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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의 中-日대사 지명에 중국은 '당혹+혼란' - 바이든, 중국대사에 정통외교관 번스 지명. 중국은 당혹 - 미중사이에 실종된 정치, 외교적 냉전 불가피 - 주일대사 지명자를 보면 바이든의 속마음이 보인다
  • 기사등록 2021-08-23 16:27:06
  • 수정 2021-08-24 09: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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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주중대사에 정통외교관 번스 지명]


조 바이든 정부의 첫 중국대사로 니컬러스 번스(65)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명했다.


번스 지명자는 민주·공화당 정부에서 모두 활동한 정통 외교관으로 외교가에서는 ‘최고의 외교관’ ‘실력파’로 통한다. 그는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과 그리스 대사를,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와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냈다. 현재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다.


백악관은 번스 지명자에 대해 지난 2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번스 전 차관이 정무차관 시절 아프가니스탄, 유엔의 대 이란 제재, 북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정책 등 다양한 현안을 두고 중국 정부와 협의를 했다고 소개했다.


또 번스 지명자가 민간 연구단체인 아스펜전략그룹 사무총장을 지낼 당시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와 정책 대화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백악관이 구태여 번스의 중국 관련 업무 경험을 꺼내든 것은 그만큼 미국내에서 중국 전문가로 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왜 정치인이 아닌 번스를 중국대사로 지명했을까?]


중국대사로 임명된 번스는 분명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그간 백악관은 주중 대사에 정권 창출을 도왔거나 대통령 측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사를 보냈다. 이러한 인맥관계를 활용해 미·중 관계의 난제를 물밑에서 해결하는 정치적 타결을 시도하곤 했다. 그러나 번스는 이런 '백악관의 대리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정치인 출신을 보냈던 중국 대사 자리에 노련한 외교관을 지명한 것은 주중 대사의 역할 전환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번스의 중국 대사 지명은 중국이 주미대사로 '늑대전사' 외교의 선구자로 통하는 강경파 친강(秦剛)을 주미 중국대사로 부임시킨 것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친강이 철저하게 정치적 사명을 띈 대사라면 번스는 완벽하게 외교적 업무를 수행하는 정통 외교관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티베트와 신장의 인권 문제 등 서방의 비판을 강도 높게 받아치며 '매파' 본색을 보여준 친강이 지난달 주미대사로 부임해 미국과 일전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드러냈다면 미국은 철저한 외교통을 대사로 보내 정치적 해석 없이 완전히 외교적으로만 원칙에 따라 중국 문제를 풀어 나갈 것임을 선포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정상국가간의 외교는 정치가 반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어찌보면 요리의 양념같은 역할을 정치가 외교 현장에서 하게 된다. 그런데 특히 미국과 중국같이 외교적 충돌이 거세지는 상황이라면 더욱 더 정치라는 양념이 중요한 역할을 할수도 있지만 반대로 정치적 역할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미중관계는 정치적 양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중국은 주미대사에 친강을 보내 차라리 본토의 중국인들을 위한 홍보전이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럴수록 원칙에 의한 외교를 하겠다고 선포한 셈이다.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만 하더라도 철저하게 외교의 원칙을 가지고 중국에게 따지게 되면 중국은 정말 힘들어질 수 있다.


대만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대만이 중국의 소유라고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정치적 해석이다. 그러나 대만을 외교의 원칙에서 본다면 중국과는 별개의 나라이다. 그러한 외교의 원칙을 가지고 중국 정부와 맞선다면 중국은 정말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도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고위급 인사 간의 정기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과 소통하려는 새로운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봤다.


다시 말해 "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담은 것"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번스 임명은 미·중 관계를 물밑 정치적 타협이 아닌 외교 현장에서 정면 대응하겠다는 예고편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서는 번스 지명자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렇다면 번스의 중국대사 지명을 중국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선 ‘중국 공산당의 거친 입’으로 통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1일, “번스 지명자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번스 지명자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지만, 독창성과 융통성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뤼샹 연구원은 이어 "번스 지명자가 지난 1월 신장위구르자치구, 홍콩 등을 둘러싸고 반중 성향을 보인 적이 있다"며 "이는 그의 입장이 현 미국 정부의 기조와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번스 지명자가 현재 정해진 대중 강경책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독창성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2일, “번스를 중국 대사로 지명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그의 운신의 폭은 넓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미국의 대중 정책이 과도하게 정치화돼 있어 차기 주중 미국 대사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고문인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도 “번스 전 차관이 높은 평가를 받는 외교관이지만, 그가 최근 신임 미국 주재 중국대사로 부임한 친강(秦剛)이나 미중 간 갈등 고조로 인해 극도로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인홍 교수는 이어 "국제 환경이 너무나 변했다"며 "두 나라 간 긴장 완화를 위한 두 대사의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고 본다"고 SCMP에 말했다.


