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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군,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 “가장 긴 전쟁이 끝났다!” - 미 대사관 계속 폐쇄,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완전 철수 의미 - "싸울 의지가 없는 동맹에 대해 미국은 손절한다"는 교훈 남겨 - 美, 대 중국 견제 위해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전할 것
  • 기사등록 2021-08-31 11:51:53
  • 수정 2021-08-31 14: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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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에서의 전쟁 종식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8월 30일자 기사


[미국 “가장 긴 전쟁이 끝났다!” 선언]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수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시작한 지 20년만에 마지막 군용기가 카불공항에서 이륙한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8월 3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리의 발표를 인용하여 “역사상 가장 길었던 아프간에서의 전쟁이 끝났다”면서 “30일 ‘MOOSE 85’라는 콜사인이 붙은 마지막 C-17수송기가 현지시간 밤 자정에 마지막 남은 미군을 태우고 카불공항을 이륙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케네스 F. 맥킨지 주니어(Kenneth F. McKenzie Jr.) 중부사령부 참모총장은 “이날 자정의 철수는 2001년 9월 11일 직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된 거의 20년 간의 미국의 군사적 임무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맥킨지 사령관은 이어 “아프간 철수의 완료와 미국 시민, 제삼국인, 아프간 현지인의 대피 임무 종료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탈레반 경비대원 역시 “미국의 마지막 비행기가 출발했다”고 AP통신에 말했고, 카불에는 폭죽이 울렸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도 이날 늦게 아프간에서의 전쟁 종식을 기념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이 이렇게 최종 철수시한을 24시간이나 앞둔 날의 자정에 마지막 수송기를 출발시킨 것은 이미 며칠 전 결정된 것으로, 보안문제도 고려했으며 마지막 순간에 비행기가 고장나서 출발이 지연되는 경우, 더불어 31일 현지에서의 폭풍우와 같은 악천후 예보 및 마지막 철수일에 아프간 주민들이 공항으로 밀려들면서 혼잡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여러 가지 사항을 검토한 후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마지막 수송기에는 그동안 미국인들을 돕고 있던 아프간 특공대원들(아프간 보안군의 잔존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82공수사단과 특수작전 부대원들이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아프간 카불공항을 철수하면서 공항의 통제권은 탈레반 세력에게 넘어갔으며 미군 철수 직후 탈레반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나라는 신 덕분에 완전한 독립을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한편 미군 철수 마지막 날이었던 30일 하루동안 약 1200여명이 미군 수송기들을 통해 아프간을 빠져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아직도 아프간을 떠나기를 원하는 이들이 10만 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에는 미군과 협조했던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다른 97개국은 지난 29일 아프간을 떠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안전보장과 관련해 탈레반 측과 협정을 맺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더불어 맥킨지 장군은 아직도 아프간에 남아 있는 수백명의 미국인들에 대해서도 “미군은 철수했지만 그들은 안전하게 아프간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의 협상책임자인 가인 셰르 모하메드 아바스 스타넥자이(Sher Mohammed Abas Stanekzai)는 27일, “탈레반이 국적이나 20년 전쟁 기간 동안 미국에서 일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탈레반이 떠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탈레반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의 여부와 카불공항의 상업적 비행이 언제 재개될지의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급박했던 미군의 철수작전]


미국이 8월말까지의 철수시한을 못 박은 이후 급격하게 붕괴되던 아프간은 결국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탈레반에 넘겨주게 되었고 그 이후 미군의 철수작전은 그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위험한 전쟁처럼 급박하게 전개되었다. 그리고 지난 15일동안 철수한 인원은 12만 2000명 정도 된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탈레반 세력이 아닌 IS-K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로 인해 13명의 미군과 200여명의 아프간인들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최후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또한 29일 저녁 카불공항을 향한 IS-K의 미사일공격은 다행히 미군의 방어체계가 다 막아냈지만 이 또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5발의 미사일 공격을 다 막아낸 주인공은 시램 방어시스템(C-RAM defense system)으로, 적이 발사한 로켓탄, 포탄(대포), 박격포탄 등을 근거리에서 공중 요격하는 무기다. 이런 면에서 시램 방어시스템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군은 이러한 IS-K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6개 칼날 가진 ‘닌자 폭탄’을 활용해 보복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블링컨, “미 대사관 계속 폐쇄될 것”]


한편, 미국은 그동안 아프간에서 모두 철수하더라도 아프간에서의 외교적 활동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지만 카불에 남아있던 미국 외교관들도 출국함으로써 아프간에는 미국의 어떠한 외교관들도 남아 있지 않게 됐다. 이는 미국의 아프간 철수가 군사적 임무뿐만 아니라 외교적 임무까지도 일단 종료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관들이 아프간을 떠났고 미국 대사관은 계속 폐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의 미국 대사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외교 공관 중 하나로 최근까지 대사관 직원은 약 4000명이었으며 그 중에서 순수한 미국 외교관은 약 1400여명 정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에서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공항을 이륙한 이후 발표된 블링컨 장관의 성명은 “지난 8월초 미군이 떠난 후에도 아프간 문제에 미국이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던 약속은 지금도 유효하며 탈레반 세력과 권력을 공유할 새로운 정부와 함께 아프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아프간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남아 있는 최대의 과제는 아직도 아프간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약 200여명의 미국인과 미국에 협조한 아프간인들의 철수 문제이다. 미 국무부는 이들 인원에 대한 안전 보장을 탈레반측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9.11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


미국의 아프간 전쟁 개입은 9·11 테러를 일으킨 국제 테러 조직 알 카에다를 감싼 아프간 집권 세력 탈레반을 2001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시작된 이 전쟁은 21세기의 첫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 전쟁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 거치면서 둘 다 전쟁을 끝내려고 시도했지만 마무리하지는 못했었다.


