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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영변 원자로 재가동한 북한, 김정은의 의도는? - 영변 핵시설 재가동, 美 대북정책 더 강경하게 만들 가능성 - 김정은, 영변 재가동으로 미 대북제재 해제 협상 시도할듯 - 중국도 촉각, 대북지원 더 방해하는 계기 될 듯
  • 기사등록 2021-08-30 20:41:11
  • 수정 2021-08-31 0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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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변 원자로 가동”… 핵물질 재생산 정황]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 시각),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7월 초 영변의 핵시설을 재가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독점’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보도했다.


WSJ은 이날 “7월 초부터 북한 영변 핵시설의 5MW(메가와트)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배출되는 등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consistent with) 징후가 발생했다”면서 “현재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는 징후는 북한이 이전에 원자로에서 제거된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하기 위해 인근 실험실을 사용하고 있는 사실과도 일치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5MW 원자로를 가동해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했다. 영변 원자로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는 가동이 중단됐었는데, 지난 7월부터 재가동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및 2015년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 복원 회담의 교착과 함께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 의지에 새로운 도전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보고서에서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에 증기를 공급하는 화력발전소가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개월가량 가동됐다”며 “이는 이전의 폐기물 처리나 유지보수 활동보다 상당히 긴 기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5개월이라는 가동 기간은 북한이 과거 밝힌,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하기 위한 기간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방사화학실험실이란 5MW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시설로, IAEA의 보고서대로라면 북한이 경제난이 극심했던 올해에도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해 IAEA는 “새로운 징후(new indications)이며 심각한 문제(deeply troubling)”로 규정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deeply regrettable)”고 비판했다.


[평양 인근 강선에서도 북핵 고도화 정황]


IAEA는 이어 평양 인근의 강선에서도 내부 건설 작업이 이어지는 등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강선 핵시설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아닌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부품을 제조하는 시설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이미 지난해 말 제기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올리 하이노넨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간) 미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 시설은 우라늄 농축을 지원하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분리기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공장과 더 일치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이 핵물질 생산 재개를 한 이유는?]


그렇다면 김정은은 지금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 빠져 있음에도 왜 이렇게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일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김정은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 북한의 상황이 최악의 위기임에도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에 경제 위기까지 겹쳐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고서는 나아갈 길이 너무나도 막막하다. 그런데 이를 일거에 돌파하는 방법은 미국이 북한에게 먼저 손을 내밀면서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이러한 김정은의 의도와는 달리 꿈쩍도 하지 않는다. 특히 지금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는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와 닮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미-북 사이에 대북 인도주의 지원 등을 놓고 비공식 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비핵화로 이끌 수 있는 진지한 협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아무 것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와 같은 일종의 양보안을 미국이 내놓지 않으면서 협상에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여기에 더해 아프간 사태까지 터지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마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켄고스 국장은 “문제는 미국이 관여하도록 하기 위해 북한이 먼저 양보할 용의가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북한은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미국에 양보를 할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도 대북제재의 완화만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니 미국이 움직일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은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 재가동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이 화들짝 놀라면서 북한을 달래기 위한 뭔가를 제시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라는 추정이다.


[미국의 의도를 착각한 김정은]


그러나 김정은의 이러한 계산은 미국의 의도를 완전히 잘못 판단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21일 한국을 찾은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의 협상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바 있다. 성 김 대표는 특히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북한에 중요한 사안들을 포함한 모든 범위의 문제들과 관심사들을 다룰 용의가 있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 김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이러한 성 김 대표의 발언은 지난 6월 방한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성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북한은 뚜렷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달 초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을 재개한 2월 중순은 바이든 행정부가 뉴욕채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조건 없이 마주 앉자”는 의사를 전달한 때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대해 북한이 말로는 답을 안했지만 영변 원자로 재가동 및 핵물질 추출로 미국에 무언의 응답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김정은은 미국이 대북제재를 풀지 아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의 핵능력은 강화될 것이니 알아서 먼저 제재 해제부터 하라고 압박한 셈이다.


