔던 유럽연합(EU)의 엔리케 모라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은 “오는 11월 2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JCPOA 공동위원회를 다시 주재할 것”이라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 측의 수석 협상자인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부 정무차관도 "우리는 11월 말 전에 협상을 시작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핵합의 당사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와 이란 측 대표단이 참석해 합의 복원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고, 미국은 유럽 측 중재자들을 통해 간접대화 방식으로 협상에 참여한다. 이란에 각종 제재를 가해온 미국이 직접 협상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이란핵합의 협상 재개가 이뤄진 배경]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이번 협상 재개 발표가 이란의 핵 활동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서방이 경고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서방진영은 이란의 핵시설 고도화가 급진전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지난 6월, “이란의 미신고 핵 시설에서 우라늄 흔적이 발견돼 이란 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IAEA는 “사찰 과정에서 3곳의 미신고 시설에서 핵 물질을 발견하고 이란 측에 출처를 해명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몇 달이 지나도 필요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은 JCPOA 복원 논의를 앞두고 미신고 핵 물질과 관련해 이란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3국이 이란의 추가 해명을 기대하며 결의안 채택을 유보해왔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이란이 핵합의에 복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압박을 해 왔다.


미국은 지난 10월 31일에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이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해야 할 중요성에 대해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와 함께 이란을 핵 협상장에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전적으로 발을 맞춰가고 있다(absolutely in lockstep)”고 말했다. 이란을 향한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의 압권은 “이란과의 대화를 통해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군사개입을 포함, 다양한 옵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물론 “우리는 외교가 이란 핵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위협과 도전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계속 믿는다”고 했지만 미국의 국무장관이 직접 군사개입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이란에게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맬리 이란 특사도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핵합의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결정적인 국면’에 이르렀다”면서 “이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창구가 영원히 열려 있지 않다”는 말로 이란을 거듭 압박했다.


맬리 특사는 특히 “미국의 동맹국들과 협상 파트너들이 공통으로 이란 핵합의 관련 진전 상황에 대해 점점 더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란 핵문제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외교적인 것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은 다른 대안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맬리 특사의 이러한 발언은 블링컨 장관의 10월 31일 발언과 상통한다. 실제로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에는 미군의 B-1B 전략폭격기가 전날 이스라엘 영공을 비행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자체 F-15 전투기가 걸프만으로 향하는 B-1B 폭격기를 호위했다고 전하면서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은 “합동 비행은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군과 미국의 전략적 협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미군의 B-1B 전략폭격기가 중동지역으로 날아갔다는 것 자체가 이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 B-1B 전략폭격기의 중동 비행 역시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핵합의 복원 자체를 반대하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장 저지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미국도 이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외에도 지난 10월 하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5차 총회에서 북한과 이란을 자금세탁 관련 고위험 국가로 지속 선정했으며, 미국 재무부는 10월 29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 무인기 사령부를 이끄는 사이드 아가자니 준장과 무인기 관련 업체 2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모든 금융 거래를 차단하는 한편, 이들과 거래하는 외국인들은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 안해도 이란에 대한 제재를 계속하고 있는 미국이 또 하나의 카드를 얹은 셈이다.


미국은 더불어 지난 10월 20일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시리아 남부 알탄프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드론 공격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했다. 미국의 언론들에서는 이에 대한 미국의 보복 공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보도까지 나와 이란과 미국간에 일촉즉발의 위기감까지 나돌았다.


이런 가운데 이란에서는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테헤란을 포함한 이란 전역의 주유소 전산망이 한때 마비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로인해 수도 테헤란에서 차량 주유가 전면 중단됐다.


이란 국민들은 통상 국가가 발급한 '주유 카드'를 이용해 차량에 연료를 넣게 되는데, 이 카드를 사용하면 공시 가격보다 50% 저렴하게 주유할 수 있다. 그런데 사이버 공격을 받은 주유소 전산망이 올스톱되면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이날 이란의 주요 고속도로 전자 광고판도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광고판에는 한때 "우리의 휘발유는 어디 있나?" 등 최고지도자와 지도부를 비판하는 문구가 게시됐다.