베이징의 미중 전문가 위완리(余萬里)도 "현재 미중 관계는 정치에 납치당했고 대사들은 전통적으로 메신저 역할을 한다"며 "번스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며 그것은 그가 얼마나 대통령과 가까우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인 대신 정통 외교관을 주중 대사로 선택한 것은 긍정적 신호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SCMP는 전했다.


자오커진(趙可金) 칭화대 사회과학학원 부원장은 SCMP에 "미국은 정치적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희망으로 그간 정치인을 중국 대사로 보내왔지만 효과가 없었다"면서 "현재 미국은 중국이 말하는 것을 듣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미중 간 외교적 대화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번스 전 차관의 발탁은 미국이 일정 수준에서는 여전히 중국과 협력하기를 원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자오커진 부원장은 이어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미국의 글로벌 전략이 테러 대응에서 주요 강대국 간 경쟁 대응으로 옮겼음을 시사한다"며 "그렇기에 번스 앞에는 큰 도전이 놓여 있다"고 말했다.


자오 부원장은 또한 "미중 관계는 변했고 우리는 이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며 "친 대사는 미국에 부임한 이래 강경발언을 하지 않았고 나는 그가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 출신의 제프리 문 '차이나문전략' 소장 역시 "번스 지명자 발탁은 예측할 수 없었던 미국과 중국 관계에서 가장 예측 가능한 발전"이라면서 "이는 미·중 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진전이자 중국 정부에도 좋은 신호"라고 주장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도 "그는 중국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정책결정자에게 전달할 수 있고, 미국의 대중 정책 가운데 난제에 대해서도 잘 이해한다"면서 "그는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어찌되었건 중국 정부당국은 번스의 중국대사 임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의중이 뭐냐는 것이다. 21일 중국 국영 CCTV는 주중 미국 대사 지명 사실을 짤막하게 보도하면서 “번스 지명자는 국무부 대변인, 차관 등을 역임했고 그리스와 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를 지낸 바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 정부과 협력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부정적인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주일대사 지명자를 보면 바이든의 속마음이 보인다]


그런데 주중대사에 그야말로 외교통인 번스를 내 보낸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는 어떤 이를 지명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과 일본의 대사를 같은 날 지명했는데 이들 지명자의 면면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확연하게 알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이들 두 대사 지명자를 보면 바이든 정부가 앞으로 중국과 일본을 향한 외교의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번스를 중국 대사로 지명한 날, 동시에 주일대사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을 지명했다.


그런데 이매뉴얼 전 비서실장을 지명한 것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 흥미롭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새 주일대사에 대해 “주저없이 처리하는 능력, 격한 언동 등을 언급하며 미국 민주당의 '거물인사'로 바이든 대통령의 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입장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이어 "같은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일본 입장에서 이 이상의 원군은 없다"는 미국 정부의 한 고위 인사의 발언을 소개했다.


일본 외무성 내에서도 "백악관에 바로 연락할 수 있는 귀중한 파이프(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매뉴얼 지명자가 정치가로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며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22일 보도했다. 그야말로 환영 일색이다.


정리하자면 이번 이매뉴얼의 주일대사 내정은 바이든 대통령의 의중이 한껏 실려 있는 인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언론들이 격찬하는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과도 깊은 친분이 있고 또 강성이어서 옳은 말을 곧이곧대로 하는 스타일이라 미 국무부에도 일본과의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주일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복심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아주 정치적인 인사여서 미일동맹은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거칠 것이 없이 대차게 나아갈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주중대사의 번스 지명은 한마디로 중국과 특별한 타협 없이 무미건조한 외교적 소통으로 미중관계를 처리해 나가겠다는 의중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의 바이든 대통령 임기 동안 미중관계의 극적인 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번스의 중국대사 내정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미중간에는 외교적 냉전의 시대가, 미일간에는 그야말로 훈풍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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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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