또다른 의미로는 지난 2019년 2월의 하노이회담에서 김정은이 직접 나서 “미국이 제재를 일부 해제하면 영변지구의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 폐기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었는데 이 카드를 김정은이 다시 꺼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당시 미국은 영변 이외의 핵물질 생산 시설 폐기까지 요구하면서 회담은 결렬되었지만 김정은은 다시 그때의 협상카드로 미국의 간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의도를 완전히 잘못 해석한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는 영변 원자로 폐쇄 같은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미국은 줄곧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원칙(CVID)를 요구해 왔다. 이는 흔들림없는 원칙이기도 하다.


특히 바이든 정부들어서는 이러한 원칙이 더욱 강화되면서 북한의 약속만으로 제재 해제를 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의 선(先)행동 후 제재 해제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김정은 역시 미국의 선 비핵화 행동 조치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 비핵화 이후의 체제 안정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이 미래의 핵무기 생산은 중단하더라도 이미 생산된 핵무기는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미국에 표출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성 김 대표가 말한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말은 미국이 북한을 접수하거나 공격할 의도가 전혀 없으니 안심하고 핵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더불어 핵이 없는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는 존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더욱 북한이 개방된다면 김정은 체제 유지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에게 가장 좋은 방식은 북한이 이미 만들어진 핵보유를 미국이 인정해 주되 앞으로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핵물질 생산 기반을 파괴하는 것으로 미국과 협상하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영변핵시설을 포함해 미래의 핵을 북한이 포기할테니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제재 해제를 해달라는 것이 김정은의 뜻이고 미국에 대한 요구이다.


그런데 그러한 김정은의 생각은 결코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허용한다면 당장 남쪽 한국의 핵무기 보유도 허용해 줘야 하고 또한 일본의 반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아마도 일본도 곧바로 핵보유를 선언하게 될 것이다. 그래야 핵의 균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핵보유 도미노는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미북협상이 진행된다면 중국부터 반대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러니 김정은의 그러한 구상이 미국에게 통할 리가 없는 것이다.


[북핵시설 가동에 중국도 촉각]


한편, 북핵 시설 가동을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은 참으로 난처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 문제, 좀 더 엄격하게 표현하자면 북한의 핵무기 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반도의 북쪽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절대적으로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핵물질을 생산하면서 미국의 신경을 거스르게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충돌 위험성도 높아지고 북한 김정은의 도가 넘는 분탕질로 인해 심각한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면 중국으로서도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미국과의 정면충돌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핵실험이나 도발상황으로 국면이 고조된다면 중국은 더욱 더 북한에게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자칫 북핵 고도화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미중간 충돌 상황은 더욱 극심해지면서 중국은 더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가장 큰 영향은 제일먼저 경제 상황으로 돌출될 것이다.


또한 내년의 시진핑 3연임을 위한 당대회라는 막대한 국가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위기 고조는 중국의 이러한 막중한 일정에 재를 뿌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절대적으로 북한이 미국의 신경을 거스를 수 있는 도발이나 돌발적 행동을 하지 말기를 원하지만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지 않고서는 헤쳐나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판뒤집기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특히 지금같이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중국은 지금 북한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이다. 미국은 최근 다양한 채널로 북한의 역내 안보 도전에 지속적으로 경고를 발하고 있다.


지난 8월 4일에도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우리는 북한을 명백한 인도태평양 전구의 안보 도전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힘의 우위에 기초한 외교를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라 밝혔다.


미국 의회도 북한 문제에 관한한 여야가 따로 없이 똘똘 뭉쳐 있다. 한마디로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나쁜 행동엔 책임 물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심지어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북핵은 미국 안보에 특별한 위협"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국가비상조치를 1년 연장했다.


미국의 행정부를 비롯한 의회까지 이렇게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해 경계하고 압박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고 만약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기로도 읽혀진다.


그래서 북한의 북핵 고도화 작업이 미국의 제재 해제를 결코 불러오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그로 인해 북한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은 미국에 대해 혹을 떼려다가 혹을 더 붙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구상했다가도 그마저도 발을 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계속 악수(惡手)만 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한 김정은에게 지금 딱 어울리는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김수철의 ‘정신 차려, 이 친구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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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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