이란 정보 당국은 이스라엘을 공격 배후로 지목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이스라엘이 과거에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해 핵시설 등을 직접 해킹했다면, 이번에는 이란 중산층의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해킹의 전략을 틀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이스라엘과도 한판 붙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나돌았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과 이어지는 오만해에선 미군과 이란 혁명수비대가 대치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군이 이란 원유가 실린 유조선을 나포하려 했다고 이란측은 주장했지만 미국은 실제 선박을 납치한 것은 이란이라고 반박했다.


3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이날 “이란과 인접한 오만해를 지나던 유조선을 나포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무력화했다”면서 “미군의 나포 시도를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해 유조선을 이란 영해로 들여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란 해군이 베트남 국기를 단 유조선 '엠브이 사우시스'(MV Southys)호를 나포했다”고 폭로했다. AP 통신은 “선박 운항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엠브이 사우시스호의 현재 위치가 이란 남부 반다르-압바스 항구”라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이어지는 오만해는 이란이 제재를 피해 원유를 수송하는 주요 항로여서 이곳에서의 군사적 긴장도는 여전히 높은 지역이다. 미국의 제재 속에 이란은 중국·시리아 등과 오만해를 통해 원유 거래를 하고 있다.


이렇게 중동은 지금도 일촉즉발의 살얼음판같은 위기상황을 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국가경제도 어려운 가운데 군사적 위협까지 받게 되면서 결국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이란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장으로 돌아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반미 선동하며 ‘벼랑끝 전술’ 쓰는 이란]


이란은 이렇게 미국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핵합의 협상장으로 돌아오면서도 국민들에게 반미를 선동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압박 때문에 핵합의 협상장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일종의 대국민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4일에는 테헤란의 옛 미국 대사관 앞 도로에서 미국 대사관 점거 42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반미 집회가 열렸다. 여기에 모인 이들은 "미국을 타도하라",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목이 터지라고 외쳤다. 심지어 많은 어린이들도 부모 손에 이끌려 집회에 참여할 정도였다.


이란은 그러면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외교적 행동도 보였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금속 우라늄 생산은 연구와 의료용으로 쓰인다"면서 자국의 핵활동이 평화적 목적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영국·프랑스·독일 정상이 지난 10월 30일 공동 성명을 내고 "고농도 우라늄 농축을 지속하는 등 이란의 도발적인 핵 활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 성격이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2배로 확대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이란 국영통신 IRNA를 인용, 베루즈 카말반디 대변인이 "20% 농축 우라늄을 210㎏, 60%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25㎏으로 늘렸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우라늄 농축 수준이 20%를 넘어가면 무기급으로 간주한다.


이란의 이러한 행동은 우라늄 농축을 3.67%의 농도까지만 허용하고 있는 핵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이란핵합의 협상을 앞두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이란의 협상기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도 자주 쓰는 이른바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서방진영에 대한 압박과 함께 이란은 이슬람 세계의 단합을 모색하면서 이란의 우방 단합을 도모하고 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10월 21일, “이슬람 세계의 단합이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전략이며, 불화의 불씨를 뿌리는 것은 적이 하는 행동이다”라고 밝혔다. 이란이 특히 신경을 쓰는 나라는 중동 지역 라이벌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란은 양국간 관계회복이 미국을 견제하는 지름길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우디 아라비아는 갈수록 미국에 경도된 외교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도 4일(현지시간) 사우디에 6억5천만 달러(약 7천700억원) 어치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판매했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 개입해 무인기 등 무기를 이란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지 후티 반군과 대치 중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의 관계 회복은 이란 만의 헛된 꿈일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또 이러한 외교적 공백을 메꾸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 공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4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과 전화통화에서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해 광범위한 공통 인식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란핵합의 협상에 중국과 러시아가 측면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그만큼 이란도 핵합의 협상 재개 상황이 초조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할만큼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와중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이란 핵합의에 복귀할 진정한 의사를 보이려면 이란에 대한 제재부터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고 그 합의를 제대로 이행할 경우에 제재도 해제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란의 제재 해제는 북한도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이란이 핵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았는데 만약 미국이 협상재개를 위해 제재 해제를 한다면 북한에게도 좋지 않은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에게 단호했다. 이는 북한에게도 마찬가지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이란 핵합의 진전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고, 그 진전 과정이 북핵 협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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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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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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