결국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올해 5월 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정권을 이어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 중에도 아프간에서의 전쟁 개입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이 약속은 노랫동안 전쟁에 지친 미국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아프간 전쟁을 치르는 네 번째 대통령으로, 이 책임을 다섯 번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9월 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3500여 명을 모두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2001년 10월 7일에 시작된 미군 작전에서 지난 주에 13명을 포함하여 총 2,461명의 미군이 사망했다”면서 “전쟁이 절정에 달했던 2010년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100,000명 이상의 군대를 주둔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미군 외에도 미군과 연관된 군무원 3846명, 그리고 나토 등 동맹군 1144명도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프간 군인 및 경찰 6만 6000여명, 아프간 민간인 4만 7245명, 탈레반 등 무장조직 전투원 5만 1191명, 구호단체직원 444명, 언론인 72명이 아프간 전쟁으로 희생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은 2조 달러(약 2231조원)를 쏟아부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아프간에 30만명의 강력한 보안군이 방어하는 친미국가로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아프간 지도부의 부패와 정신적 해이 등으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지난 5월 미군이 철수를 시작한 지 5개월만에 아프간은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지고 말았다.


WSJ은 “아프간에서 미국이 손을 뗀 지 얼마되지도 않아 탈레반에 함락되었다는 것은 여러 세대에 걸친 전쟁에서 결국 패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WSJ은 “미국 정부가 추정하는 지출내역에 따르면 미국의 납세자들은 한달 평균 34억 달러 이상을 지출해야 했으며 브라운대학교 전쟁비용 프로젝트에 의하면 20만명 이상의 부상당한 군인들의 재활비용까지 합친다면 아프간 전쟁의 총 비용은 이미 수조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전쟁이 남긴 것들]


미군의 철수로 마무리된 아프간 전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가의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금 일깨워줬다는 것이다.


아프간 정부가 이렇게 쉽게 무너진 것은 한마디로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들의 도덕적 해이와 국방에 대한 무관심과 무의지가 드러낸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프간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아슈라프 가니’는 비겁한 도망자였다.


수도 카불이 함락되자 그는 재빨리 전용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도망쳤다. 그러면서 그는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했다.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적들과 싸우지 말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무능하고 대책도 없는 정권에게 미국은 수많은 돈을 대면서 강군 육성을 지원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후일 “대통령은 나와의 통화에서 ‘죽기로 싸우겠다’고 하고선 그 다음 날 가버렸다”면서 한탄하기도 했다.


아프간 정부의 부패는 미국인들의 엄청난 세금이 투입된 강군 육성 자금이 대부분 아프간 지도층들의 잇속만 챙겨준 사기극으로 드러났다는 데서도 충격적이다. 이를 BBC는 “유령 군인들에게 미국은 돈을 퍼부었다”고 표현했다.


그런 유령군대가 탈레반이라는 오합지졸에게도 제대로 총 한번 쏴보지 못하고 당한 것이다. 후일 탈레반도 ““정부군이 생각보다 빨리 카불을 버려서 놀랐다”고 조롱할 정도였다.


아프간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미군이 없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핵을 보유한 북한과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지금 우리 군의 전투 의지는 확고하게 서 있는가?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아프간군이 스스로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 미군이 대신 싸울 순 없다”고 했다. 이것이 한국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


아프간 전쟁은 미국에게도 엄청난 교훈을 남겼다. 아무리 동맹이라도 싸울 의지가 없는 동맹은 손절하는 것이 맞다는 원칙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철군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원인으로 미국 내 인프라 투자 등 미국 재건이 시급하고, 해외 갈등에 개입해 미군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인식이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를 막론하고 미국인 사이에 폭넓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진단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미국인들은 미국의 국제사회 개입을 탐탁지 않게 여겼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 공약으로 활용하면서 정점을 찍은 뒤 바이든 행정부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마지막 철수과정에서 13명의 미군이 희생당하기도 해 미국내 여론은 좋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끝없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바이든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앞으로의 해외 전쟁 개입에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세계의 경찰’로서의 미군 개입은 지양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국익과 직결되지 않은 전쟁에 대해서는 거리를 둘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발을 뺐지만 대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해 힘을 더 쏟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전은 동맹국들도 눈여겨 보는 대목 중의 하나이다.


이 모든 미국의 전략을 한 눈에 주목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온다. 바로 미국의회가 아프간 청문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9월 하순경 열릴 것으로 보이는 이 청문회에서 미국이 앞으로의 미군 개입을 포함한 중요한 외교정책의 방향들이 점검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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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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